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진단 대못' 뽑히자 노원·강남 노후 단지들 "재건축 속도 내자" [집슐랭]

신미진 기자 2024. 1. 11.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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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넘은 노후 단지 '들썩'
정밀진단 비용 '한집당 30만원'
1년반째 못모은 중계동 아파트
"대못 사라져···입안제안 등 준비"
리모델링서 재건축 선회 고려도
추가 분담금 등 사업성이 관건
[서울경제]

"안전진단을 당장 안 받아도 되니 이제 속도를 내보려고 합니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 경남·롯데·상아(1890가구) 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1년 반째 멈춰 있다. 2022년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한 후 정밀안전진단을 위한 비용을 모금하고 있지만, 1가구당 30만 원이라는 비용 부담에 주민들의 참여도가 낮아서다. 올해로 준공 35년차를 맞은 이 아파트는 '재건축 패스트트랙' 대상이다. 단지 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 관계자는 "주민 설명회를 통해 정비계획 입안 제안 등을 먼저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정책 발표에 서울 노원구와 강남구, 1기 신도시 등 노후 아파트 단지 밀집 지역에서 정비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다만 이는 재건축 속도를 높이는 것일 뿐 결국 조합원 분담금을 결정짓는 사업성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1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말 노원구 총 16만 가구 중 준공 30년 이상 비중은 9만 가구로 절반 이상에 달한다. 현재 정밀안전진단을 추진 중이거나 예비안전진단 완료 단계에 머물고 있는 단지는 총 28곳이다. 이들 단지는 도시정비법이 개정되면 안전진단 전에 조합을 설립하거나 정비계획 입안 제안을 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정밀안전진단을 추진 중인 단지는 일단 그대로 진행하자는 분위기다. '상계주공7단지'는 지난해 11월부터 정밀안전진단 신청을 위한 모금을 하고 있다. 아파트 주민 A씨는 "정부 발표 이후 안전진단을 지금 해야하냐는 의견도 있지만, 언제 또다시 안전진단 기준이 강화될지 모를 일"이라며 "이왕 시작한 김에 그대로 진행하자는 의견이 대다수"라고 말했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7단지에 정밀안전진단 비용 모금 현수막이 붙어있다. /신미진 기자

강남구도 지난해 말 기준 구내 재건축 연한(30년)이 지난 단지가 총 89곳에 달한다. 이중 재건축추진위원회를 아직 설립하지 않은 단지는 25곳으로 이중 안전진단도 마치지 못한 단지는 12곳이다. 강남구 수서지구에서 재건축을 준비 중인 한 추진준비위원회 관계자는 "당장 안전진단 비용을 걷지 않아도 돼 부담을 덜었다"면서도 "구역지정을 하려면 강남구 지구단위계획이 나와야 하는 데 빨라야 올해 말 즈음 나올 것 같고 법 개정 여부도 지켜봐야 해 일단 안전진단부터 마무리 하려 한다"고 전했다.

재건축 연한이 도래한 1기 신도시도 들썩이고 있다. 경기 군포시 산본신도시의 한 단지는 정밀안전진단을 하기 위한 표본세대를 구하지 못해 사업이 지연되고 있는데, 도시정비법이 개정되면 안전진단 없이도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게 된다. 안양시에서는 한가람(삼성·한양·두산) 아파트가 다음 달 평촌신도시 최초로 통합재건축 주민설명회를 연다. 이 아파트는 안전진단 기준이 완화될 것으로 보고 그동안 안전진단을 추진하지 않았다.

재건축추진위원회 설립이 빨라지며 강남구 내 일부 단지는 리모델링에서 재건축으로 선회하는 방향을 고려 중이다. 리모델링을 추진했던 서울 강남구 대치2단지는 일부 소유주들이 기존 리모델링 조합 해산 절차를 준비하고 있으며, 지난해 8월 재건축 연한 30년을 채운 수서까치마을 소유주들도 기존에 리모델링 조합 설립 동의서를 걷는 것과 별개로 재건축을 위한 예비안전진단 모금을 진행하고 있다. 리모델링업계는 재건축 외 리모델링에 대한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서울시리모델링주택조합협의회(서리협)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서울의 고(高)용적률 단지의 경우 종상향이 되더라도 재건축이 사실상 불가하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대통령 선거 공약 중 하나인 리모델링 활성화 방안에 대한 신속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5단지 전경. /신미진 기자

다만 재건축 규제가 완화되더라도 결국 사업성이 없으면 정비사업이 제대로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예로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는 조합원 분담금이 가구 당 5억 원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자 최근 시공사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전 가구 전용면적이 31㎡에 불과해 대지지분이 낮은 탓이다. 안전진단 규제 완화가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정경찬 한국토지신탁 도시재생팀장은 "안전진단을 진행해 온 단지 주민들 중심으로 재건축 추진위원회나 조합을 결성하는 게 보통인데 안전진단이 빠지면 재건축 추진 단체가 우후죽순으로 생겨 오히려 사업 초기에 혼란이 불거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규제 완화가 매매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적을 것으로 내다봤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안전진단 면제가 아닌 시기만 조정한 것으로 불확실성이 남아있어 재건축 추진 단지 몸값을 끌어올리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날 노원구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신생아 특례대출 관련해 젊은 부부들 매수 문의는 좀 있지만, 투자용으로 재건축 단지 물건을 찾는 문의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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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진 기자 mjshin@sedaily.com한민구 기자 1mi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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