인제학원 “서울백병원 ‘종합의료시설’ 지정 철회하라”

유경선 기자 2024. 1. 1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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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청 주최 주민설명회 신경전…“서울시 방침 일방적”
시, 수익성 위해 일부 성형외과·피부과 운영 방안 검토
병원 측 “운영 가능성 희박”…일각선 “민영화” 비판도
11일 서울 중구 인제대 서울백병원 건물에 종합의료시설 지정을 반대하는 인제학원 측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조용히 하세요!” “질문하실 거면 따로 하세요!”

1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백병원 별관 9층 백인제홀에서 열린 주민설명회 참석자들 사이에 격앙된 반응이 오갔다. 지난해 8월 적자 누적으로 병원은 폐원했지만 해당 부지를 종합의료시설로 지정해 의료 기능을 유지하는 방안을 중구청이 주민들에게 안내하는 자리였다.

서울시와 중구는 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기존 백병원 부지를 종합의료시설로 결정해 의료 용도로 한정하는 도시관리계획안을 마련 중이다. 백병원 폐원 후 중구에는 현재 상급·민간종합병원이 전무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자체는 도시관리계획을 통해 특정 부지에 지을 수 있는 시설을 지정할 수 있다. 토지가 투기용으로 활용되는 것을 막고 지역 내 필요한 시설을 유도하기 위한 장치다.

하지만 이날 인제학원과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백병원지부 등은 “일방적 방침”이라며 종합의료시설 지정안에 강하게 반발했다. 부지 용도를 한정하면 서울 도심이라는 지리적 이점에도 불구하고 매각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학원 측은 서울백병원의 폐원 이유가 20년간 누적 적자인 만큼 같은 위치에 병원 기능을 복구해도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제일병원·을지대병원·필동병원 등 도심권 병원은 잇따라 문을 닫은 상태다.

성권제 인제학원 경영전략팀장은 “서울백병원을 정상화하기 위해서 (자체) 컨설팅을 진행한 결과 종합병원·전문병원·건강검진과 외래센터·요양병원 등 모든 종류의 의료사업이 추진 불가능하다고 나왔다”며 “종합병원 운영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서울시는 대상지를 종합의료시설로 지정하되 수익성을 창출할 수 있도록 시설 일부를 외국인 관광객에 특화된 성형외과·피부과 등으로 운영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관광단지’로 만들어 사업성과 수익성도 추구한다는 구상이다. 도심 공동화에 따른 정주 인구 감소가 적자 원인으로 지목된 만큼 외국인 의료관광에 특화된 공간으로 만들어 사업성을 높이려는 자구책이다.

서울 시내 다른 종합병원 부지도 3000㎡ 이상이면 종합의료시설로 지정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인제학원·백병원과 같이 다른 재단도 반발할 가능성이 큰 데다 종합의료시설 지정이 도심 의료 공백을 메울 대안이라는 확신을 주지 못하면 추진력은 떨어질 수 있다. ‘의료관광’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이날 강기두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일산백병원지부장은 “공공의료라고 하면서 도시계획이라는 이름하에 의료민영화를 하는 것”이라며 “명동이라는 거점을 이용해서 의료민영화로 가기 위해 이용하는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중구는 이날 주민설명회 등에서 나온 의견을 수렴해 이달 중 계획안을 서울시에 보고하고, 올해 상반기에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받을 계획이다.

글·사진 유경선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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