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51명→350명' 오락가락 의대증원 논란…의대협회 발표 어떻게 나왔나
복지부 "국민 기대에 못 미쳐…대학과 긴밀히 협의"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전국 40개 의과대학 학장 등으로 구성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의대협회·KAMC)가 2025학년도 대학입시에 적용될 의대 입원 정원과 관련해 "350명의 증원이 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보건복지부 등이 지난해 10~11월 이들 대학을 대상으로 의과대학 입학정원 수요조사를 했을 당시 최소 2151명, 최대 2847명 늘렸으면 좋겠다던 입장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다.
이에 정부는 "국민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다만 우수 의사인력 양성을 위해서는 의학교육의 질 역시 담보돼야 한다는 이들 주장에 힘이 실리면서 정부와 의료계 간 논의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의대협회는 지난 9일 "교육자원 확충과 이에 대한 재정투입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2025학년도 입학정원에 반영할 수 있는 증원 규모는 2000년 감축했던 350명 수준이 적절하다"고 발표했다.
보건복지부와 교육부가 지난해 10~11월 의대를 둔 전국 40개 대학을 조사한 결과 2025학년도 대학입시 때 의대생 정원을 최소 2151명, 최대 2847명 증원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다. 또한 의대생 정원을 매년 확대해 2030학년도에는 2738~3953명을 추가로 늘려야한다고 주장했었다.
신찬수 의대협회 이사장(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학장)은 11일 뉴스1과 통화에서 의대생 증원 규모가 지난해 정부의 수요조사 대비 8배 넘게 차이나는 이유에 대해 "(정부에 제출된 수요조사는) 철저히 각 대학 본부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대학들이 의대 학장들 견해보다 큰 숫자를 써낸 경우도 있다는 의미다.
신찬수 이사장은 "지난해 8월 협회에서 내부적으로 설문 조사를 했을 때 60% 이상이 300~400명의 증원이 적당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이때가 학장들이 우리 의료계를 생각하는 마음에서 한 고민이었던 반면, 정부 수요조사 결과가 크게 나왔다"면서 '말 바꾸기'라는 세간의 의혹을 일축했다.
의대증원 규모를 포함한 의대협회의 입장문을 내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 이사장은 "의대 학장들 입장이 차이가 좀 있고, 그래서 이번에 입장문을 낼 때도 순탄하지는 않았다"며 "하지만 큰 틀에서 학장님들이 동의를 해 주신 내용이어서 발표를 하게 됐다"고 했다.
복지부의 수요조사 결과 발표를 두고 의대협회는 "수요조사의 단순 합산이 증원 규모를 결정하는 듯 여론몰이를 하고 있으나 이 숫자는 참고 사항일 뿐, 매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복지부 역시 수요조사 결과를 발표할 때 "대학들이 현재 의학교육 기반을 고려해 증원 수요를 제출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각 대학이 제출한 수요조사 결과와 현장점검 등을 토대로 2025학년도 최종 입학정원을 결정하겠다고도 했다.
신찬수 이사장은 "의대에는 대형 강의보다 소규모 토론이 많다. 이런 걸 감안할 때 20년 전 줄였던 350명 정도는 늘릴 수 있다는 취지"라고 했다.
의대생을 늘리려면 교육환경 확충 등이 수반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재정이 뒷받침 돼야 한다. 신 이사장은 "정부는 일부 국립의대 재정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사립의대는 '재단에서 할 일'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등록금도 동결되는데, 의지가 있어도 대규모 증원이 힘들다. 사립대 재단으로서는 의대가 위상에 중요한 역할을 하니 증원을 크게 반기지만 의대 학장들로서 실제 의학교육을 우려한 것이다. 재정 지원을 적극 해주겠다는 약속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0일 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 간 의료현안협의체에서도 이와 관련된 언급이 나왔다. 서정성 의협 총무이사는 "수용가능 인원에 대한 목소리라고 생각한다. (의대협회) 발표를 고려해 정부와 의료계가 의대증원 논의를 심도있고 실제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양측은 의대증원으로 인해, 의학교육의 질이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앞으로 의학교육 현장 목소리를 듣고 교육의 질 향상 방안을 고민하기로 했다. 다만 복지부는 의대협회의 제안이 심도 깊은 고민 끝에 나왔다고 판단하지는 않는 모양새다.
김한숙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협의체 종료 후 기자들을 만나 "(제안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수요조사 결과도 발표된 만큼 총 입학정원 규모를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라면서 "(규모를) 충분한 논의 끝에 해야지, 급하게 정할 의향은 없다"고 언급했다.
복지부 고위 관계자도 뉴스1에 "무너진 지역.필수의료를 살리고,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의료 개혁은 꼭 이뤄야 하는 시급한 개혁과제"라면서 "의대협회의 제안은 현재의 지역 필수의료 부족 상황, 고령화로 인한 의료수요 증가 등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국민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의대증원은 중장기 의료수급 전망, 대학의 의대증원 수요 등을 감안하고 필수의료 확충 필요성과 국민 기대에 부응하는 수준으로 결정돼야 한다"면서 "의학교육에 대한 투자를 통해 우수한 의료인력이 배출되도록 대학과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부연했다.
이날도 큰 폭의 의대생 증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300명 규모 증원은 '눈 감고 아웅'하는 국민 기만"이라며 "적정 확대규모는 최소 1000명에서 3000명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의대신설을 추진하고 있는 경상남도도 보도자료를 통해 "(350명 정도로는) 지역 의사인력 부족 실태를 반영하지 못한다. 감축 당시에 비해 인구 고령화, 의료수요 폭증, 필수의료체계가 위협받는 현실이 고려되지 못했다. 과감한 증원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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