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믿어야" 발언 막판변수···민진당 "제정신인가" 파상공세
유권자 사이서 비판 여론 확산
라이 "習 아닌 대만 선택해야"
허 "난 마잉주와 달라" 선긋기
12일 국민당 유세 마잉주 불참
“마잉주가 대만의 총통이었다는 게 믿기지 않습니다.”
제16대 총통 선거를 목전에 둔 대만이 마잉주 전 총통의 “(중국 국가주석인) 시진핑을 믿어야 한다”는 발언에 들끓고 있다. 논란이 커진 후 타이베이 시내에서 만난 황자우치(32) 씨는 이같이 말하며 “대만의 운명이 중국 주석의 선의에 달려 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집권 민주진보당과 제1야당 국민당 총통 후보를 따라 반중과 친중으로 갈라진 대만 유권자들 간 갈등의 골이 마 전 총통의 발언으로 더욱 깊어진 모습이다. 마 전 총통은 전날 독일 매체 도이체벨레와의 인터뷰에서 “대만이 군사력을 강화해도 영원히 중국을 이길 수 없다”며 “양안 관계에 있어서는 시진핑 주석을 신뢰해야 한다”고 밝혔다. 해당 발언이 알려지자 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마 전 총통과 국민당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됐다. 라이칭더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힌 한 대학생은 “어제 SNS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며 “독재자를 믿는다고 말한 사람과 같은 당인 후보는 자격이 없으며 당선된다면 대만이 국제적인 신뢰를 잃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민진당은 마 전 총통의 발언을 맹비난하며 막판 표심 끌어모으기에 나섰다. 라이 후보는 연설에서 “이번 선거는 시진핑을 믿느냐, 대만을 믿느냐의 선택”이라며 “대만의 미래와 세계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유권자의 한 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타이웨이산 민진당 대변인은 “(마 전 총통이) 외신에 양안 관계와 합의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려는 야비한 시도를 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민진당 청년부 역시 이날 회견을 열고 “대만이 추구하는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는 해외에 있는 동포들에게 상당한 자부심이 돼왔다”며 귀성 투표를 독려했고, 지지자들은 목청을 높여 호응했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 난감해진 국민당은 서둘러 마 전 총통과의 선 긋기에 나섰다. 허우유이 후보는 이날 외신 기자회견에서 “그(마 전 총통)와 나는 다르다”며 “(당선된다면) 통일 문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양안은 일방적인 선의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며 “대만의 군사력 강화를 우선순위에 둘 것”이라고 말했다. 허우 후보는 미국에 대해서도 “영원히 우리의 동맹국”이라며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미국산 무기 도입을 늘릴 계획도 밝혔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마 전 총통은 선거 직전 날인 12일 신베이시에서 열리는 국민당 유세 행사에도 초청받지 못했다. 자유일보는 “앞서 국민당이 발표한 참석자 명단에는 마 전 총통이 있었다”며 “양안 문제와 관련한 발언으로 당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현지에서 만난 국민당 지지자들은 마 전 총통에 대해 언짢은 기색을 보였다. 인아오치(48) 씨는 “(해당 발언이) 허우 후보에게 피해가 되고 있다. 마 전 총통의 발언은 헛발질”이라며 “허우 후보는 양안의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소통과 협력을 원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30대 여성은 “중국과 전쟁이 나는 것은 무섭다”며 “나는 마 전 총통과는 상관없이 허우 후보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라이 후보에 대한 비난 공세를 이어갔다. 천빈화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 대변인은 라이 후보를 “고집스러운 대만 독립운동가”라고 지칭하며 “차이잉원 노선을 잇는 것은 대만을 평화와 번영에서 멀게 하고 전쟁과 쇠퇴를 가깝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라이 후보와 허우 후보를 뒤쫓는 지지율 3위의 커원저 민중당 후보는 마 전 총통의 발언과 관련해 “다른 이(시 주석)보다는 자기 자신을 믿는 것이 맞다”고 비판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총통 선거를 두고 양안 관계와 전쟁 논쟁에 지친 유권자들은 커 후보를 지지한다. 한 택시 운전사는 좌석에 붙인 커 후보 지지 스티커를 가리키며 “의사 출신인 커 후보는 부지런하며 실용적인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며 지지 의사를 나타냈다. 한때 국민당을 지지했다고 밝힌 그는 “거대 양당이 서로를 비난하는 데 지쳤다”고 덧붙였다.
정혜진 기자 sunset@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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