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참사는 현재진행형"‥'성조숙증' 앓는 10대 피해자들
[뉴스데스크]
◀ 앵커 ▶
13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피해자 중 상당수를 차지했던 영유아들은 이제 청소년이나 성인이 됐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커가면서 적지 않은 수가 호흡기 질환 외에 다른 증상이 공통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MBC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호르몬 이상에 따른 '성조숙증'인데요.
그 실태와 가습기 살균제와의 인과관계에 대한 조사가 필요해 보입니다.
구나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 2010년, 11년 태어나자마자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된 연년생의 남매는 이제 중학생이 됐습니다.
그동안 수십 번 폐렴을 앓았는데 몇 년 전부터 새로운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채경선/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어머니] "(딸이) 초등학교 1학년 때, 겨울이에요. 젖 멍울이 딱딱하고 빨개지고 아프다고 표현해서 살펴봤더니 2차 성징이 나타나는 것 같았어요. 키도 이제 1미터 간신히 넘었는데‥"
측정 결과 당시 8살이었던 딸의 호르몬 수치는 8 IU/L 성조숙증 진단 기준을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또래보다 키가 유난히 컸던 9살 첫째아들의 수치는 20IU/L가 나왔습니다.
기준치의 4배입니다.
[채경선/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어머니] "남자애들은 여자애들처럼 확연히 나타나는 (2차 성징) 그런 게 적다 보니 키가 유난히 크고 거기서 멈춰버리는 거죠."
역시 5살이 될 때까지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된 17살 이 모 군.
큰 키는 물론, 체모를 비롯한 2차 성징까지 또래보다 훨씬 빠르게 나타났습니다.
[이 모 씨/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아버지] "모니터링 검진기관에서 (아들의) 성조숙증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게 있어요. 그거 보고 알게 됐죠. 체모가 빨리 자란다든지 키 성장이 빠르다든지."
매년 받는 건강모니터링 와중에 성조숙증을 확인하게 됐는데, 정작 검진기관에서는 이에 대한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습니다.
[임종한/인하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가습기 살균제 노출을 통해서 호르몬 분비하는 기관 쪽에 손상이 있게 되면 사춘기 시기에 호르몬 불균형이 발생하게 되고 종종 성조숙증이‥어렸을 때 노출되고 난 다음에 한 10년, 15년 정도 지나고 난 다음에야 비로소 이런 질환이 나타나는 거죠."
피해자 가족들끼리 수소문을 한 결과 같은 증상의 피해자들은 훨씬 많았습니다.
한 번도 주기에 맞춰 생리한 적이 없는 18살 여성부터 초등학교 때 180cm까지 자라고는 이후 성장이 멈춰버린 15살 남성, 심지어 엄마 뱃속에서 살균제에 간접 노출된 태아 피해자도 성조숙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성조숙증은 나중에는 남녀 구분없이 난임이나 불임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이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임종한/인하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2차, 3차 피해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들에 대해서 늘 잘 인지가 안 되는 것 아닌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라는 것은 전신에 피해를 가져다주는 질환이다, 이렇게 인식을 하고."
5천4백여 명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이 가운데 1천2백여 명은 10대입니다.
MBC뉴스 구나연입니다.
영상취재: 한지은, 이주혁, 임지환 / 영상편집: 유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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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한지은, 이주혁, 임지환 / 영상편집: 유다혜
구나연 기자(kuna@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4/nwdesk/article/6561649_3651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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