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은 한일 경제인 "젊은 스타트업 함께 키우자"
4년만에 일본 도쿄서 개최
신동빈·조원태 회장 등 참석
4월 한국서 첫 스타트업 포럼
韓·美·日경제협력체 신설 합의
한국 CPTPP 가입 추진 약속
미래기금통해 양국 교사 교류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경제단체가 4년 만에 일본 도쿄에서 모였다. 이들은 양국의 스타트업 육성 협력을 강화하는 데 합의했다. 또 한일을 넘어 한·미·일 3국 경제협력체를 신설하고 한국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11일 한국경제인협회와 일본 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는 일본 도쿄 게이단렌 회관에서 '제30회 한일재계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1983년 시작된 한일재계회의는 코로나19 영향으로 2020년과 2021년 중단됐다가 2022년 7월 서울에서 재개됐다. 이번 회의는 서울 회의 이후 1년 반 만이고, 일본에서 열린 것은 2019년 11월 이후 4년여 만이다.
두 단체는 이번 회의에서 산업 협력과 사회문제, 국제 협력 등 3대 분야에서 공동 노력을 하기로 했다.
산업 협력에서 눈에 띄는 것은 스타트업 협력 사업이다. 이를 위해 오는 4월 초 한국 스타트업 10개가 도쿄를 방문해 게이단렌 회원사인 대기업에 사업 내용을 설명하고 투자 등을 논의하는 '한일 스타트업 협력 포럼'을 개최한다. 또 가을에는 일본 스타트업이 한국에 와서 사업 협력 기회를 찾는 행사를 한다.
일본은 2022년 말 스타트업 육성 강화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며 적극 지원에 나섰다. 2027년까지 10조엔(약 90조원)을 투자해 스타트업 10만개 이상을 발굴하고, 100개의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것이 목표다.
이날 회의에 한일·일한 미래파트너십기금 자문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한 후카가와 유키코 와세다대 교수는 "한국 스타트업은 자국 시장에 만족하지 않고 글로벌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는 등 전반적으로 일본이 배워야 할 점이 많다"며 "반면 일본은 안정적인 투자 자본과 종합상사의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어 양국의 협력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부분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경협과 게이단렌이 스타트업 육성에 손잡은 것은 지난해 11월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양국 정상이 좌담회를 가진 것이 계기가 됐다. '혁신의 산실'로 통하는 스탠퍼드대에서 두 정상이 미래 기술에 대한 비전을 공유했고, 이것이 기폭제가 돼 양국 경제계가 스타트업 육성에 한목소리를 내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이날 수소 사업과 관련한 별도 세션에서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직접 발표자로 나서 눈길을 끌었다.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은 2022년 이토추상사, 스미토모상사와 수소·암모니아 분야 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각각 체결하고 생산시설 공동 투자와 인프라스트럭처 활용 협력, 해외 시장 공동 개발 등 포괄적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국제적 협력 분야에서 두 단체는 한·미·일 3국 경제 협력 플랫폼 구축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 이를 위해 앞으로 있을 한·미·일 정상회의와 연계해 3국 경제계가 상호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한·미·일 비즈니스 서밋' 개최를 검토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미국 측 파트너로는 미국상공회의소가 참여할 계획이다. 아울러 한일 경제계는 한국의 CPTPP 가입을 추진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하고 이 같은 논의 내용을 공동 성명에 담았다.
류진 한경협 회장은 회의에서 "내년은 양국 국교 정상화 60주년이 되는 해"라며 "내년에는 인적 교류가 상호 수출규제 이전인 2018년 수준(1000만명)을 넘어 1500만명 이상으로 확대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한경협이 10억원, 게이단렌이 1억엔을 출연해 조성한 미래파트너십기금은 1차 사업으로 양국 고교 교사 초청 방문을 진행한다.
이번 회의에는 한국 측에서 류 회장을 비롯해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 신동빈 회장,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이장한 종근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홍원학 삼성생명 사장, 박일평 LG사이언스파크 사장, 최수연 네이버 대표 등 15명이 참석했다.
[도쿄 이승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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