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같아"…'시민덕희' 라미란, 피해자 자존 회복한 통쾌 추적극 (종합)[Oh!쎈 현장]
[OSEN=김보라 기자] “보이스피싱에 관한 실화를 영화화하기로 하면서 피해자가 자책감을 느낀다는 게 안타까웠다. 그래서 저는 피해자가 자존감을 회복하는 과정, 일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싶었다.”
박영주 감독은 11일 오후 서울 이촌동 CGV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시민덕희’의 언론배급시사회에서 “덕희와 주변 인물들의 심리 변화에 집중하면서 이 영화를 잘 만들어 보려고 노력했다”라며 이 같이 밝혔다.
‘시민덕희’(감독 박영주, 제공배급 ㈜쇼박스, 제작 ㈜씨제스스튜디오·페이지원필름㈜)는 보이스피싱을 당한 평범한 시민 덕희(라미란 분)에게 사기 친 조직원 재민(공명 분)의 구조 요청이 오면서 벌어지는 통쾌한 추적극.
지난 2016년 아이들을 키우며 세탁소를 운영하는 40대 여성이 중국에 본거지를 둔 보이스피싱 조직의 총책을 검거하는 데 도윰을 준 실화를 반영해 극적으로 창작했다.
연출한 박영주 감독은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2015) 조감독 출신으로 ‘1킬로그램’(2015), ‘선희와 슬기’(2019) 등의 독립영화 연출 이후 ‘시민덕희’라는 첫 장편 상업작을 내놓게 됐다.
이에 박 감독은 “상업영화는 이번이 처음이다. 저는 감독으로서 좀 더 많은 관객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주는 게 꿈이었는데 이 배우들과 함께 하게 돼 너무 좋다. 제가 인복이 많은 거 같다”고 개봉을 앞둔 소감을 전했다. 박영주 감독은 평소 봐온 드라마, 영화에서 인상 깊었던 배우들을 캐스팅 해서 기쁘다는 마음을 밝혔다.
주인공 덕희 역의 라미란에 대해 박 감독은 “제가 시나리오를 구상할 때부터 라미란 선배님을 떠올렸다. 이 역할을 하게 돼 너무 좋았다. 그리고 염혜란 선배님은 제가 원래 팬이었다. ‘아이 캔 스피크’를 봤는데, 너무 인상 깊은 장면이 있었다. 선배님에게 이 역할을 부탁드렸고 하겠다고 하셔서 너무 좋았다”고 캐스팅 과정을 떠올렸다.
“덕희가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는지, 얼마나 용기를 냈는지에 집중했다”고 밝힌 라미란은 “통쾌함을 같이 느끼고 싶어서 덕희가 되고 싶었다. 덕희가 마치 내 친구처럼 자랑스럽더라. (피해자지만) 고개 숙이지 않고 당당하게 임했다. 저는 연기할 때 인물에 동화되려고 하는 편인데 덕희는 응원해 주고 싶은 친구였다”고 캐릭터를 표현한 자세를 전했다.
이어 라미란은 “덕희와 비슷하게 보이기 위해 살을 찌웠다. ‘뱃살, 등살 좀 보이면 어때?’ 싶었다.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으니까 우기면서 했던 거 같다. 팀워크가 더 중요해서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고 연기하자 싶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라미란은 “실제로는 다이어트에 실패한 거다.(웃음) 그게 지극히 평범한 것이라고 우기면서 촬영했다. 그렇지만 신경이 쓰였다. 다이어트에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올해 목표가 다이어트다. 열심히 해보겠다”고 덧붙여 웃음을 안겼다.
공명은 조직원이자 제보자 재민을 소화했다. “조직원이지만 제보를 하는 인물이다. 중점을 둔 부분은 전화로 제보하는 모습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였다”며 “감독님과 대화하면서 어떻게 하면 사기를 더 잘 칠 수 있을지 그런 부분 표현을 고민했다. 감독님이 설명을 잘해주셔서 어려움은 없었다. 재민이 가해자지만 피해자의 모습도 보일 수 있도록 고민했다”고 말했다.
염혜란은 ‘시민덕희’에서 덕희의 세탁 공장 동료 봉림 역을 맡았다. 봉림이 중국인이어서 염혜란은 유창하게 중국어를 소화했다. 이날 그녀는 “제가 중국어 연습을 많이 했다. 근데 영화 ‘노량’을 보니 제가 자랑할 만한 수준이 아니더라.(웃음) 중국어 대사라서 상대방과의 티키타카가 나오지 않아 저 스스로는 답답했다. 그래서 상황마다 할 애드리브를 미리 생각해서 준비하는 게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박 형사 역의 박병은은 전형적이지 않은 형사로 만들기 위해 고심했다고 한다. “형사인 친구를 만나 얘기를 들었다. 해결할 사건이 많아서 엄청나게 피곤해하더라. 그들은 확실한 물증 없이 움직이지 않는다. (물증 없이) 수사하면 다른 큰 사건을 놓칠 수 있어서 증거가 있어야 움직이더라. 그래서 저도 현실적인 형사의 모습을 담으려고 했다”고 밝혔다.
실제 형사들을 만나 많은 것을 느꼈다는 박병은은 “그동안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지 못 했던 형사의 모습을 그리려고 했다. 오늘 완성본을 보니 제 나름대로 또 다른 형사를 그린 거 같아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박병은은 이어 “보이스피싱이 유쾌한 일은 아닌데 재미있고 유쾌한 모습도 보여 드리고 싶었다. 그렇다고 해서 일부러 웃기려고 한 건 아니”라며 “평범한 사람이 그런 일에 엮였을 때 어떻게 행동할지 생각했고 전형적인 모습은 탈피하고 싶었다. 웃음 포인트는 있었지만 일부러 웃음을 주려고 노력하진 않았다”고 영화와 캐릭터의 지향점을 밝혔다.
‘베테랑’, ‘세자매’에 이어 영화에 도전 중인 장윤주는 ‘시민덕희’가 세 번째 장편영화다. “어떤 관계자분이 오늘 제게 ‘영화 보는 눈이 있는 거 같다. 작품 선택을 잘하는 거 같다’고 하시더라. 그 말에 눈물이 날 뻔했다. 이 영화가 많은 사랑을 받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그녀는 덕희와 봉림을 돕는 숙자 역을 소화했다.
한편 이무생은 보이스피싱 조직의 총책 역을 맡아 악인의 기운을 뿜어냈다. “저는 시민인 덕희가 어떻게 총책을 잡는지에 집중했다. 그 부분에 감흥을 받아 이 작품을 하게 됐다”면서 “제가 맡은 역할이 쉽지 않은 게 분명한데, 작품의 일원이 되어서 덕희의 복수가 제대로 보이길 바랐다. 제가 봐도 통쾌한 복수극이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완성본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이무생은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얻을 게 많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어떤 역할을 해냈다는 만족이 든다”며 “근데 역할은 역할일 뿐이다. 어떤 캐릭터가 더 화려하고 더 멋있는지, 그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떤 역할을 맡든 전체가 잘 되는 게 중요하다”고 작품을 대하는 태도를 전했다.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보이스피싱 사건을 반영한 ‘시민덕희’는 리얼리티를 끌어올리며 우리의 삶에 여운을 남긴다. 라미란, 염혜란 등 연기력을 갖춘 배우들이 화려하게 캐스팅 라인업을 꾸리며 러닝타임 내내 볼거리를 남겼다.
‘시민덕희’는 1월 24일(수) 개봉. 러닝타임은 1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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