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中 양극재기업 특허권 침해 조사 신청…정부, 조사 개시(종합2보)
中 첨단산업 자립도 높아지자 한중 간 지식재산권 문제 불거져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기자 = 국내 이차전지·소재 대표 기업인 LG화학이 중국산 양극재의 자사 특허기술 침해 의혹을 제기하며 정부에 중국 양극재 기업에 대한 조사를 신청했다.
이차전지,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 분야에서 중국 내 자립도가 제고되면서 한중 간 경합이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444차 무역위원회를 열고 중국산 'NCM811(니켈·코발트·망간 비율 8대 1대 1) 양극재'와 중국산 이차전지를 내장한 스마트폰의 특허권 침해 여부를 조사하기로 했다.
'NCM811 양극재' 조사는 LG화학이 중국에서 양극재를 제조해 국내에 공급하는 중국 기업 3곳과 이를 수입하는 국내 기업 1곳을 대상으로 조사를 신청함에 따라 이뤄지게 됐다.
NCM811 양극재는 니켈 함량을 80% 이상으로 해 배터리 용량을 향상시키고 가격이 높은 코발트를 대체할 수 있는 점에서 최근 전기차용 배터리의 양극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LG화학은 이들 중국 양극재 기업이 자사의 기술을 무단으로 사용해 양극재를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스마트폰용 이차전지' 조사는 스마트폰을 중국에서 제조해 국내로 공급하는 중국 기업 1곳과 이를 수입·판매하는 국내 기업 1곳을 대상으로 반도체에너지연구소가 신청한 데 따른 것이다.
무역위 천영길 상임위원은 "이차전지와 관련한 이번 특허권 침해 조사는 이차전지 산업에서 글로벌 경쟁이 최근 지식재산권 분야에서도 심화하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그간 한국이 고위 기술 중간재를 공급하고 중국이 다시 이를 가공해 완성품을 중국 안팎 시장에 파는 상호 보완구조는 약해지고 있다.
2015년 0.595이던 중국의 이차전지 부문 수출 자립도는 2022년 0.931로 높아졌다. 중국의 디스플레이 부분 수출 자립도 역시 2015년 -0.137에서 2022년 0.899로 뛰어올랐다.
수출 자립도는 1에 가까울수록 자립도가 높은 것을 뜻한다.
중국의 수출 자립도가 높아지면서 중간재 중심이던 한국의 대중(對中) 수출 실적도 최근 감소하는 추세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과거 한중 무역의 보완 구조가 강했을 때는 첨단기술 영역의 지식재산권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는데, 한국의 영역이라고 여겨지던 NCM 양극재 관련 기술 등을 중국 기업이 넘보면서 싸움이 시작된 모양새"라고 말했다.
아울러 무역위는 중국산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 수지에 대한 덤핑 조사를 개시했다. PET 수지는 생수병, 음료수병 등과 같은 PET병, 식품 용기, 광학용 필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소재로 사용된다.
앞서 티케이케미칼은 중국산 PET 수지의 덤핑 수입으로 인해 산업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면서 덤핑방지관세 부과에 필요한 조사를 지난해 11월 무역위에 신청했다.
무역위는 이 같은 특허권 침해 조사(2건)와 덤핑 조사(1건)에 대해 서면 조사, 현지 조사 등을 거쳐 특허권 침해 여부와 덤핑 여부를 판정할 계획이다.
최종 판정까지는 6∼10개월가량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무역위의 판정 전 양국 기업 간 로열티 지급 등의 합의에 이를 가능성도 있다.
한편, 무역위는 마치인터내셔널이 신청한 '가방 디자인권 침해 조사' 건에 대해 피신청인 A사가 수입·판매한 가방이 신청인의 디자인권을 침해해 불공정 무역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
이에 따라 피신청인 A사에 대해서는 디자인권 침해 가방의 수입·판매 중지, 재고 폐기처분, 사실 공표 등을 명령하고 과징금을 부과했다.
한국합판보드협회가 요청한 '합판 덤핑방지관세 부과 재심사' 4건에 대해서는 이날 공청회가 열렸다.
무역위는 공청회에서 언급된 사항과 현지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4월 중 덤핑방지관세 부관 연장 여부를 최종 판정할 계획이다.
천 상임위원은 "무역위는 특허권 등 지식재산권자의 권리를 신속히 구제하고 공정한 무역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불공정 무역행위에 대해 더욱 공정하고 투명하게 조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wi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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