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고기 금지법’ 통과됐지만 진짜 전쟁은 지금부터…폐업 지원·사육견 보호 놓고 ‘3파전’

곽소영 2024. 1. 11.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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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식용 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한 지 이틀이 지난 11일, 경기 성남 모란시장은 여느 평일보다도 한산했다.

하지만 전국 1100여곳의 식용 개 농장에 사육되고 있는 약 52만 마리의 운명과 농장주, 도축·유통상인, 식당 주인 등에 대한 폐업 및 전업 지원 방안을 놓고 정부와 업계, 동물보호단체의 시각이 엇갈려 지금부터 '이전투구'(泥田鬪狗)가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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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식용 금지법 국회 통과···3년 뒤 전면 금지
보신탕 업주 “보상만 해주면 당장 정리” 업계 반발
정부, 보상보단 철거비 등 ‘업종 전환 지원’ 가닥
사육견 보호 대책도 논란…안락사 우려도
식용 개 조사 현황

개 식용 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한 지 이틀이 지난 11일, 경기 성남 모란시장은 여느 평일보다도 한산했다. 식당과 건강원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이런 날이 올 줄은 알았지만 개소주와 개고기 판매가 매출의 60%가 넘는데 억장이 무너진다”면서 “보상만 해 준다면 당장이라도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강원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말이 쉬워 전업이지 30년 넘게 한 일인데 하루아침에 바꿀 수가 있나”라며 “끝까지 버틸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 통과로 1988년 서울올림픽 때부터 전 세계적으로 논란의 대상이 됐던 ‘개고기’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하지만 전국 1100여곳의 식용 개 농장에 사육되고 있는 약 52만 마리의 운명과 농장주, 도축·유통상인, 식당 주인 등에 대한 폐업 및 전업 지원 방안을 놓고 정부와 업계, 동물보호단체의 시각이 엇갈려 지금부터 ‘이전투구’(泥田鬪狗)가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별법은 3년의 유예기간을 둔다. 2027년부터 식용 목적으로 개를 사육하고 도살, 판매하면 최대 3년의 징역 또는 최대 30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다음달 법이 공포될 경우 6개월 안에 ‘개 식용 종식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여기에 폐업 및 전업 지원, 농장주가 소유권을 포기한 개의 보호 및 관리 사항 등을 담아야 한다.

개 식용금지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한 11일 오전 경기 성남 모란시장 보신탕 골목에 손님들의 발길이 끊겨 있다. 신동원 기자

최대 쟁점은 전업·폐업 지원 대책이다. 사육농장과 보신탕집 등은 특별법 공포 후 3개월 안에 시설 명칭과 규모, 영업 사실 등을 지방자치단체에 제출하고 6개월 내에 어떻게 전업, 폐업을 진행할지 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특별법에는 ‘국가 또는 지자체는 폐업 등에 필요한 지원을 해야 한다’, ‘전업에 필요한 시설 및 운영자금 등을 지원해야 한다’고 두루뭉술하게 돼 있다.

주영봉 육견협회장은 “국민의 재산권을 뺴앗는 법인데도 정당한 보상과 세부 대책은 마련돼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협회는 헌법 소원도 검토 중이다. 협회가 주장하는 ‘정당한 보상’은 최소 5년의 영업 손실 보상금으로, 한 마리당 200만원을 요구하고 있다. 2022년 정부 조사에 따르면 식용 개 사육 농가는 1156곳, 개체수는 52만 1121마리다. 협회 요구대로면 1조원이 넘는 재원이 필요하다.

반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한 마리당 40만원으로 알고 있다”며 터무니없다는 입장이다. 당초 법안에 ‘정당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해야 한다’는 문구가 포함됐지만, 검토 과정에서 기재부가 “불법 사육 농가까지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오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해 삭제됐다. 농식품부는 ‘보상’ 개념이 아닌 업종 전환에 필요한 절차를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전업과 폐업에 필요한 철거비 지원, 저리 자금 융자 등이 포함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날일월-03월-국제강아지의날-강아지 공장 폐쇄 촉구 기자회견 - 23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유플렉스 앞 스타광장에서 동물해방물결 회원들이 ‘국제 강아지의 날’을 맞아 개 식용 문제의 종식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3.23 뉴스1

정부로서는 사육되고 있는 개의 처리 방안과 동물보호단체 반발도 고민스럽다. 농장주가 직접 처리 방법을 정해 전업·폐업 계획서를 내야 하는데, 계획대로 처리를 안할 경우 수용할 보호시설이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영세 업체까지 포함하면 200만 마리에 이른다는 추측이 있어 개들이 안락사를 당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정책팀장은 “정부가 개체수당 보상 개념으로 접근하면 업자들이 더 많은 돈을 받기 위해 개체수를 늘릴 것”이라며 “늘어난 개의 처리 방안과 소유권 논란도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정부는 동물보호단체와 논의해 가능하면 기본계획 안에 처리 방안을 담겠다는 입장이다.

세종 곽소영·성남 신동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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