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토류 공급망 新동맹 떠오른 몽골·베트남·인니...“중국 의존도 낮춘다”
“신공급망 확대로 희토류 ‘탈중국’ 이룰 것”
AI 기반 광산 발굴에 폐배터리 활용까지 연구
국내 연구진이 반도체와 이차전지에 활용되는 희토류와 리튬을 확보하기 위해 새로운 공급망을 구축한다. 개발한 핵심광물 제련 기술을 필요로 하는 국가와 협력해 이차전지 원료와 희토류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방안이다. 광물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줄이기 위해 저탄소 공정과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도 개발에 나선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11일 서울 종로구 HJ비즈니스센터에서 한국과학기자협회 주최로 열린 과학미디어아카데미에서 이같은 내용을 소개했다. 지질연은 ‘자원전쟁시대, 핵심광물 생산국을 향한 도전’을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에서 핵심광물 확보를 위해 진행 중인 국제 협력과 핵심광물 관련 기술 연구개발(R&D) 진행 상황을 발표했다.
최근 리튬과 니켈, 코발트, 망간 등 핵심광물에 대한 ‘자원민족주의’가 강해지고 있다. 전 세계 리튬의 58%가 매장된 칠레와 멕시코, 아르헨티나, 볼리비아는 자원을 국유화했다. 특히 아르헨티나와 멕시코는 중국의 채굴권을 취소하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도 니켈과 희토류 수출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도 핵심광물 확보에 나섰다. 미국은 핵심광물이 매장된 광산을 찾는 인공지능(AI) 모델을 개발해 신규광산을 탐사했다. 그 결과 네바다주 화산분화구와 캘리포니아주 솔턴 호수에서 대량의 리튬을 새로 찾아냈다. 유럽도 스웨덴과 독일, 프랑스, 포르투갈에서 리튬·희토류 광산을 찾고 생산을 앞두고 있다. 여기에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 유럽은 핵심광물원자재법을 통해 핵심광물을 통제하고 있다.
한국의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핵심광물의 중요성에 인식이 높아지고 있지만, 지나치게 중국 의존도가 높다는 것이다. 한국의 희토류 중국 의존도는 90%에 달한다. LG화학과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 등 국내 기업이 중국에 진출했지만, 대부분 중국 기업과 합작으로 법인을 설립해 한국이 ‘중국의 기술 속국’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중국에도 약점은 있다. 중국이 장악한 핵심광물 공급망은 제련을 거친 원료이지 광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중국의 핵심광물 공급망을 분석해보면 리튬 광물은 13% 정도고, 원료인 리튬 화합물은 44%다. 코발트 광물은 1% 정도만 생산하지만, 코발트 제련 산물은 75% 생산하고 있다. 중국은 다른 나라에서 원료를 최대한 확보한 뒤 제련기술을 기반으로 원료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셈이다.
이평구 지질연 원장은 광물 분야에 집중해 중국의 공급망을 공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눈을 돌린 건 몽골, 인도네시아, 베트남, 카자흐스탄 같은 자원은 있지만, 기술은 부족한 국가들이다. 지질연이 수십 년간 연구하고 개발해온 선광·제련 기술이 비장의 카드다. 선광은 물리적 방법으로 불순물을 제거해 광물을 제련이 가능한 상태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제련은 화학적 방법으로 광석에서 금속을 필요한 순도로 추출하는 공정이다.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등의 국가는 중국에 광물을 제공하지만, 윤석열 대통령 순방 당시 중국에 대한 불만을 털어놨다고 한다. 중국이 광물만 가져갈 뿐 기술을 전수해주지 않는다는 이야기였다. 지질연은 리튬·희토류에 대한 탈중국을 위해 이들 국가와 협력할 계획이다.
이 원장은 “중국 내 리튬·희토류 광물 매장량은 전 세계에서 10% 미만 정도만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 아킬레스건을 끊어버리면 중국은 절름발이가 되는 건데, 지질연은 이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몽골, 베트남처럼 자원은 많지만, 기술이 부족한 나라들이 선광·제련 기술 수요가 높은 만큼 이들 국가의 산업화까지 도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으로 인도네시아는 2100만t의 니켈이 매장돼 있지만, 이차전지용 니켈을 생산하지 못해 스테인리스용 니켈만 생산했다. 배터리용인 정련니켈을 만드려면 습식제련인 고압산침출 기술이 필요한데, 인도네시아가 아직 확보하지 못한 탓이다. 지질연은 이들에게 제련기술을 이전하고 니켈을 우선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권리를 얻는다. 이렇게 협력하는 나라는 인도네시아를 포함해 몽골, 베트남, 카자흐스탄, 나이지리아, 콩고, 나미비아 등이다.
정경우 지질자원연구원 자원활용연구본부장은 “광물은 선광·제련이 되면 자원이지만, 이 기술이 없으면 돌멩이에 불과하다”며 “한국이 자원 분야에서 탈중국을 하고, 새로운 자원을 얻기 위해선 자원 활용기술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국제 협력 외에도 인공지능(AI) 모델과 저탄소 공정, 폐배터리 활용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한다. 지질연은 수십 년 전부터 진행한 핵심광물 탐사 데이터를 활용해 국내에서도 리튬·희토류 광산을 발굴한다. 해외에서 폐광산이나 화산분화구가 희토류 광산으로 거듭난 사례를 참고해 맞춤형 AI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실제로 AI 모델로 새로운 리튬 이상대를 예측했고, 올해 정밀 현장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광물을 제련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도 해결한다. 광산 조사업체 마인스팬스(Mine Spans)에 따르면 니켈 1t을 선광·제련할 때 70t, 코발트는 40t 정도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유럽연합(EU)은 2027~2028년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는 ‘녹색 발자국 광물’ 규제를 추진할 계획이다.
정 본부장은 “자원 활용기술의 양적 성장은 계속 이뤄지겠지만, 자원패권에 도전하려면 저탄소 공정과 같은 질적 성장이 필요하다”며 “리튬의 경우 생산 과정에서 지하수를 과도하게 사용해 고갈로 인한 지반 침하가 일어나기도 하는데, 지하수를 순환시킬 수 있는 ‘DL 공정’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폐배터리 활용을 위해선 SK에코플랜트와 협력하고 있다. 지질연은 2022년 SK에코플랜트와 ‘배터리 재활용을 포함한 자원순환 공동기술 개발’ 업무협약을 맺었다. 올해는 전남 광양시에 실증 플랜트를 세우고, 내년에는 경북 경주시에 폐배터리 재활용 공장을 준공해 상용화에 돌입할 계획이다.
이평구 원장은 “2030년이면 전 세계적으로 폐배터리가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순환자원 측면에서는 폐배터리도 사실상 귀중한 자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료 광물 확보는 물론, 순환자원도 함께 확보해 핵심광물 공급망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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