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솔의 중국몽] 중국에서는 메시가 농사를 짓고 있다

이솔 기자 2024. 1. 1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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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중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리톄 공식 웨이보

(MHN스포츠 이솔 기자) '중국에서는 메시가 농사를 짓고 있다.'

많은 이들이 중국 축구의 문제점으로 '돈과 꽌시'를 꼽는다. 돈이 없거나, 누군가와 이어져오는 꽌시가 없다면 프로선수의 문턱조차 밟기 어렵고, 국가대표는 더욱 말할 것도 없다는 것이다. 유스 시설부터 중국 축구의 발전이 느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지난 10일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이 있었다. 중국의 반부패 다큐멘터리인 '지속적인 노력, 심도있는 추진' 4부가 바로 그것.

다큐멘터리에서는 축구계를 뒤흔든 '리톄' 감독으로부터 시작된 중국 축구계 '뒷거래'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 중국 클럽 축구, 그 뒷무대

공개된 금액만 100억 단위다.

당시 화샤싱푸의 공동 대표였던 명징은 다큐멘터리에서 "화샤싱푸(현 허베이FC)의 '승격 신화'를 만드는데 한 경기에만 1400만 위안(25억원)을 썼다"며 회고했다.

화샤싱푸는 리그 마지막 8경기에서 기적같은 8연승을 거두며 승격에 성공했다. 이 때의 감독이 바로 리톄, 현재 중국 축구 부패 척결의 가장 큰 원인이 된 사람이다.

리톄와 함께 화샤싱푸를 코칭하던 쩡빈은 "100% 이길 방법이 필요했다. 남는 것은 결과였다"라며 승부조작이 벌어지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한 번 승부조작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된 리톄, 2부리그에서도 강등당할 위기에 처했던 우한 줘얼(현 우한 창장)은 리톄 감독의 신화를 그대로 재현하고자 그를 여입했다.

리톄는 여기서도 거액의 뒷거래를 통해 우한 줘얼이 리그 1위를 달성, 2019년 팀이 슈퍼리그에 진출하도록 도왔다. 당시 우한 줘얼의 회장, 톈쉬둥은 "리톄 감독이 처음으로 승부조작을 제의했다. 내가 알던 리톄가 맞나 싶긴 했다"라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사진=중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리톄 공식 웨이보

- 중국 국가대표팀

두 개의 팀을 승격시킨 신화를 써낸 리톄 감독이 국가대표로 오르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여기서도 '뒷거래'는 있었다. 리톄는 우한 줘얼 구단의 로비 속에 당시 축구협회 회장이던 천쉬위안에게 200만위안, 축구협회 사무총장이던 류이에게 100만위안을 건넸다.

소식통에 따르면, 국가대표팀이 된 리톄는 보답'으로 중국 축구협회의 일부 인사들과 우한 줘얼의 인사들간 교류를 이끌었다. 당연하지만 이 자리의 목적은 중국 슈퍼리그에서의 '뒤 봐주기'가 될 수 밖에 없었다. 중국 축구협회가 중국 슈퍼리그를 운영하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이어 리톄는 우한 줘얼의 선수 4명을 국가대표팀에 선발하는 데 6000만 위안(110억원)의 뇌물을 수수받기도 했다.

천쉬둥 우한 저얼 회장은 "우리 선수들이 국가대표팀에 합류할 능력이 없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명단을 보고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라는 말을 남겼다.

언뜻 보면 기업의 이미지 제고를 제외하고는 우한 줘얼이 얻는 이익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유소년 시스템으로 진입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1부리그 승격-현직 국가대표 배출 구단'이라는 타이틀로 유소년 사업에서 타 구단에 비해 우위를 점할 수 있으며, 많은 부호들이 뒷돈을 주고 아카데미에 자녀들을 입단시키는 등 부수효과를 노릴 수도 있다. 부가 부를 낳는 셈이다.

- 결과 

그 끝은 오만이었다. 우한 줘얼과 국가대표팀을 동시 관리하며 중국 축구계를 손 안에 사로잡았던 리톄는 대표팀 감독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SNS(웨이보)를 통한 각종 제품 홍보활동은 물론, 귀화 선수 미발탁 등 경기 패배의 원인을 자신에게 돌리는 축구팬과 언론에게 "중국 축구를 나보다 더 잘 아는 이가 어디 있나?"라는 말로 도발성 멘트를 날리기도 했다.

결국 전말을 알고 있던 언론들을 시작으로 각계각층의 비리 제보가 이어졌고, 리톄 감독은 지난 2021년 11월 비리와 관련해 강도높은 조사를 받은 것을 시작으로 12월 3일 공식 사임, 수사당국의 수사에 직면하게 됐다.

손준호의 전 소속팀, 산둥 타이산의 하오웨이 감독이 받는 혐의도 바로 이것이다. 금품수수를 통한 승부조작을 의뢰했다는 혐의를 받는 것은 물론, 특정 선수와의 재계약을 통해 몸값을 부풀리고, 선수에게 리베이트를 받아 이를 사익으로 편취한 의혹 또한 중국 당국의 표적이 됐다.

중국에서는 메시가 밭을 갈고 있다. 더 이상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로 넘치는 재능을 가진 젊은이들 중 상당수가 체계화되고, 고착화된 중국 축구의 '뒷거래'를 뚫어내지 못하고 밭을 갈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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