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사과정서 부실 발견땐 중단···태영건설 경영정상화까 '산넘어 산'
티와이홀딩스·SBS 지분 담보 등
추가 자구계획에 채권단 설득 성공
금융채권 최대 4개월간 행사 유예
예상 못한 우발채무 가능성 여전
에코비트 등 계열사 매각도 숙제
태영건설 채권단이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 개선 작업)을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태영건설과 협력사들 모두 한숨을 돌리게 된 가운데 금융권에서는 앞으로 3개월 동안 진행될 실사 과정에서 넘어야 할 산이 더 많다고 보고 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순항하더라도 예전과 같은 위상을 되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 투표 찬성률이 투표 마감 시한(12일 0시) 전에 무난히 75%를 넘겼음에도 태영건설을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가 더 많이 나오는 것은 이번 투표가 워크아웃 절차 ‘개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태영그룹이 3일 채권단 설명회에서 자신한 것처럼 우발채무가 2조 5000억 원 수준에서 그칠지, 다른 데서 부실이 터질지 등 3개월간의 까다로운 회계법인 실사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상황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어서다.
실제로 금융권과 건설 업계는 실사 중 예상치 못한 우발채무가 태영건설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앞서 태영건설은 “본PF 분양률이 75% 이상이거나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등은 실질적으로 우발채무 가능성이 없다”며 전체 보증채무 9조 5044억 원 중 약 7조 원이 무위험 보증이라고 했지만 여기서 우발채무가 새롭게 발견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 경우 태영그룹은 워크아웃 개시를 위해 내놓은 자구 계획보다 더 강도 높은 추가 자구 계획을 제시해야 하며 심각할 경우 채권단이 워크아웃 개시 결정을 철회할 수도 있다.
또 태영그룹은 추후 태영건설의 유동성 부족이 발생할 경우 계열주가 보유한 티와이홀딩스 지분과 티와이홀딩스가 보유한 SBS 지분 전부를 내놓겠다고 약속했는데 이 지분 담보가 필요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태영그룹이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워크아웃이 중단될 가능성도 있다. 산은 측은 “실사 과정에서 계열주와 태영그룹이 약속한 자구 계획 중 단 하나라도 지켜지지 않거나 대규모 추가 부실이 발견될 경우 워크아웃 절차를 중단할 수 있다”고 전했다.
태영그룹이 맞닥뜨린 또 하나의 벽은 ‘계열사 매각’이다. 태영그룹은 태영건설 부족 자금을 메우기 위해 주요 계열사인 에코비트와 블루원 등을 매각하기로 했는데 매각이 지연되거나 태영그룹이 당초 예상한 만큼의 가격을 받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에코비트의 시장가는 1조~2조 원, 블루원의 시장가치는 3000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다만 이른 시일 내에 매각해야 하는 입장인 만큼 금융권에서는 ‘헐값 매각’ 가능성도 점쳐지는 상황이다. 산은 측은 “주요 자산을 매각해야 하는 자구 계획의 특성상 자구 계획 이행이 지연돼 실사 기간 중 부족 자금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 논의하고 향후 대응 방안을 채권단과 지속적으로 협의해갈 것”이라고 했다.
워크아웃 개시 투표 전 태영그룹의 ‘자구 계획 약속 파기’ 논란의 불을 지폈던 티와이홀딩스 연대보증 채무 이슈 역시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티와이홀딩스의 연대보증 채무는 상환이 유예되는 워크아웃 대상 채무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채권단이 앞다퉈 티와이홀딩스에 상환을 요구할 수도 있다. 앞서 태영그룹이 채권단의 강한 반발을 감수하면서까지 태영건설에 직접 지원하기로 했던 1549억 원 중 890억 원을 티와이홀딩스 보증채무 상환에 쓴 것도 이를 우려해서였다.
이에 금융 당국은 태영건설이 워크아웃 개시 조건을 충족하면 비조치의견서 등을 발급해 지주사 연대보증 채무를 유예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지만 강제 사항은 아니다. 금융회사의 한 관계자는 “금융 당국이 추후 문제 삼지 않는다고 했어도 제때 상환 청구를 하지 않을 경우 주주 측에서는 배임 문제를 걸고 넘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태영건설이 혹독한 워크아웃 절차를 거쳐 ‘워크아웃 졸업’에 성공하더라도 태영건설이 과거와 같은 위상을 찾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의견이 건설 업계에서 나온다. 실제로 2009년부터 건설사들의 워크아웃이 잇달아 진행됐는데 정상화에 성공한 기업은 더러 있지만 예전과 같은 위상을 되찾은 기업은 거의 없다. 풍림산업은 2009년 시공 능력 평가 25위였지만 워크아웃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거치면서 지난해 기준 98위까지 밀렸다. 경남기업은 10위권의 중견 건설사였지만 현재는 82위까지 내려앉았고 남광토건은 38위(2009년)에서 지난해 62위로, 금광기업은 46위에서 96위로 미끌어졌다. 모두 워크아웃에 들어가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과거에 쌓아놓은 명성과는 거리가 있다. 2009년 워크아웃을 경험했던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채권단의 요구로 핵심 자산인 부산에 보유했던 아파트 건설 부지까지 타 기업에 팔 수밖에 없었다”며 “자산을 팔아 채권단의 돈을 갚을 수는 있었지만 정작 우리가 재기할 수 있는 자산은 하나도 남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이 때문에 건설 업계 일각에서는 채권을 무사히 회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업도 재기할 수 있게 채권단이 함께 도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워크아웃 개시는 끝이 아니라 말 그대로 시작에 불과하다”며 “향후 태영그룹의 자구 의지, 실사 결과 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윤진 기자 jo@sedaily.com박성호 기자 junpark@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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