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소송 2심 앞둔 최태원·노소영측 장외 `신경전`

최태원 SK그룹 회장. SK그룹 제공.

노소영(오른쪽부터)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2심 재판부가 변동 없이 향후 심리를 이어가게 됐다. 법조계에서는 기존 재판부가 그대로 재판을 진행함에 따라 최 회장측에 비상이 걸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같은 관측에 최 회장 측은 "합리적인 조치"라는 입장문을 빠르게 배포하면서도 법정 밖 공방전을 이어갔다. 최 회장 측은 "(노 관장 측이) 불리한 판결이 예상된다는 선입견을 퍼뜨리면서 현 재판부를 폄훼했다"며 "더 이상 법정 밖에서 소모적 공방이 없도록 협조해주길 강력히 요구한다"고 경고했다.

서울고법은 11일 이 사건을 심리 중인 가사2부(김시철 강상욱 이동현 부장판사)를 재배당해야 하는지 검토한 결과, 재배당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해당 재판부는 재판을 몇번 더 진행해 결심공판 후 한 두달내 선고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앞서 최 회장은 노 관장이 위자료와 재산분할로 총 2조30억원으로 청구 취지를 변경하자, 변론권을 강화하는 취지에서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 2명을 지난 9일 추가로 선임했다. 이후 김앤장에는 담당 재판부와 인척 관계가 있는 변호사가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가 법관의 3·4촌 친족이 법무법인 등에 변호사로 근무하는 경우 법관이 해당 법무법인이 수임한 사건은 원칙적으로 처리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한 점에 비춰 재판부를 재배당할 소지가 생겼었다.

이를 인지한 재판부는 서울고법 배당권자에게 검토를 요청했고, 검토 요청 사유, 재판의 진행 경과, 심리 정도, 각종 예규와 대법원 권고 의견 등을 종합해 그대로 재판을 진행해도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받았다.

이 사건을 심리 중인 가사2부가 그대로 재판을 진행함에 따라 1심 법원이 "최 회장은 노 관장에게 위자료 1억원과 665억원의 재산을 주라"고 내렸던 판결 내용이 달라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고법 재판부는 1심 재판부와 달리, 노 관장측의 요구대로 최 회장의 개인금융계좌에 대한 공개신청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조만간 재판 일정을 새로 잡고 심리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양 측은 계속 법정 밖 설전을 벌이고 있다. 노 관장 측 대리인은 "판결 결과가 자신들에게 불리할 것을 예상한 원고가 재판부를 쇼핑하려다가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반면 최 회장측 변호인단은 입장문을 내고 "법원과 담당 재판부가 관련 규정과 원칙에 따라 결정하면 될 문제에 대해 피고 측이 재판부에 제출한 의견서까지 포함해 입장문을 언론에 배포한 것은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피고 측은 이 재판 초기에 배당된 재판부가 불리하다고 판단하고 재판부와 인척관계에 있는 변호사가 소속된 법무법인을 선임해 재판부를 작위적으로 변경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반면 최근 원고의 대리인단 추가는 추가사유, 재판진행 정도 등에 비춰 재판부 변경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내부 사전 검토를 거쳐 선임한 것"이라며 "그럼에도 피고 측은 자신들의 '재판부 쇼핑' 행태에 비춰 원고 측을 의심하며 악의적 비방을 통한 여론전을 전개했다"고 주장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