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학살에 대량학살로 ‘선넘은’ 복수…결국 심판대에 선 이스라엘

진영태 기자(zin@mk.co.kr) 2024. 1. 11.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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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국제사법재판소(ICJ)로부터 팔레스타인 집단학살 의혹에 대한 조사를 받는다.

10일(현지시간) 타임오브이스라엘과 로이터 등에 따르면, 네덜란드 헤이그 ICJ는 11~12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쟁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집단학살을 자행했다는 의혹에 대한 심리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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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법재판소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11일 개최
남아공, 팔레스타인 집단학살 책임 주장
이스라엘, 하마스 테러 강조 웹사이트 개설 항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집을 떠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들이 10일(현지시간) 남부 라파의 텐트 캠프에 대피한 가운데 한 어린이가 야외에 앉아 있다. 얼마 남지 않은 안전 지역에 엄청난 수의 피란민이 몰려들면서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 2024.01.11 [사진 = 로이터 연합뉴스]
이스라엘이 국제사법재판소(ICJ)로부터 팔레스타인 집단학살 의혹에 대한 조사를 받는다.

10일(현지시간) 타임오브이스라엘과 로이터 등에 따르면, 네덜란드 헤이그 ICJ는 11~12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쟁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집단학살을 자행했다는 의혹에 대한 심리를 진행한다.

지난 1948년 유엔에서 ‘집단학살죄의 방지와 처벌에 관한 협약(CPPCG)’이 채택된 이래 이스라엘이 관련 혐의로 재판을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협약은 ‘국민적, 인종적, 민족적 또는 종교적 집단을 전부 또는 일부 파괴할 의도로 행해진 행위’를 집단학살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ICJ의 명령과 결정에 대한 강제성은 없다. ICJ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서도 전쟁금지명령을 내렸지만 아직까지 전쟁은 지속되고 있다.

이번 심리는 지난달 29일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이스라엘을 팔레스타인 대량학살 혐의로 제소한 데 따른 것이다.

남아공은 ICJ에 제출한 84쪽 분량의 소장에서 이스라엘이 하마스 근거지인 가자지구에 벌이고 있는 전쟁이 “팔레스타인 국가, 집단의 본질적 부분을 파괴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정부 전시 각료들의 강경 발언을 근거로 첨부했다.

이스라엘 병사들이 10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에서 지상 작전을 벌이고 있다. 이스라엘 국방부 제공. 2024.01.11 [사진 = AP 연합뉴스]
특히 남아공은 본안재판 전 가처분 성격인 임시조치 명령요청을 통해 ICJ가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전쟁금지조치 명령을 내려줄 것을 요구했다. 남아공은 수 년이 걸릴 수 있는 최종 판결이 날 때까지 “팔레스타인 주민의 권리가 더는 극심하고 회복 불가능하게 훼손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데 필요한 조처”라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남아공의 제소에 반발하면서도 재판을 통해 결백함을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집단학살을 저지른 건 하마스라고 반박했다. 그간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대한 지속적인 테러를 벌여왔고, 지난해 10월 7일 무장대원을 침투시켜 민간인 1200명을 죽이고 240여명을 인질로 납치해갔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날 이스라엘 총리실 산하 국가공공외교부(NPDD)은 ‘2023년 10월 7일 하마스 학살 : 반인도 범죄’라는 제목의 웹사이트를 개설하기도 했다. NPDD 책임자 모셰 아비브는 “세계 시민이 우리가 경험한 끔찍한 학살에 대해 무관심한 상태에 머물지 않도록 지속해서 노력할 것”이라며 “우리는 헤이그 세계법정에 서게 되는데 이 웹사이트는 이스라엘이 피해자임을 세상에 각인시키는 도구가 될 것”이라 설명했다.

10일(현지시간) 예루살렘 구시가지 통곡의 벽에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납치된 이스라엘 인질들의 무사 귀환을 위한 기도회가 열려 유대인들이 참여하고 있다. 오사마 함단 하마스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이 영구 휴전에 응하지 않을 경우 인질의 생사를 보장할 수 없다고 엄포했다. 2024.01.11 [사진 = 로이터 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9일 “이스라엘의 행위가 집단학살이라 볼 만한 근거가 없다. ICJ제소는 세계의 관심만 분산시킬 것”이라면서 “하마스, 헤즈볼라, 후티와 이란의 지지를 받는 세력들은 이스라엘 전멸과 유대인 대량 학살을 공공연히 요구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특히 분개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스라엘정부의 에일론 레비 대변인은 남아공의 이중성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남아공은 2015년 수단 다르푸르 학살의 주범인 오마르 알바시르 전 수단 대통령에 내려진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영장을 무시했으며, 지난해 8월에는 우크라이나 전범행위로 영장이 발부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브릭스정상회의 참석과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내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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