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코틴 살해' 아내 파기환송심서, '무죄 주장'…검찰, 무기징역 구형

수원법원종합청사 전경. 경기일보DB

 

검찰이 남편에게 치사량이 넘는 니코틴 원액을 탄 음식을 먹여 살해한 혐의로 1심과 2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받은 30대 여성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수원고법 형사1부(고법판사 박선준 정현식 배윤경) 심리로 11일 열린 A씨(39)의 살인 등 혐의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이같이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 측은 “피고인의 진술과 부검 결과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피고인이 니코틴을 음용하게 해 살해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고인과 변호인은 계속해 피해자가 응급실을 다녀온 후 자살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귀가하면서 자녀에게 ‘아빠가 아파서 미안해’라고 말하는 등 자살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단순히 피고인의 외도 문제로 자살을 결심했다는 것은 납득이 어렵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이날 검찰은 구형에 앞서 변호인이 제출한 니코틴 용액을 재판부와 함께 시음해 보기도 했다. 검찰은 물에 용액을 몇 방울 섞어 마셨지만 별다른 반응은 없었다. A씨 측은 음식에 니코틴 용액을 넣을 경우 냄새로 충분히 이를 알아차릴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A씨의 변호인은 최후 변론에서 “검찰이 주장하는 부분은 파기환송심 전에도 주장했으며 대법원에서 파기시켰다”며 “파기환송심에서 공소장을 변경했는데 이는 재판에서 한 번도 주장하지 않았던 살인 방법이다. 그동안 수사가 얼마나 부실하게 진행됐는지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사건은 처음부터 수사기관에서 범인을 잘못 지목해 진행된 사건”이라며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해달라고”고 말했다.

최후진술을 통해 A씨는 “제 사건을 제발 무죄로 살펴봐 주시고 진실을 밝혀주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A씨는 2021년 5월 26∼27일 남편에게 3차례에 걸쳐 치사량 이상의 니코틴 원액이 음식물 등을 먹도록 해 남편이 니코틴 중독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다. 남편은 A씨가 26일 건넨 음식물 등을 먹고 속쓰림과 흉통 등을 호소하며 그날 밤 응급실에 다녀왔으며 A씨는 귀가 후인 27일 새벽 1시30분~2시께 남편에서 찬물을 건넸다. 이를 받아마신 남편은 오전 3시께 사망했다.

앞서 1심은 미숫가루와 흰죽, 찬물을 통한 범행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지만 2심은 찬물을 통한 범행만 유죄로 인정했다. 지난 7월 대법원은 “유죄 부분에 대해 제시된 간접증거들이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적극적 증거로서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며 2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김은진 기자 kimej@kyeongg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