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처음 만난 바둑 상대 흉기로 살해' 60대에 징역 20년 구형

"'술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며 책임 회피… 상해치사 전력"
피고 측 "살해 동기 전혀 없어… 제3자 가능성 배제 못해"

제주지방법원 제201호 법정. ⓒ News1 오미란 기자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처음 만난 바둑 상대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 60대 남성에게 검찰이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11일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살인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69)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하고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과 5년간 보호관찰 명령을 내려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이 사건은 특별한 관계가 없는 두 사람이 우연히 만나 벌어진 것으로 피해자가 사망함에 따라 피해자 진술을 전혀 확인할 수 없는 상태"라며 "이에 피고인은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면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상해치사죄로 수용된 적이 있는 데다 이후에도 수차례 폭력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알코올 관련 내용이나 자신의 범행에 대해 진지한 반성을 하지 않고 있다"며 "피고인에 대해선 엄벌이 필수적"이라고 구형 배경을 밝혔다.

그러나 A씨 변호인은 최후변론에서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했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지 않았다"며 재판부를 향해 무죄를 선고해줄 것을 요청했다.

A씨 변호인은 "피고인과 피해자는 사건 당일 처음 만나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한 뒤 바둑을 둔 사이"라며 "피고인에겐 피해자를 살해할 동기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A씨 측은 "검찰에선 사건 당일 다투는 소리를 들었다는 옆집 거주자 진술을 근거로 사망 시각을 특정했지만 해당 참고인 진술은 일관적이지 않다"며 "도로만 비추고 있는 검찰의 폐쇄회로(CC)TV 영상만으론 제3자의 출입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피고인이 옷·수건 등 증거를 인멸했다는 정황도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며 거듭 결백을 호소했다

A씨 역시 최후진술에서 "꿈속에 있는 것 같다. 당시 자고 일어나 보니 사람이 죽어 있었고 너무 무서워 휴대전화를 찾다 주인 집에 올라가 신고 좀 해 달라고 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그는 "내 결백보다 같이 술을 먹었던 그 분이 돌아가셔서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도 말했다.

현재 A씨는 작년 7월8일 오후 11시40분쯤 서귀포시의 주거지에서 B씨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같은 건물에서 각각 홀로 지내던 두 사람은 사건 당일 오후 B씨 주거지에서 함께 술을 마신 뒤 A씨 주거지로 자리를 옮겨 바둑을 뒀고, B씨는 이튿날 오전 가슴·목 등 9곳에 흉기를 찔려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부검 결과, B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혼수 상태 정도인 0.421%였다.

A씨에 대한 선고는 다음 달 중 이뤄질 예정이다.

mro122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