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개월 아기도 '1인 1메뉴' 시키라네요"…신고한다면? [법알못]

김세린/유채영 2024. 1. 11.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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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1메뉴'·'1인 1음료' 내세우는 매장들
소비자들 "융통성·적정선" 문제 제기 나서
법적 제재 불가능…소비자원 신고도 어려워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1인 1 음료', '1인 1메뉴'라는 규제 사항을 내건 카페와 식당들이 우후죽순 생겨난 가운데, 이러한 운영 방침을 내세워 손님을 내쫓다시피 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업주들도 억울함은 있다. '민폐 손님'으로 겪은 황당한 일화를 토로하며 "이렇게라도 막지 않으면 매장 운영을 원활하게 이어갈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비용을 지불하고 머물다 가는 공간인데 제한만 늘었다며 '적정성'과 '융통성'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얼마 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두돌이 갓 지난 25개월 아기를 데리고 무한 리필 부대찌개 식당을 찾은 시민 A씨가 아기 몫에 해당하는 1인분을 추가 주문할 것을 강요받은 사연이 전해졌다. A씨는 사장에게 "아기에게 부대찌개를 절대 안 줄 테니 상을 따로 차려 달라"고 재차 요청했음에도, 사장이 "이렇게 시키면 무한 리필을 할 수 없다"라거나, "나가라"는 답을 내놨다고 주장했다.

속이 불편한 장모를 포함해 가족 4명이 카페를 방문했다가 봉변당한 사례도 있다. 시민 B씨는 카페에서 음료 3잔과 케이크 2개를 주문해 총 3만7000원어치를 주문했는데도, 장모가 마실 음료 1잔을 더 시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내부 취식을 금지당했다고 주장했다. 장모의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설명에도, 카페 직원은 "1인 1 음료 주문이 원칙이다. 케이크만 주문한 경우 가게 내부에서 드실 수 없으니 나가서 드시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도 1인 1메뉴 주문을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일부 매장의 원칙에 대한 불만은 이어지고 있다. 직장인 이모 씨(27)는 "과하게 1인 1 음료, 1인 1메뉴를 고집하는 것은 일종의 갑질이라고 본다"며 "아메리카노 1잔을 시켜놓고 4시간 머물고 하는 일부 사람들 때문에 생긴 제도라고 하더라도, 있고 사람마다 방문하는 목적과 사정이 다를 텐데, 손님이 좋은 마음으로 왔다가도 불쾌감을 느끼고 되돌아갈 것 같다"고 지적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장을 경찰에 신고해 법에 따른 제재를 가할 수 있는지 묻는 소비자들이 생겨난 것. 지난 10월에는 한 소비자가 1인 1메뉴를 강제한 가게의 사연을 전하며 "'1개월 아기는 못 먹는데 어떻게 시키냐'고 묻자 (카페 측에서) 원칙이니 그렇게 해야 한다고 하더라. 이런 매장은 신고가 가능하냐"고 법조계 전문가에 자문하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현행법상 손님 측이 매장의 1인 1메뉴 등 운영 방침을 문제로 삼아 업주 측에 책임을 물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김가헌 법무법인 일호 변호사는 "1인 1메뉴 방침은 영업의 자유 안에 있는 영역이라 법적으로 지적할 문제는 아니다"라며 "1인 1메뉴 방침에도 국가 권력이 관여하는 것은 자유시장 경제원리에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변호사도 "소비자 차원에서 법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게 없다. 규제할 수 있는 법안이 별도로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민사소송도 불법행위가 인정돼야 위자료 청구가 되는데 이 경우엔 어렵다. 주문 과정에서 폭력이나 명예훼손, 모욕 등이 있어야 위자료 청구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현재는 소비자 차원에서 구제 신청을 할 별도의 방법 역시 마련돼 있지 않다. 한국소비자원에는 소비자가 사업자가 제공하는 물품 또는 용역을 사용하거나 이용하는 과정에서 피해가 발생할 경우 피해구제 접수를 할 수 있는 피해구제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 하지만 1인 1메뉴 방침과 관련해 발생한 문제의 경우 이에 포함되지 않는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가격 정책에 대해서는 자율경제 시장의 원칙이라 함부로 사업자의 가격 결정권을 제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매장 차원에서 상황에 따른 융통성을 발휘할 시기라며, 관할 지자체 차원에서의 행정 처분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김 변호사는 "관할 구청 등 지자체에서 바가지 물가를 잡는 등의 단속을 펼친 것처럼, 1인 1메뉴 또는 음료 문제도 행정지도 형태로 방침을 마련해서 관리·감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그래서 심한 업장이 적발되면 행정명령을 통해 개선을 위한 지침을 내리는 방법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업주 입장에서 '매출 효자'는 재구매, 재방문"이라며 " 불편한 경험을 하면 재구매, 재방문으로 이어지기 어렵고, 요즘엔 불편을 겪은 사례를 인터넷에 올리는 경우도 않아서 빠르게 부정적 여론이 퍼져나갈 위험이 있다. 결국 다 업주들의 피해로 고스란히 돌아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1인 1메뉴 등 원칙 자체가 잘못은 아니지만, 일부 업주들이 경직되게 운영하는 것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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