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으로 향한 계단 대피…희생자 나온 아파트에 없던 것은
【 앵커멘트 】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 불이 나면 계단을 통해 밖이나 옥상으로 피하겠죠. 그런데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다 목숨을 잃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강세현 기자입니다.
【 기자 】 뿌연 연기가 순식간에 복도를 뒤덮더니 창문 밖으로 뿜어져 나옵니다.
화재 현장에서 나오는 이 연기의 다른 말은 유독가스입니다.
▶ 스탠딩 : 강세현 / 기자 - "촬영 이틀 전에 불이 난 현장입니다. 불탄 집기류가 쌓여 있고 매캐한 연기 냄새가 나는데요. 이 연기에는 독성 물질이 있어 조금만 흡입해도 정신을 잃을 수 있습니다."
▶ 인터뷰 : 천은미 /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 "질식을 유발하는 물질 중 대표적인 것이 일산화탄소와 시안화수소입니다. 많은 유독가스를 한 번에 흡입하면 수 분 이내에 부정맥이나 심장에 영향을 줘 사망에 이를 수 있습니다."
그럼 연기보다 빨리 대피할 수 있을까?
▶ 스탠딩 : 강세현 / 기자 - "계단을 오르며 사람이 대피하는 속력과 연기의 속력을 비교해보겠습니다."
건물 6층, 약 15m를 오르는 데 1분 30초가 걸렸는데, 1초에 3~5m를 상승하는 연기는 5초 만에 계단을 가득 채울 수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불이 난 아파트 1층에서 연기가 빠르게 퍼져 10층 주민이 15층 계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이런 비극을 막으려면 제연설비가 필요합니다.
제연설비는 불이 나면 대피계단으로 향하는 통로에 공기를 주입해 기압을 높여서 연기가 들어오는 것을 막아 줍니다.
현재 16층 이상 아파트에 있는 특별피난계단에는 제연설비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고층의 신축 아파트엔 이 설비가 있지만, 2007년 이전에 지어진 아파트는 사각지대로 남아있습니다.
지난 크리스마스, 30대 남성이 계단에서 숨진 방학동 아파트도 제연설비가 없었습니다.
▶ 인터뷰(☎) : 공하성 /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 "제연설비가 설치되지 않은 아파트에 신규로 제연설비를 설치하기에는 구조상 어려움이 있습니다. 신규 아파트보다 더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오래된 아파트는 방화문 하나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지난 3년간 아파트 화재로 숨진 4명 중 1명은 대피하다 목숨을 잃었습니다.
MBN뉴스 강세현입니다. [ accent@mbn.co.kr ]
영상취재 : 김현우 기자·전현준 VJ 영상편집 : 이동민 그래픽 : 박경희·우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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