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K] 화가가 된 배우 박신양 “10년 전부터 그림 그린 이유는…”

KBS 2024. 1. 11.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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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자료의 저작권은 KBS라디오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인용 보도 시 KBS <뉴스레터K>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프로그램명 : KBS1라디오 <뉴스레터K>
■ 진행 : 김용준 KBS 기자
■ 방송시간 : 1월 11일 (목) 17:05~18:56 KBS1R FM 97.3 MHz
■ 출연자 : 화가·배우 박신양

◇김용준: 뉴스의 진수를 보여주는 인터뷰 ‘뉴진수’. 맡는 캐릭터마다 특유의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어서 소생시키는 배우. 배우라는 하고 싶은 이야기와 해야 하는 이야기 사이에서 균형을 찾던 그가 스스로의 이야기를 오롯이 홀로 펼쳐내는 화가로 돌아왔습니다. 제4의 벽이라는 책과 개인전으로 대중들을 만나고 있는 배우이자 화가 박신양 씨와 전화로 이야기 나눠봅니다. 안녕하세요.

◆박신양: 네, 안녕하세요. 박신양입니다. 반갑습니다.

◇김용준: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박신양: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김용준: 감사합니다. 지금 혹시 평택이신가요? 개인전에 계신 건가요?

◆박신양: 네, 맞습니다. 평택의 엠엠아트센터라는 미술관에 있습니다.

◇김용준: 개인전이 또 언제까지 열리는지도 궁금하고요. 또 하나가 이게 작품도 작품이지만 작품을 만들고 있는 박신양 씨를 함께 보고 싶어 하는 팬들이 많으실 텐데 혹시 가면 직접 뵐 수 있나요?

◆박신양: 네, 맞습니다. 전시기간 동안 내내 여기서 작업을 하게 되는데요. 4월 30일까지 전시가 열리면서 여기서 동시에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김용준: 4월 30일까지요. 0830님께서 “박신양 배우님이 라디오에 나오시다니 너무 반갑습니다. 그림은 언제부터 그리게 되셨나요?” 하는데 저희도 첫 질문이 그겁니다. 지금 보면 그림이 이제 뭐 한 점, 두 점 이런 개념이 아니라 개인전을 여시는 거면 작품의 어떤 단순한 물리적인 숫자도 그렇고 그 깊이도, 폭도 상당할 것 같은데 그림은 언제부터 그려오신 건가요?

◆박신양: 10여 년 전부터 그림을 그려왔고 지금 약 한 200점 중에서 여기에 130점이 넘게 와 있고요. 그다음에 100점 이상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여기 상당히 큰 규모의 전시장인데 여기 모두를 채우고 있습니다.

◇김용준: 꽉 채우셨군요. 다양한 캐릭터에서 그동안 그 특유의 숨결을 불어넣는 배우로 큰 사랑을 받아오셨는데 그림을 그리시게 된 이유 또 책을 제가 보니까 너무 그리워서였다라고도 쓰여 있던데 왜 또 무엇이 그리워서 그림을 그리시게 됐는지도 궁금합니다.

◆박신양: 처음에는 러시아에서 공부했을 때 친구가 그리웠습니다. 그래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저도 그림을 그리면서 내내 궁금한 거예요. 친구가 그리우면 가서 만나면 될 일이지 왜 그림을 그리게 될까. 그래서 그 그리움은 과연 친구에 대한 그리움일까 아니면 친구 이상의 어떤 제가 왔던 이렇게 말씀드리면 좀 이상하게 들리실지 모르겠습니다. 좀 뜬금없는 얘기처럼 들리실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왔던 먼 곳 그 다음에 거기에 대한 그 시간들에 대한 향수나 그리움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김용준: 어쨌든 그리워서 붓을 들게 됐고 그림을 그리시고 계십니다. 영화나 드라마 또 연극에서의 박신양의 색깔이 담긴 등장인물을 표현하는 것하고 그림을 통해서 표현하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도 궁금한데 이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아니라 스스로 표현의 영역에 있어서 그림은 연기를 하면서 얻지 못했던 갈증이 혹시 해소되는 부분이 있나요?

◆박신양: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만들어진 이야기 그다음에 만들어진 캐릭터로서 표현을 해왔죠. 그러면서 만들어진 캐릭터들을 많은 분들이 알게 되니까 저는 그렇게 대해져 왔던 거죠. 그런데 그럴 때마다 제가 했던 생각은 ‘나는 그 사람이 아닌데, 나는 그 캐릭터가 아닌데’ 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사실은 유명한 배우라면 그런 생각은 하지 말아야 되는 게 어쩌면 어울리는 일일지 모르겠지만 솔직하게는 제가 거기에 대해서 잘 이해를 못하고 ‘나는 그 사람이 아닌데 나는 누구일까?’ 라는 생각을 많이 오랫동안 하게 된 거죠. 영화를 하기 전에도 그런 궁금증은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림을 그리면서는 그 생각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시간이 만들어졌었고요. 여전히 제 그림에는 그런 생각들이 들어간, 느낌들이 들어간 그림들을 그리고 있습니다.

