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대화창 활짝 열렸지만…대만문제는 계속 '으르렁'
中안보·국방 고위급 잇단 방미
최근 일주일새 세차례나 회동
펜타닐 반입 금지 등 현안 조율
대만 선거 앞두고 갈등은 여전
FT “美, 선거후 사절단 파견"
中, 즉각 성명 내며 강력 반발
13일 대만 총통선거를 앞두고 미국과 중국이 잇달아 고위급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 대만 선거 직후 대만해협 갈등이 깊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사전 조율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고위급 대화와 별개로 대만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선거 개입'을 둘러싼 양국 간 신경전이 더 거세지고 있다.
미국 백악관은 10일(현지시간) 존 파이너 미국 국가안보 부보좌관과 류젠차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미국에서 회담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지난해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근교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 합의를 토대로 건설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문제에 관한 의견도 교환했다. 특히 미국 측은 중국의 대만 선거 개입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또한 양측은 중동 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역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번에 반관반민 교류 대표단을 이끌고 미국을 찾은 류 부장은 공산당의 당 대 당 외교 책임자로, 차기 외교부장(장관)으로 거론되고 있다.
같은 날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과 왕샤오훙 중국 공안부장은 영상회의를 열고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의 미국 유입을 막기 위한 협력 방안을 협의했다.
양국 상무장관도 경제·무역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과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은 11일 전화 통화로 양국 간 경제 협력에 대해 논의했다. 특히 왕 부장은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통제와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 등에 대해 우려의 뜻을 전했다.
앞서 지난 8∼9일에는 마이클 체이스 미국 국방부 중국·대만·몽골 담당 부차관보와 쑹옌차오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국제군사협력판공실 부주임이 미국 국방부 청사에서 만났다. 미 국방부 청사에서 양국 군 당국자가 회의를 한 것은 2020년 이후 4년 만이다.
미국과 중국이 연초부터 고위급 대화에 나선 것은 양측 모두 '관계 안정화'를 꾀해야 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올해 11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경제 회복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는 얘기다.
류 부장은 9일 뉴욕에서 미국외교협회(CFR) 회원들을 만나 "이번 방문은 샌프란시스코 비전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에 대해 미국 사회 전역의 사람들과 솔직한 교류를 하기 위한 것"이라며 지난해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 이후 양국 관계 개선에 대해 노력 중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잇단 고위급 대화에도 대만 선거를 둘러싼 신경전은 갈수록 날카로워지고 있다.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은 대만 독립과 친미 성향의 민주진보당(민진당) 소속 라이칭더 후보가 9일 기자회견에서 "차이잉원 총통 노선에 맞춰 중국과 협력할 것"이라고 밝히자 10일 밤 논평을 내고 "차이잉원 노선은 대만 독립 노선이자 대항 노선이고, 대만의 전쟁 위험과 사회 대립의 화근"이라며 "이는 대만을 전쟁과 쇠퇴에 가깝게 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라이 후보를 '고집스러운 대만 독립운동가'로 칭한 뒤 "그가 집권하면 대만 독립 분열 활동이 더 촉진될 것"이라며 "대만 동포들이 민진당 독립 노선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올바른 선택을 하길 바란다"고 압박했다. 라이 후보를 선택하면 양안 관계가 악화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중국의 군사적 압박도 계속되고 있다. 대만 국방부에 따르면 전날인 10일 오전 6시부터 이날 오전 6시까지 대만 주변 공역과 해역에서 중국 인민해방군 소속 군용기 15대와 군함 4척이 각각 포착됐다. 이에 대만군은 즉각 전투기를 출격시키고 방공 미사일 시스템을 가동했다.
그러자 미국은 중국에 대해 대만 총통 선거에 개입하지 말라고 또다시 경고했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당국자는 10일 브리핑에서 "선거는 민주주의 절차의 한 부분"이라며 "중국이 추가적인 군사적 압박이나 강압으로 대응한다면 중국은 도발자가 될 것"이라고 맞대응했다.
한편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미국 정부가 대만 총통선거가 끝난 뒤 전직 고위 관리로 구성된 고위급 사절단을 대만에 파견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를 두고 대만에 대한 미국의 지지가 굳건하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결정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러한 보도가 나오자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주미 중국대사관은 성명을 내고 "대만은 중국의 양도 불가능한 일부"라며 "중국은 미국이 대만과 어떠한 형태라도 공식적으로 접촉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베이징 송광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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