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 칼럼] 운동권 청산론이 공감받는 치명적 이유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주축 구성원인 86운동권 세대 청산을 강조하고 나섰다. 한 위원장은 지난달 26일 취임 일성으로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일단 당내에서는 호응이 있는 모습이다. 한 위원장의 불출마 선언과 86운동권 청산은 민주당을 겨냥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총선 정권 심판론'에 운동권 청산으로 대응 프레임을 걸고 한 위원장 스스로 불출마 희생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최근 전당대회 돈 봉투 관련 혐의로 법정 구속되고 기소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지난 달 한 행사장에서 한 전 장관을 "어린놈"으로 지칭해 큰 논란이 일었는데, 이에 한 전 장관은 "송 전 대표 같은 사람들이 어릴 때 운동권 했다는 것 하나로 사회에 생산적인 기여도 별로 없이 자그마치 수십 년간 자기 손으로 돈 벌고 열심히 사는 대부분 시민들 위에 도덕적으로 군림했다"고 응수했다.
한 위원장이 강조하는 86세대 운동권 청산 주장은 여론조사에서 높은 공감대를 만들어내고 있다. 조선일보와 TV조선이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2월 30~31일 실시한 조사(전국1018명 무선가상번호 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3.1%P 응답률 13.9%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80년대 민주화 운동을 주도했던 60년대 생 이른바 운동권 정치인들에 대해 현실정치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86세대 운동권 정치인 퇴진론에 대해 공감한다는 의견이 응답자 10명 중 6명에 가까운 58%로 나타났다. 압도적이다.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36%로 나왔다.
86세대 운동권 출신이 주축인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는 성향이 강한 30대와 40대 그리고 50대에서 86세대 운동권 정치인 퇴진론에 공감하는 의견이 각각 56%, 58%, 60%로 압도적으로 나왔다.
지역별로 볼 때 오는 총선에서 가장 중요한 지역인 서울과 인천, 경기 수도권에서 86세대 운동권 정치인 청산 퇴진론은 60% 남짓할 정도로 높게 나타났다. 중도층도 다르지 않았다. 국민의힘 지지층은 무려 10명 중 8명이 넘는 83%가 86세대 운동권 정치인 청산에 공감하는 것으로 나왔다. 민주당 지지층은 운동권 정치인 퇴진론에 대해 공감하지 못한다는 의견이 52%로 절반을 넘겼지만 청산해야 한다는 답변이 42%로 낮지 않은 비율이었다.
한 비대위원장은 "중대 범죄가 법에 따라 처벌받는 걸 막는 게 지상 목표인 다수당이, 더욱 폭주하면서 이 나라의 현재와 미래를 망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면서 "그런 당을 숙주 삼아 수십 년간 386이 486, 586, 686 되도록 썼던 영수증을 또 내밀며 대대손손 국민들 위에 군림하고 가르치려 드는 운동권 특권 정치를 청산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 총선에서 이재명 대표에 대한 심판과 86 운동권 청산을 전면에 내걸겠다는 걸 명확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죽하면 민주당의 정치적 자산으로 성장했던 이낙연 전 대표마저 86세대 운동권 정치인들에 대한 저격을 마다하지 않았겠는가. 이 전 대표는 "민주당 의원의 44%가 전과자"라고 한 발언이 화제가 된 가운데,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저는 민주당 국회의원 44%가 전과자라고 발언한 바 있다"면서 "한 시민단체 통계를 인용한 발언이었는데, (정확히) 계산해보면 44%가 아니라 41%가 맞다"며 이같이 밝혔다.
실제로 한 설문 조사는 86세대 정치인 출신들이 오랫동안 기득권을 누리는 정치권에서 군림해온 사실에 대해 비판적인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일보가 지난 2021년 6월 오픈서베이에 의뢰해 성인 남녀 103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모바일 설문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3.04%P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 및 발표 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가장 시급하다고 보는 정치개혁 부문'을 묻는 질문(복수응답)에 '정치권 세대교체'(54.1%)를 가장 많이 꼽았다. 2위에 오른 선택은 '정경유착 근절'(51.7%)이었다.
눈에 띄는 점은 젊은 층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세대에서 '세대교체'를 1위의 과제로 택했으며, 정치권이 대의보다 기업이나 경제 기득권의 이해를 대변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드러난 것으로 풀이된다. 4월 10일 총선의 중요한 성격 중 하나가 '86세대' 운동권 정치인 퇴진 청산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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