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사망 30대女, 흉기 직접 구매했지만…꼬리 무는 의문
전문가 “주저흔 없고 흉기 관통상…매우 이례적”
(시사저널=강윤서 기자)
서울 한강에서 숨진 채 발견된 30대 여성의 사인을 둘러싼 의문이 계속되고 있다. 경찰은 시신에서 발견된 흉기를 숨진 여성이 직접 구매하는 등 여러 정황을 종합할 때 타살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사건을 분석한 전문가들은 극단 선택으로 단정짓기는 어려운 이례적인 점이 많다고 지적한다.
11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광진경찰서는 지난 6일 오후 8시7분께 올림픽대교 인근 한강공원에서 물에 빠져 숨진 채 발견된 30대 여성 A씨에 대해 "타살됐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밝혔다.
발견 당시 A씨는 날카로운 흉기에 가슴 부위가 관통 당한 상태였다. 병원으로 이송된 A씨는 사망 판정을 받았다. 부검을 실시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가슴 왼쪽 자창에 의한 장기(폐) 과다출혈'로 1차 구두 소견을 통보했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사망 당일 A씨가 범행에 쓰인 흉기를 경기도 이천 자택 근처에서 구입한 사실을 확인했다. 사건 당일 오후 1시쯤 집을 나서 A씨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오후 7시30분쯤 올림픽대교 인근 한강공원으로 이동했다.
이 때 자신이 구매한 흉기를 소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사망 장소 인근에서 발견된 A씨의 가방에는 외투와 휴대전화 등이 들어있었다.
한강공원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영상 확인 결과 A씨가 한강공원으로 진입한 시각부터 시민 신고가 접수되기까지 37분 동안 이 곳을 지나간 사람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A씨가 흉기를 직접 구매했고, 사망 직전 다른 인물과 접촉한 정황이 없는 점, 공격에 따른 방어흔이 보이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해 타살 가능성은 낮다는 결론을 냈다.
"흉기 관통에 주저흔 無…매우 이례적"
하지만 전문가들은 A씨 사망 사건에 의문을 제기한다.
손수호 변호사는 1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타살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며 하나의 결론으로 단정짓기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손 변호사는 첫 번째로 '방식'과 '정도'를 짚었다. 손 변호사는 A씨 발견 당시 상태를 설명하며 "흉기를 전면에서 꽂아 가슴을 관통했다. 흉기 끝부분이 등 뒤로 나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는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흉기로 극단 선택을 결심했더라도 30대 여성이 자신의 가슴을 관통하는 방식으로 이를 실행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주저흔이 발견되지 않은 점도 다른 사건과의 차이점이다. 손 변호사는 "극단적 선택을 결심하더라도 막상 목숨을 끊으려는 순간 본능적으로 주저하면서 흔적이 남는데, (A씨는) 주저흔이 보이지 않았다"며 "주저한 흔적도 없이 몸을 관통할 정도의 매우 강한 힘으로 발생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과수가 내놓은 부검 결과도 의문을 더했다고 지적한다. 손 변호사는 "행인이 처음 발견했을 때 시신은 물에 떠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사인은 익사가 아니라 과다출혈이었다"며 "흉기에 찔려 곧바로 물에 빠졌다면 과다출혈로 사망하기 전에 익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과다출혈로 사망하기 직전 실족해서 물에 빠졌거나 스스로 물에 들어갔을 이론적 가능성과 과다출혈로 사망한 뒤 어떤 일로 인해 시신이 물에 들어갔을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어느 경우든 자연스럽지 않다"고 했다.
손 변호사는 현재 드러난 사실만으로는 어느 한 쪽으로 사망 경위를 단정짓기 어렵다며 추가 수사를 통한 종합적인 설명이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배상훈 프로파일러도 지난 9일 YTN라디오 《슬기로운 라디오생활》에서 "한강공원이라는 공간이 진출입하는 CCTV는 있지만 그 안쪽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없다"며 "이런 점에서 일종의 밀실 살인 같은 느낌도 든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한강공원 진입 후 발견까지 37분 동안 어떤 행적이 있었는지) 밝힐 방법이 쉽진 않다. A씨가 자살 징후가 있었는지, 가족이나 친구 등을 통해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A씨의 동선 추적과 한강공원 CCTV 분석 등 1차 수사를 완료하고 유족과 주변인을 상대로 추가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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