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전력 포화' 막고자 첫발 뗀 분산에너지…"지역요금제 등 파격지원 필요"

김형욱 2024. 1. 11.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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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분산에너지 세미나]
올 6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시행
지역별 차등 요금제 도입 근거 마련되고,
특구 중심 에너지 신산업 활성화 계기 마련
"왜곡된 '한전 독점' 체제에선 한계 존재,
시장 과감히 열고 보조금 지원 확대해야"

[이데일리 김형욱 김성진 김은경 기자] 정부가 수도권 전력수요 포화를 완화하고자 분산에너지 제도의 첫발을 뗐다. 올 6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하 분특법) 시행을 계기로 각 지방자치단체(지자체)에 분산에너지 특구를 지정해 다양한 특례를 주고 에너지 신산업 활성화와 국가 차원의 전력 생산-소비 지역 매칭을 꾀한다. 전력 다소비 사업장을 발전량이 많은 지역으로 옮겨갈 수 있는 유인을 만들고자 분특법 시행과 함께 법적 근거를 갖추게 된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 정책을 검토한다.

이데일리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국회기후변화포럼·박수영 국회의원·대한상의SGI와 공동주최한 ‘분산에너지법 후속 이행과제와 산업 활성화 방안’ 세미나를 열었다. 이곳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지역별 차등 요금제 도입을 비롯한 과감한 전력 관련 제도 혁신과 초기 지원 정책이 있어야 실효를 거둘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김희집 에너아이디어 컨설팅 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데일리-박수영 국민의힘 의원·대한상공회의소 SGI 공동개최로 열린 ‘분산에너지법 후속 이행과제와 산업 활성화 방안 세미나’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과감한 지역별 요금제로 국가 총비용 줄여야”

김희집 에너아이디어 컨설팅 대표(서울대 객원교수)는 기조발표에서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국가 차원의 전력 보급에만 집중해 전국에서 전기요금이 동일한 일물일가(一物一價) 체계를 유지해 왔으나 한계에 부딪힌 상황”이라며 “분특법 시행을 계기로 과감한 지역별 가격정책을 시행해 국가 총비용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발전량이 미미한 수도권이 전체 전력 수요의 40%를 차지하고 있어 충청과 강원, 영·호남 등 지역에서 발전(發電)한 전력을 장거리 송전선로를 통해 끌어와서 쓰는 구조다. 여기에 인공지능(AI) 산업 발전과 맞물려 데이터센터 같은 전력 다소비 설비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현 체제가 한계에 이른 상황이다. 수도권 전력 수요 증가를 고려하면 송전선로 구축에만 56조원 이상의 비용이 필요하고 배전망과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통한 전력 운용 안정을 포함하면 100조원 이상의 천문학적인 비용이 필요하고 그조차 주민 수용성 때문에 제대 건설되리라 보장하기 어렵다.

김 대표는 “신규 투자를 검토하는 전력 다소비 기업에 충분한 (가격) 신호를 줘서 국가 차원의 전력 수요-공급 불일치를 해소해야 할 때”라며 “10~20% 정도의 차이가 아니라 두 배 이상의 과감한 차이를 줘 시장 혁신의 물꼬를 틔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윤제용 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 교수와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전력정책연수실 선임연구위원, 주성관 고려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박경원 대한상공회의소 SGI 연구위원, 김형중 한국에너지공단 분산에너지실장, 박상희 산업통상자원부 신산업분산에너지과 과장, 박종배 건국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교수(왼쪽부터)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데일리·국회기후변화포럼·박수영 국민의힘 의원·대한상공회의소 SGI 공동개최로 열린 ‘분산에너지법 후속 이행과제와 산업 활성화 방안 세미나’에서 청중들의 질의를 받고 있다.
“파격적 초기 정부 지원 뒤따라야 활성화 가능”

전문가들은 정부가 파격적인 초기 지원책을 통해 분산에너지 활성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분산에너지 신산업이 현 한전 독점 체제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아 분산에너지 체제를 활성화하려면 정부의 지원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에너지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분특법 시행과 함께 울산, 제주 등 각 지방자치단체(지자체)에 분산에너지 특구를 지정해 각종 특례를 부여할 예정이다. 현재 구체적 내용을 담은 하위 법령(시행령·시행규칙)을 제정하고 있다. 다만, 법 시행 초기인 만큼 아직 지원 예산은 제한적이고, 당장 파격적인 지역별 요금제 도입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박종배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분산에너지 체제를 활성화하려면 시행 초기에 (전력)시장을 과감하게 개방하고 새로운 판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분특법 시행으로 특구 내에서 독점적 전력 공기업인 한국전력(015760)공사(한전)를 거치지 않은 ‘전력 직거래’가 가능해졌지만, 이것만으론 민간 주도의 전력 매매가 이뤄지기 어렵고, 분산에너지 활성화도 자연스레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박종배 건국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교수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데일리·국회기후변화포럼·박수영 국민의힘 의원·대한상공회의소 SGI 공동개최로 열린 ‘분산에너지법 후속 이행과제와 산업 활성화 방안 세미나’에서 ‘분산에너지법 활성화를 위한 후속정책과제’란 주제로 발제를 하고 있다.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미래 전력체계는 결과적으로 분산에너지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면서도 “분특법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기요금 자체가 원가 이하로 왜곡된 현 상황에서 지역별 요금제 시행은 물론 분산에너지 특구 내 에너지 신산업 추진이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그는 “결국 정부 보조금이나 지원 없인 제대로 된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경원 대한상공회의소 SGI 연구위원은 분산에너지 특구를 지역 균형발전 정책인 기회발전 특구와 연계하는 식으로 기업에 대한 정책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기업 입장에서 에너지 비용 부담 완화만으로 지역 이전은 어려운 상황”이라며 “추가적 지원 방안 구체화와 세제 혜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부 역시 법 시행 초기 현실적 한계 속에서도 분산에너지 활성화를 위한 지원 확대 의지를 밝혔다. 산업부 관계자는 “분특법이 시행되더라도 지자체나 기업이 바라는 모든 걸 다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분특법 하위법령 제정 과정에서 ‘전력 직거래’ 허용과 함께 업계 의견을 반영하고 보조금 지원과 세제 혜택 확대 등 지원책을 추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분산에너지란? 전기 등 주요 에너지의 수요-공급 지역을 일치시키는 시스템의 총칭. ‘지역 생산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한다’는 지산지소(地産地消)의 개념이다. 전통적 중앙집중형 전력 수급 체계와 대비된다. 국내에선 지금까지 개념적으로만 존재했으나 올 6월 특별법 시행으로 그 기반이 갖춰질 것으로 기대된다.

김형욱 (ner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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