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줄게" 접근한 뒤 '살인 가스라이팅'

박민기 기자(mkp@mk.co.kr) 2024. 1. 11.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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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서울 영등포에서 80대 건물주가 흉기에 찔려 살해되는 사건이 있었다.

조씨는 지적장애가 있는 모텔 주차장 관리인 김 모씨(33)에게 80대 건물주 유 모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도록 지시하고 범죄 증거를 은폐한 혐의 등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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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 건물주 살해' 전모
지적장애인 고용한 모텔주인
3년간 임금 안 주며 노동착취
건물주와 재개발로 갈등 빚자
자기 대신 살해하도록 부추겨

지난해 11월 서울 영등포에서 80대 건물주가 흉기에 찔려 살해되는 사건이 있었다. 30대 지적장애인이 범인이었는데 그 배경에는 그를 고용한 모텔업자의 교묘한 '가스라이팅'이 있었던 것으로 수사 결과 드러났다.

서울남부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서원익)는 모텔 주인 조 모씨(44)를 살인교사 등 혐의로 11일 구속 기소했다. 조씨는 지적장애가 있는 모텔 주차장 관리인 김 모씨(33)에게 80대 건물주 유 모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도록 지시하고 범죄 증거를 은폐한 혐의 등을 받는다. 살해된 유씨는 평소 영등포 일대 재개발과 관련해 조씨와 갈등을 빚어온 사이였다.

검찰에 따르면 조씨는 2019년 5월 가족에게서 버림받고 쉼터 등을 떠돌아다니던 중증 지적장애 2급 김씨를 발견하고 데려와 일을 시켰다. 이 과정에서 조씨는 수시로 "나는 네 아빠이자 형으로서 너를 가장 위하는 사람"이라는 등 말을 하며 김씨가 자신을 전적으로 따르도록 가스라이팅을 일삼았다. 조씨는 김씨에게 처음엔 모텔 주차장 관리를 맡겼고 시간이 지나면서 모텔 관리와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 일까지 시켰지만 임금은 지급하지 않았다.

이뿐만 아니라 김씨가 매달 받는 장애인 급여 80만~90만원 중 '모텔 방세' 명목으로 50만~60만원씩을 갈취했다. 김씨는 실제로는 모텔 방에서 지내지 않고 주차 부스 등에서 생활했다. 검찰은 조씨에게 근로기준법 위반과 최저임금법 위반 등 혐의도 추가로 적용했다.

조씨는 이 사건 범행을 위해 평소 김씨와 건물주 유씨 사이를 이간질하기도 했다. 그는 김씨에게 수시로 "유씨가 너를 주차장에서 쫓아내려 한다" "유씨를 죽여야 우리가 주차장과 건물을 차지할 수 있다" 등의 이야기를 하며 적대감을 조장했다. 장기간 조씨에게서 정신적으로 지배받는 상태였던 김씨는 조씨의 말에 따라 끝내 유씨를 살해하고 말았다.

조씨는 조사 과정에서 "김씨의 우발적 단독 범행으로, 제가 동업 관계인 유씨 살해를 지시할 이유가 없다"며 혐의를 극구 부인했지만 검찰은 장기간에 걸친 심리적 지배 과정과 조씨의 범행 동기 등을 바탕으로 그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보완 수사를 통해 조씨가 장기간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살인 범행을 준비하고 실행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박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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