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의심' 자녀가방 속 녹음기 녹취…"증거 능력 없어"

【 앵커멘트 】 부모가 아이의 책가방에 몰래 녹음기를 넣어서 교사의 폭언을 녹음했다면 이 녹취는 증거로 쓰일 수 있을까요. 이런 방식으로 얻은 녹음은 재판에서 증거로 쓸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이혁재 기자입니다.

【 기자 】 지난 2018년,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3학년 A 군은 교사로부터 수 차례 폭언을 당했습니다.

교사는 "학교 안 다니다 온 애 같다"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검찰은 정서적 학대행위를 했다고 보고 해당 교사를 재판에 넘겼습니다.

피해 학생의 부모가 녹음기를 자녀의 가방에 몰래 넣으면서 교사의 폭언이 드러난 건데, 이 녹음의 증거능력 여부가 쟁점이 됐습니다.

대법원은 해당 녹음의 증거능력이 있다고 보고 일부 유죄를 인정한 1·2심 법원과 전혀 다른 판단을 내놓았습니다.

이 사건의 경우 교사와 대화를 나누는 자녀가 직접 녹음한 것이 아니라, 제3자인 부모가 자녀 몰래 녹음했기 때문에 증거 능력이 없다고 판단한 겁니다.

▶ 인터뷰 : 정은영 / 대법원 공보연구관 -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 녹음파일 등은 원칙적으로 증거 능력이 없고, 그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지 않는 대법원 판례에 따른 판단입니다."

이번 판결은 쟁점이 비슷한 다른 아동학대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유명 웹툰작가 주호민 씨가 자신의 아들에게 아동학대를 했다며 특수학교 교사를 고소한 사건에서도 주 씨가 자녀 몰래 녹음한 수업 내용이 증거로 제출됐습니다.

다만 녹음 파일 외 다른 증거로 죄가 입증된다면 유죄를 내릴 수도 있어 사안마다 다른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MBN뉴스 이혁재입니다 [yzpotato@mbn.co.kr]

영상취재: 한영광 기자 영상편집: 이우주 그래픽: 강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