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서울에 웬 관우 사당?

김병호 기자(jerome@mk.co.kr) 2024. 1. 11.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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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문한 탓인지 소설 '삼국지'에 나오는 촉나라 장수 관우를 모신 사당이 서울에 있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았다.

지하철 1·6호선 동묘앞역은 서울 동쪽 관우 사당을 뜻하는 '동관왕묘', 줄임말인 동묘(東廟)에서 따왔다.

서울 한복판 8450㎡ 면적에 중국식 건물을 짓고 그 안에 관우 형상이 2.5m 높이 황금 좌상으로 돼 있다.

중국 황제 명령으로 세워진 관우 사당이 서울에 있다는 것은 국가 정기(精氣) 차원에서도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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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문한 탓인지 소설 '삼국지'에 나오는 촉나라 장수 관우를 모신 사당이 서울에 있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았다. 언론인 황대일 씨가 쓴 책 '중국 갑질 2천 년'을 읽고 나서였다. 책에 따르면 우리의 사대주의 잔재 중 하나가 관왕묘다. 이는 관우상(像)을 두고서 제사 드리는 사당이다. 관왕묘 유래는 이렇다.

1592년 임진왜란 발발 후 조선에 파병된 명나라 장수와 병사들 앞에 관우 신령이 나타났다. 이들은 관우의 계시를 받아 승리했고, 그 소문을 들은 명 황제 신종(만력제)이 조선 왕(선조)에게 명령해 관우 사당이 지어졌다. 자국의 장군 동상을 남의 땅에 세우라는 것은 지금 기준에서는 맞지 않지만 당시엔 기꺼이 받아들여졌다.

지하철 1·6호선 동묘앞역은 서울 동쪽 관우 사당을 뜻하는 '동관왕묘', 줄임말인 동묘(東廟)에서 따왔다. 보물 142호다. 서울 동서남북 4곳과 지방 곳곳에 관왕묘가 있었는데 지금은 동묘만 남았다. 서울 한복판 8450㎡ 면적에 중국식 건물을 짓고 그 안에 관우 형상이 2.5m 높이 황금 좌상으로 돼 있다.

지난달 가본 동묘에서는 사람들이 관우상 앞에서 묵념 기도를 하거나 휴대폰 셔터를 눌러댔다. 연세가 지긋한 분은 "왜 관우상이 지금도 남아 있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또 다른 이는 "서울의 금싸라기 땅에 아직 중국인 동상을 세워놓는 게 말이 되나"라며 언성을 높였다. 개인적으로도 관우상을 두고 있는 게 내키지 않는다. 중국 황제 명령으로 세워진 관우 사당이 서울에 있다는 것은 국가 정기(精氣) 차원에서도 문제가 있다.

임진왜란 때 관우신(神)이 도움을 줬다는 것은 중국 설화일 뿐 우리와 관우 간에 역사적 접점은 없다. 명나라를 주군으로 섬기던 시대에야 황제 명을 받들어 관우상을 당연히 세웠던 것이지만 지금은 대등한 주권국 관계인데도 이를 간직하고 있을 필요가 있을까.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문제로 시끄러웠던 일을 감안하면 관우상 존치 여부도 보는 각도에 따라 논란이 커질지 모르겠다. 관우상을 박물관으로 옮기는 것도 한 방법이다.

[김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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