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세상 떠난 사회복지사…회사는 사과 한마디 없다

이승욱 기자 2024. 1. 11.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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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서 아내가 숨졌는데 회사 쪽에서는 아직도 사과 한마디 없어요."

11일 인천 연수구에 있는 ㄱ사회복지법인 사무실 앞에서 만난 계율(44)씨는 100일 전 아내인 고 김경현 사회복지사의 죽음을 생각하면 눈물만 나온다며 입을 뗐다.

이날 오후 4시 김경현 사회복지사 직장 내 괴롭힘 진상규명·책임자 처벌 인천지역대책위원회는 ㄱ사회복지법인 앞에서 김씨를 기리는 100일 추모제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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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노동청, 괴롭힘 인정…소속 사회복지법인에 과태료
11일 오후 4시 인천 연수구에 있는 사단법인 ㄱ사회복지법인 사무실 앞에서 고 김경현 사회복지사의 죽음을 추모하는 100일 추모제가 열리고 있다. 이승욱기

“직장에서 아내가 숨졌는데 회사 쪽에서는 아직도 사과 한마디 없어요.”

11일 인천 연수구에 있는 ㄱ사회복지법인 사무실 앞에서 만난 계율(44)씨는 100일 전 아내인 고 김경현 사회복지사의 죽음을 생각하면 눈물만 나온다며 입을 뗐다. 김씨는 지난해 10월 4일 오전 10시 자신이 일하던 ㄱ사회복지법인 건물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씨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힘들다”는 취지의 내용을 유서에 적었다.

김씨는 2005년부터 장애인 자립 운동을 펼쳐온 활동가였다. 김씨 본인도 과거 회사 상사의 폭행으로 허리를 다쳐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장애인이었다. 10여년의 활동기간 중 김씨는 직접 장애인 자립센터를 세우기도 했고, 하루에 2시간씩 발달 장애인인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도 했다. 그러다 지인 소개로 2022년 11월 ㄱ사회복지법인과 고용 계약을 맺었다. 계씨는 “아내가 당시 계약서를 쓰고 와서 드디어 정규직이 됐다고 기뻐했던 기억이 있다. 집에서 축하한다고 앞으로 열심히 하라고 격려도 해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ㄱ사회복지법인에서 김씨의 삶은 고통이었다. ㄱ사회복지법인의 대표이사 ㄴ씨는 사회복지법인에 속한 활동지원사가 산재 처리 방법을 문의했을 때 김씨가 성실히 답변해 준 것을 문제 삼았다고 한다. 김씨와의 대화를 수시로 녹음하기도 했다. 계씨는 “대표가 아내를 다른 방으로 부른 뒤 오랜 시간 동안 질책했다”며 “그런 일이 있을 때면 아내는 집에서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만두라고 조언을 했지만 버텨낼 수 있다고 했는데…”라고 했다.

김씨가 숨진 뒤 민주노총 정보경제서비스연맹 다함께유니온은 중부지방고용노동청에 ㄱ사회복지법인의 근로감독을 요청하는 청원서와 진정서를 냈다. 중부노동청은 지난 9일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된다며 ㄱ사회복지법인에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하겠다는 결과를 알려왔다. 중부노동청 광역근로감독과 쪽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산재 처리 방법을 알려준 행위에 대해 질책하는 행위가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선다고 판단했다”며 “대화를 녹음한 행위 등도 피해자에게 심리적 압박을 줬을 것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4시 김경현 사회복지사 직장 내 괴롭힘 진상규명·책임자 처벌 인천지역대책위원회는 ㄱ사회복지법인 앞에서 김씨를 기리는 100일 추모제를 열었다. 추모제 참석자들은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 처벌, ㄱ사회복지시설 법인 해산 등을 요구했다. 강주수 인천지역연대 상임공동대표는 “ㄴ씨는 중부노동청의 근로감독 결과에 대해 이의신청한다고 한다”며 “ㄴ씨는 지금 당장 대표 자리를 사퇴하고 ㄱ사회복지법인은 김씨 죽음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준 인천사회복지사협회장은 “인권을 보장한다는 사회복지법인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고 사회복지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현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 현장”이라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ㄴ대표는 “산재 처리 방법을 안내한 행위를 문제 삼지 않았다. 산재를 신청할지 말지는 활동지원사가 결정할 문제인데 김씨가 자의적으로 판단해 산재 신청을 해야 한다고 안내한 부분을 지적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대화를 녹음한 행위는 업무 지시 내용을 김씨가 계속 듣지 못했다고 말해서 기록으로 남겨놓기 위해 했던 것”이라며 “김씨를 질책한 행위도 언성을 높인 적은 있지만 업무상 미숙한 부분에 대해 지적을 한 것이지 괴롭히고자 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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