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이더리움?… ETF 기대감에 들썩이는 코인시장 [새 전환기 맞은 가상자산]

안승진 2024. 1. 11.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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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비트코인 현물ETF 승인
5월 승인여부 결정… 시장은 벌써 반응
이더리움 9%↑… 알트코인 일제히 상승
복잡한 절차 해소… 시장 접근성 개선에
美 자산운용사 공격적 판매경쟁 나서
SEC위원장 “증권승인 신호 아냐” 경고
전문가 “올해 1000억弗 자금 유입 전망”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가상자산 증권 상장을 승인할 의향이 있다는 신호가 결코 아니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10일(현지시간)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하면서 다른 가상자산으로 기대감이 확산될 것을 우려했다. 이번 결정을 계기로 비트코인이 현물로서 정식 금융시장에 진입하게 됐지만 다른 가상자산까지 비트코인의 뒤를 잇는다면 미 금융당국의 가상자산 규제 근거가 빈약해질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AP연합뉴스
SEC는 발행사가 없어 중앙에서 통제받지 않게 설계된 비트코인을 제외하고 다른 가상자산인 알트코인(얼터너티브 코인)을 모두 ‘증권’으로 규정하고 있다. 자산운용사들이 비트코인 현물 ETF와 형평성을 계기로 시가총액 2위 가상자산인 이더리움 등 현물 ETF 승인을 요청한다면 SEC가 그동안 규제 근거로 삼았던 증권성에 대한 논의가 재점화할 가능성이 크다.

블랙록, 아크 인베스트먼트, 피델리티 등 주요 자산운용사들은 이미 SEC에 이더리움 현물 ETF에 대한 신청서를 내 승인 여부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자산운용사 반에크가 신청한 이더리움 현물 ETF에 대한 답변 기한이 오는 5월23일로 가장 임박했는데, 이때쯤 SEC는 가상자산 현물 ETF에 대한 결정을 다시 내려야 한다.

에릭 발추나스 블룸버그 ETF 연구원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하면서 이더리움 ETF를 승인하지 않는 시나리오는 있을 수가 없다”며 “5월까지 이더리움 현물 ETF가 승인될 가능성은 70%”라고 내다봤다.
시장도 이런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 11일 가상자산 중계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이더리움 가격은 전날 대비 9% 상승했고 리플, 에이다, 아발란체 등 가상자산이 5~10%대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비트코인이 현물 ETF 승인에도 1% 안팎의 소폭 상승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ETF에 대한 기대감이 알트코인으로 쏠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ETF를 통해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접근성이 개선되면서 투자자 보호 이슈도 다시 불붙을 전망이다. 이전에는 개인 투자자가 가상자산 투자를 하기 위해 가상자산 거래소에 직접 계정을 만들고 자산에 대한 별도 지갑을 생성하는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했지만 이제는 주식처럼 거래소에서 현물 ETF 상품을 사면 되기 때문에 매매 과정이 간편해진다.

미국 규제 당국인 SEC 입장에서는 가상자산의 높은 변동성에 대한 투자자 보호에 더욱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겐슬러 위원장이 “투자자들은 비트코인과 가상자산의 가치가 연계된 상품과 관련된 수많은 위험에 대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경고한 배경이다.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받은 자산운용사들은 수수료 무료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며 공격적인 경쟁에 나선 상태다. 아크 인베스트먼트&21셰어즈, 위즈덤트리, 인베스코&갤럭시, 발키리, 피델리티 등 자산운용사들은 비트코인 현물 ETF의 운용 보수를 한시적으로 안 받는 프로모션에 나섰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도 연 0.25% 운용 보수를 측정했지만 1년간 연 0.12%로 할인하는 이벤트를 실시할 계획이다. 미국 퇴직연금(401K) 등 기관 자금까지 비트코인 현물 ETF 상품으로 흐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 가격이 올해 본격적인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오는 4월에는 비트코인 발행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가 예정돼 있다. 비트코인은 컴퓨터가 암호를 풀고 보상으로 발행되도록 설계됐는데, 일정 수량마다 발행량을 절반으로 줄여 물량을 조절한다. 통상 4년마다 반감기가 돌아오고 있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뉴스, 자산운용사들의 광고, 거래량 및 자금 유입 뉴스, 주요 기관투자자의 투자 뉴스, 비트코인 반감기 등이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며 자금 유입으로 연결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비트코인 현물 ETF에 1000억달러의 자금 유입이 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가상자산 침체기가 이어지며 영업이익이 대폭 감소했던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도 훈풍이 불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 지분을 가진 우리기술투자와 한화투자증권은 이날 증시에서 각각 29.98%, 29.99% 상승하며 상한가를 찍었다. 빗썸코리아의 지분을 가진 티사이언티픽은 20.35% 주가가 상승했고, 티사이언티픽 대주주인 상장사 위지트는 29.89% 올라 상한가를 기록했다.

ETF(Exchange Traded Fund·상장지수펀드)란=ETF는 펀드 상품을 거래소에 상장시켜 투자자들이 주식처럼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상품이다. 국내 코스피, 미국 나스닥 등 주요 지수부터 채권, 원자재, 통화, 인버스(반대추종) 등 다양한 자산과 전략을 추종하는 상품으로 발전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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