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폭언 밝히려 몰래 한 녹음, 증거능력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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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자녀 책가방에 녹음기를 몰래 넣어 교사 발언을 녹음하고 교사를 아동 학대로 신고한 사건에서 해당 녹음 파일을 재판 증거로 쓸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날 대법원 판결은 녹음 파일 증거능력의 유무만을 판단한 것이며, 교사 A씨의 아동 학대 여부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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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자녀 가방에 녹음기 숨겨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 해당”
학대 피소 교사 벌금형 원심 파기
교원단체 “불법녹음 근절 계기를”
A씨는 서울 한 초등학교 3학년 담임교사이던 2018년 3∼5월 전학 온 학생에게 “학교 안 다니다 온 애 같다. 1, 2학년 때 공부 안 하고 왔다 갔다만 했나 봐” 등 16차례에 걸쳐 ‘정서적 학대’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학생의 어머니가 아동 학대를 의심해 경찰에 신고했다. 그는 자녀 책가방에 넣은 녹음기로 A씨 발언을 녹음하고, 녹음 파일과 녹취록을 제출했다.
1심은 정서적 학대 행위로 인정해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아동 학대 재범 예방 강의 40시간 수강을 명했다.
항소심에선 문제의 녹음 파일 증거능력이 쟁점이 됐다. 통신비밀보호법상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는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해 청취할 수 없고, 재판에서 증거로 쓸 수도 없다.
2심은 A씨 발언 16건 중 14건을 유죄로 인정하며 “피고인 행위는 중대한 범죄행위로 그 증거를 수집할 필요성이 인정되고, 이 사건 대화가 통신비밀보호법 보호 대상인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초범이고 반성하는 점 등을 참작해 원심을 깨고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피해 아동 부모가 몰래 녹음한 피고인의 수업 시간 중 발언은 ‘공개되지 않은 대화’, ‘타인 간 대화’”라며 “녹음 파일은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증거능력이 부정된다”고 판단했다. A씨 발언은 특정된 학생 30명에게만 공개됐을 뿐, 공중이나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지 않았으며, 피해 아동 부모는 해당 대화에 참여한 당사자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대법원은 또 “대화 내용이 공적 성격을 갖는지, 발언자가 공적 인물인지 등은 공개되지 않은 대화 여부를 판단하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녹음 파일의 증거능력에 대한 법리 오해를 이유로 원심 판결을 파기한 것으로, (A씨) 유무죄를 종국적으로 판단한 게 아니다”고 덧붙였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교육 활동 무단 녹음 행위와 유포는 명백히 불법임을 밝힌 마땅한 판결”이라며 “교육 활동 불법 녹음·유포를 근절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진영·김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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