◇김용준: 하지만 계속 그림을 그리신 거는 그 갈증을 계속해서 해소해 가는 과정이라고 저는 개인적으로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이번 개인전에서 사람들 앞에서 그림을 그리시더라고요. 그 자체가 어떻게 보면 좀 행위 예술처럼 느껴지기도 하거든요. 이런 기획을 어떻게 하게 되신 건지도 궁금해요.

◆박신양: 여러 가지 생각을 했었는데 하나는 저도 다른 작가들의 작업실을 가끔 방문을 하는데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일반적으로 많은 분들께서 누구 어떤 작가의 작업실을 가본다는 것은 쉽지 않은 기회이고요. 그다음에 작업실을 방문하게 되면 굉장히 흥미롭죠. 그리고 제가 작업을 해오면서 지금 전시를 해야 되는 내용의 핵심은 뭘까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면 작업하는 과정일 것 같다. 그래서 그냥 작업하는 과정을 말하자면 가감없이 공개를 하자라는 차원이 있고요. 또 하나는 제4의 벽이라는 제목인데요. 전시 제목과 책 제목인데 그거는 우리가 연극을 볼 때 어떤 안 보이는 벽을 통해서 무대를 보지 않습니까? 그러면 거기에서 어떤 상상이 시작되는 관문이고 지점인데 한 200년 전부터 생겨난 개념인데 우리가 보는 모든 영화나 연극이나 드라마, 모든 극화된 방식에는 모두 이 원리가 적용이 되는 겁니다. 그런데 그 지점에 대해서 특별히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죠. 왜냐하면 좀 복잡하고 형이상학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조금 어려운 개념이기 때문에. 그런데 거기에서 현실을 넘어선 상상이 시작되는 지점이기 때문에 우리가 왜 상상을 할까? 그다음에 우리의 상상에는 잘된 거, 잘못된 거 또는 오류라든가 습관적인 것들 또는 우리의 어떤 성향들이 거기에 들어갈 수 있는가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래서 제가 많은 시간 동안 일해 왔던, 경험해 왔던 분야의 원리가 어떻게 전시와 그림에 적용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 생각을 하는 중입니다. 그래서 제가 잘 지켜봤더니 현실과 상상은 양립하지 않는데요. 동시에 일어나지 않는데 상상을 하는 지점에 있어서 자기라는 거는 매우 특수하고 특별하고 그 다음에 거기에 많은 열쇠들이, 많은 내용들이 들어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이 전시를 통해서 그림을 보기도 하지만 제가 작업하는 모습과 작업실의 모습을 보기도 하지만 그 제4의 벽을 지켜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가 왜 상상하는지 어떤 지점에서 상상하는지에 대해서 알 수 있게 된다면 참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전시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김용준: 장윤숙 님께서 "박신양 화가님, 전시장 위치 어디인지 다시 한번 알려줄 수 있나요?" 했는데 경기도 평택 엠엠아트센터라고 하셨죠? 그쪽에 가시면 된다고 합니다. 오늘은 혹시 어떤 그림을 그리셨는지 궁금해요. 또 요즘에는 어떤 감정과 고민으로 맞닿아 계신지도 궁금하고요.

◆박신양: 대부분의 시간들을 그림을 그리기 위한 준비 작업을 하면서 보내는데요. 예를 들어서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캔버스 틀을 짠다든가 합판을 만든다든가 그다음에 캔버스를 씌운다든가 뭐 하는 굉장히 안 보이는 일, 그림을 그리기 전에 준비해야 하는 일들을 많이 하고 있고요. 사실은 요즘에 인터뷰를 너무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림을 거의 못 그리고 있고요, 사실은. 이제부터는 그리려고 하고 여전히 제가 지금까지 해 왔던 생각들을 연장시켜서 어떤 그림을 그려야 될까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고 있고 제가 그렸던 그림들을 많은 분들이 또 봐주시고 반응을 하기 때문에 그것도 재미있고요. 그런 생각들을 하고 있습니다.

◇김용준: 제4의 벽. 인문학자 김동훈 교수님과 함께 출간하신 책 제목이기도 하던데요. 책을 살펴보니까 그림과 그 그림에 대한 박신양 씨의 해설 그리고 인문학자 김동훈 교수의 감상과 해설, 해석 이런 것들이 이어지더라고요. 이 책은 어떤 책이고 함께 책을 펴낸 이유는 뭘지요?

