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알파고`후 AI에 빠진 원전연구원… "AI 쉽게 쓰도록 브릿지역할 하고파"

이준기 2024. 1. 1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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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균 AI프렌즈학회 대표
'커제의 눈물' 보며 무서움과 절박함에 퇴근후 AI 공부 시작 
원자력硏 'AI전도사'로 유명… "인공지능응용연구실도 생겨"

"2017년 중국의 바둑 9단 커제가 알파고에 지고 나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 AI(인공지능)가 앞으로 세상을 엄청나게 바꿀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그래서 퇴근 후 유튜브를 보면서 AI를 공부하기 시작했죠."

유용균 AI프렌즈학회 대표(45·한국원자력연구원 인공지능응용연구실장)는 자발적 커뮤니티에서 학회로 발전한 과정을 소개하며 "AI프렌즈학회를 통해 모든 사람들이 AI를 보다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브릿지'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2012년부터 원자력연구원에 몸담으면서 소형원자로 설계 연구를 하고 있다. UST(국가연구소대학원) AI전공 전임교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AI프렌즈학회는 대덕특구 중심의 산학연 주체들이 AI 기술을 공유하기 위해 2021년 7월 설립된 비영리 기관이다. 처음에는 ' AI프렌즈'라는 소규모 커뮤니티로 출발했고, 이후 학회로 확대돼 현재 130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온라인 단톡방에는 1300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페이스북 그룹에는 5000명이 넘는 인원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고, 산학연이 각각 3분의 1씩 고루 구성돼 있다.

기계공학을 전공한 유 대표가 AI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AI의 위력을 세상에 알린 '알파고' 때문이었다. 2017년 중국의 커제 9단이 이세돌을 겪은 AI 바둑 '알파고'와 세번째 대국에서 진 뒤 통한의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고 나서였다.

그는 "커제의 눈물을 보고 '앞으로 AI를 배우지 않으면 세상에서 뒤처지겠구나'는 무서움과 절박함이 들어 퇴근 후 무작정 유튜브를 보면서 AI를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유 대표는 KAIST 기계공학과에서 최적설계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아 이론적 측면에서 최적화에 바탕을 둔 AI를 남보다 쉽게 이해하며 빨리 배울 수 있었다. AI를 알아갈수록 배우는 재미는 커졌고, 퇴근 후 AI를 공부하며 코딩하는 게 취미가 됐다.

그는 "오픈소스 코드를 변형해 당시 맡고 있던 소형원자로 설계 프로그램에 적용했는데, 뜻하지 않게 의미 있는 결과를 얻어 논문도 냈다"며 "원자로 설계 분야에 AI라는 새로운 기술을 접목해 최적화된 설계를 구현한 점이 높게 평가돼 3개월 만에 학술지에 논문으로 실렸고, 논문 인용도도 늘면서 AI의 가치와 잠재력을 새삼 실감했다"고 말했다.

AI 매력에 빠진 유 대표는 틈나는 대로 AI 관련 교육을 사비를 털어 받았고, AI 전문가들과 지식교류를 하면서 지적 역량이 점점 쌓여 전문가 이상의 AI 전문가로 변신했다. 몸 담고 있는 원자력연구원 내 'AI 전도사'로도 나섰다. 모든 연구자들이 AI를 배워야 한다고 원장에게 직접 편지를 썼고, 연구원 게시판에 AI 관련 정보를 올려 직원들과 소통의 폭을 넓혀 갔다. 스스로 외부 AI 전문가를 연구원에 초청해 강연과 세미나도 열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원자력연에 '인공지능응용연구실'이 새로 생겼다. 연구자를 위한 AI 교육도 연구원 차원에서 강화해 지금은 모든 연구자들이 AI를 활용해 연구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유 대표의 AI에 대한 목마름은 대덕특구 산학연의 AI 커뮤니티 모임인 'AI프렌즈' 결성으로 확장됐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 오프라인 모임으로 출발한 AI프렌즈는 코로나 이후 온라인 모임으로 전환되면서 전기를 마련했다. 이전 오프라인 때보다 참가자가 급속하게 늘면서 전국적 모임으로 확대됐다.

2021년 11월 AI프렌즈를 학회로 전환해 'AI프렌즈학회'라는 이름으로 출범시켰다. 지난달 7∼8일 이틀간은 대전컨벤션센터에서 학회 주최로 '실용 인공지능 학술대회(AAiCON 2023)'를 세 번째로 열기도 했다. 'AI 집단지성'을 활용해 기술·사업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은 기업들의 애로 해결사 역할도 한다.

유 대표는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통해 심리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학회의 도움을 받아 그림 분석에 컴퓨터 비전 기반의 객체인식 AI를 적용해 15분 걸리던 분석 시간을 크게 줄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A법무법인은 AI프렌즈학회의 컨설팅을 통해 법률상담 챗봇을 구축·운영함으로써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였다., 지금까지 10개 정도 기업이 도움을 받아 AI를 기반으로 사업 영역을 개척 또는 확장하는 결실을 맺었다.

그는 우리나라가 AI 강국이 되려면 투자 확대와 명확한 AI 가이드라인 정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 대표는 "AI 분야는 소수의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어 기술종속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AI는 기술뿐 아니라 컴퓨팅 하드웨어, 인프라 등과 함께 발전해야 하기 때문에 국가 차원의 전략적 투자 확대가 함께 이뤄져야 생태계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AI 관련 저작권과 안전성, 격차 해소 등이 새로운 AI 이슈로 불거지는 상황에서 명확한 AI 가이드라인 제시와 표준화 선도를 위한 노력이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국가 차원에서 AI 비즈니스 활성화를 위해 AI 법·제도를 선제적으로 마련해 그 틀에서 기업들이 AI를 활용해 자유롭게 혁신하는 일종의 '장터'를 마련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AI 관련 법, 제도 등의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고, AI 기술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기업 입장에서 불확실성이 크다. 그렇다 보니 도전적·혁신적인 AI 비즈니스 활동에 제약 받고 있다"고 AI 관련 입법 필요성을 제시했다.

"앞으로 AI를 활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양분될 정도로 AI는 우리 생활 깊숙이 더욱 파고들 것"이라는 유 대표는 "많은 이들이 AI를 거부감 없이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AI 격차 해소에 기여하겠다"고 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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