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사회 ‘정의로운 전환’ 입법…정작 노동자 목소리 빠지나

김해정 기자 2024. 1. 11.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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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중립과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일자리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산업전환에 따른 고용안정 지원 등에 관한 법률'(산업전환 고용안정법)의 4월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11일 관련 시행령 등을 입법 예고했다.

국회는 지난해 10월 산업전환 고용안정법을 의결할 때 부대 의견으로 '근로자 대표 및 사업주 대표 위원은 같은 수로 한다'며 정부가 관련 내용을 시행령에 담으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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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산업전환 고용안정법 제정
시행령에 노동자 의견수렴 조항 빠져
2022년 12월5일 국회에서 열린 ‘전환지원법 졸속 처리 반대 및 제대로 된 정의로운 전환 입법 촉구 노동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탄소 중립과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일자리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산업전환에 따른 고용안정 지원 등에 관한 법률’(산업전환 고용안정법)의 4월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11일 관련 시행령 등을 입법 예고했다. 노동계는 애초 법 제정 당시 약속과 달리 당사자인 노동자 의견 수렴 절차가 마련되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고용노동부는 이날부터 다음달 20일까지 산업전환 고용안정법 시행령과 시행 규칙을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제정된 산업전환 고용안정법은 산업 전환 과정에서 실직 등 직·간접적인 피해자가 될 노동자의 고용 안정과 직업 전환 지원 등을 처음으로 명시한 법률이다. 노동부 장관은 5년마다 산업전환에 따른 고용안정 지원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조항도 담겼다. 결국 당사자인 노동자와 사용자의 의견과 타협이 지원책을 만드는 과정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사회적 대화 방식이다. 이 법에 따르면 사회적 대화는 고용정책심의회에 속한 ‘산업전환 고용안정 전문위원회’에서 이뤄지는데, 지난 5일 입법 예고한 고용정책기본법 시행령 개정안은 물론 이번 시행령 제정안에도 해당 위원회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담기지 않은 탓이다.

이는 법 제정 당시 약속과도 어긋난다. 국회는 지난해 10월 산업전환 고용안정법을 의결할 때 부대 의견으로 ‘근로자 대표 및 사업주 대표 위원은 같은 수로 한다’며 정부가 관련 내용을 시행령에 담으라고 주문했다. 지난해 8월 법안 논의 당시 이정식 노동부 장관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정의로운 전환이 되고 그 이해관계자의 의견들이 충분히 제대로 발휘될 수 있도록 부대의견에 있는대로 6개월 이내에 제대로 시행령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노동계는 정부가 법령의 제약 없이 자의적으로 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게 됨에 따라 노동자 목소리가 빠진 채 산업 전환 속 관련 논의가 이뤄질 위험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민주노총은 전날 노동부에 의견서를 보내 “이해당사자의 참여가 보장되지 못하면 고용정책심의회 전문위원회가 구성되더라도 유명무실해질 것”이라며 전문위원회를 ‘노사동수'로 구성토록 시행령을 보완하라고 요구했다.

노동부 쪽은 이에 대해 “법체계상 노사 동수 등의 내용을 시행령에 담기는 어렵다”며 “다만 장관이 전문위 구성 때 노사 위원을 같은 수로 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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