◆박신양: 제가 그림을 그리면서 끄적였던 메모, 작가 노트라고 하는데요. 이거를 민음사의 양희정 편집부장님한테 보여드렸었고 책을 내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고 책을 내게 됐고 그다음에 제 글과 그림에 대한 김동훈 철학자님의 해석이 같이 들어간 책이 나오게 됐습니다. 저도 처음으로 그림을 그린 이유와 생각들에 대해서 정말로 솔직하게 가감없이 자세하게 쓰게 됐었고요. 그 다음에 거기에 대한 그림과 글에 대한 해석과 철학자님의 생각을 듣는 기회가 돼서 너무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사실은.

◇김용준: 저는 얼굴을 그린 그림들이 좀 눈에 띄던데 책에도 이런 자화상 또 자아에 대한 고민들을 글로 또 풀어주셨고요. 한 구절을 제가 잠깐 읽어드리면 '내가 만든 캐릭터들은 절대로 나 자신일 수 없으며 캐릭터를 만들어 가는 것은 또 다른 나이기도 하지만 그것 또한 나의 전부가 될 수 없다.' 이런 건 어떤 고민일지요?

◆박신양: 특히 배우들, 연기를 하게 되면 열심히 하면 또 알려지게 되면 그 사람이 그 캐릭터로 사실은 인식이 되죠. 어떻게 보면 오해가 된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떤 배우들은 그게 문제가 아닐 수 있고 큰 질문이 아닐 수 있지만 저한테는 너무 큰 질문이었어요. 나는 과연 그 캐릭터인가? 나는 캐릭터로 대해져도 되는 것인가? 이대로 언제까지 갈 것인가? 그러면 이렇게 계속해서 가는 거를 원하지 않는다면 다른 무슨 방법이 있겠는가 하는 생각들을 좀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림을 그릴 때는 매우 혼자 있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나는 분명히 캐릭터는 아니다. 그러면 나는 누구인가라는 생각을 덕분에 많이 할 수 있게 됐고요. 그림을 그리면 그 생각을 계속해서 할 수 있기 때문에 좋은 것 같습니다.

◇김용준: 그림을 보면 어떤 그림은 대상의 형태는 좀 일그러져 있지만 뭔가 더 적극적이고 좀 활기차다. 이런 느낌을 저는 개인적으로 받았는데 형태가 흐트러진 것, 이거는 해석이나 받아들이는 스스로의 감정에 투영해 장을 좀 열어 놨다는 그런 의미일지요?

◆박신양: 네, 맞습니다. 제가 이제까지 생각을 해 보면 ‘내가 본 것들은 분명한가? 거기에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벗어나지 않을 정도로 옳고 타당한가?’라고 생각을 해 보면 눈을 감았을 때 내가 본 것들이 오히려 더 선명해지고 그다음에 보이는 것뿐만이 아니고 안 보이는 어떤 것에 대한 궁금증과 그거를 알고 싶은 나의 의도가 함께 작용했을 때 그 대상, 그 형태가 오히려 더 분명해진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면 눈에 보이는 거 말고 다른 어떤 것들도 가미된 방식의 그것을 그리는, 대상을 그리는 방식이라는 게 뭔가에 대해서 많이 생각을 하게 됩니다.

◇김용준: 마지막 질문은 저희가 문자 여러분 주셨는데 문자 질문으로 대신하면서 좀 답을 들어볼게요. 일단 임세정 님께서는 "배우라는 일이 타인의 삶을 살아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겠지만 연기하는 순간만큼은 절대 나 자신으로 살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간 박신양으로 살 수 있는 멋있는 통로를 찾으셨네요. 전시회 축하드립니다." 하셨고요. 질문은 이겁니다. 김한수 님, 4025 님 두 분 다 같은 질문 같은데요.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서는 언제 만날 수 있을까요? 그럴 계획이 있다면 궁금합니다." 하십니다.

◆박신양: 몇 년 전에 찍다가 추가 촬영을 해야 돼서 멈춰진 영화가 있었습니다. ‘사흘’이라는 영화인데요. 오늘도 회의를 하고 갔는데 추가 촬영 없이 영화를 마무리하겠다고 해서 잘됐다, 좀 더 쉽게 마무리를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고요. 아마 곧 나오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용준: 올해 상반기 중에 볼 수 있나요?

◆박신양: 잘 모르겠습니다. 그거는 제작사의 스케줄에 따르는 것이기 때문에요. 저도 한번 기다려 보겠습니다.

◇김용준: 알겠습니다. 스크린을 넘어서 전시와 책 ‘제4의 벽’으로 예술 이야기를 나누고 계신 배우이자 화가 박신양 씨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박신양: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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