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데스크] AI에게 '학습'당하지 않을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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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1년 전만 해도 문화예술계는 인공지능(AI)을 작업 도구로 반겼다.
명령어만 입력하면 그럴싸한 시와 소설, 그림, 음악을 뚝딱 완성하는 생성형 AI의 전지전능함에 감탄했다.
미술 작가들은 AI와 협업한 결과물을 전시하고, 소설가와 시인은 AI와의 합작 프로젝트를 책으로 출간했다.
무작위로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는 AI가 특정 작가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것을 입증하기 어려워 사전에 차단하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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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언론계, 저작권 침해소송
콘텐츠에 혼신 다한 창작자에
AI 발전 위한 희생 강요 안돼
불과 1년 전만 해도 문화예술계는 인공지능(AI)을 작업 도구로 반겼다. 명령어만 입력하면 그럴싸한 시와 소설, 그림, 음악을 뚝딱 완성하는 생성형 AI의 전지전능함에 감탄했다. 미술 작가들은 AI와 협업한 결과물을 전시하고, 소설가와 시인은 AI와의 합작 프로젝트를 책으로 출간했다.
그러나 세계적인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 MIT 교수는 "거대한 표절 시스템"이라고 폄하했고, 그의 비판은 곧 현실이 됐다.
생성형 AI가 인간이 만든 콘텐츠를 '무단 학습'하면서 저작권 침해 문제가 수면으로 떠올랐다. 뒤통수를 맞은 예술가들이 반격에 나섰다. 미국 인기 드라마 '왕좌의 게임' 원작자인 조지 R R 마틴을 비롯해 존 그리셤, 조디 피코 등이 소속된 미국작가협회가 최근 챗GPT 개발사 오픈AI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오픈AI가 이들의 책을 거대언어모델(LLM)에 공급해 저작권을 침해하고 조직적 도용을 저질렀다는 게 주장이다. 실제로 챗GPT에 "드라마 '왕좌의 게임' 완결 이후 이야기를 상상해 줄거리를 작성하라"고 명령하면 기존 등장인물과 배경을 그대로 이어가는 속편을 만들어낸다.
한국만화가협회와 한국웹툰작가협회도 AI의 무단 학습에 반기를 들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저작권법 개정안에서 AI의 자유로운 학습권을 보장하는 '텍스트와 데이터 마이닝(TDM)' 면책 규정에 반대하는 공동 입장문을 냈다. 이들은 "상업적 AI에 웹툰을 학습시킬 때 저작권자에 대한 보상뿐만 아니라 출처, 사용 범위와 목적, 기간을 명시한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웹툰 데이터의 무단 활용을 신속하게 차단하고 감시·대응할 수 있는 감독·관리 체계 구축을 촉구했다. 무작위로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는 AI가 특정 작가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것을 입증하기 어려워 사전에 차단하려는 것이다.
실제로 AI의 결과물과 작가 작품의 실질적 유사성을 찾는 게 쉽지 않다. 최근 미국에선 아티스트 3명이 AI 화가 서비스 '스테이블 디퓨전' 관련 회사들을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패소했다.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은 AI가 그림을 학습하는 데 참고는 했지만 생성된 결과물이 원본과 실질적으로 유사하다고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AI가 원작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학습한 것에 대해서는 저작권 침해를 인정했다.
국내에서도 AI로부터 학습당하지 않을 권리가 화두가 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저작권자는 본인의 저작물이 AI 학습에 이용되는 걸 원하지 않을 경우 반대 의사를 약관규정이나 로봇배제표준 등의 방식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또한 생성형 AI 학습을 위해 데이터를 사용하려면 저작권자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이는 TDM 면책을 보장하는 저작권법 개정안이 통과한다면 상충하게 된다. AI 산업 발전과 인간의 저작권 보호 문제가 정면충돌하는 것이다.
콘텐츠 창작자들이 쉽게 AI에 '면죄부'를 주지 않을 태세여서 올해 저작권 분쟁이 뜨거울 것으로 예상된다. 뉴스 콘텐츠를 생산하는 언론계도 좌시하지 않기로 했다. 최근 뉴욕타임스(NYT)가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MS)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한국신문협회도 네이버가 AI 거대언어모델 '하이퍼클로바X' 학습에 뉴스 콘텐츠를 활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시정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했다.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투자한 콘텐츠 저작권은 정당하고 당연한 권리다. AI 산업 발전을 위해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다. 창작자를 보호할 수 있는 보다 강력한 법제 장치가 필요하다.
[전지현 문화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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