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 아이 숨진 울산 빌라, 소방점검 23년 동안 안 했다

4층 이하 연면적 660㎡ 이하 다세대주택
소방 정기점검 대상서 제외…소화기도 없어

지난달 30일 불이 난 울산 남구 달동 ㄱ빌라의 주인이 원룸별로 새로 설치한 현관문을 점검하고 있다. 배현정 기자

“여긴 오래된 건물이라 소화기나 스프링클러가 없어요.”

지난 9일 울산 남구 달동의 13가구가 사는 4층짜리 ㄱ빌라 주인 김아무개씨(67)가 새로 설치한 현관문의 도어락을 점검하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달 30일 이곳 2층에서 불이 나 보호자 없이 혼자 있던 5살 남자아이가 숨진 채 발견됐다. 화재 감식과 수사기관의 현장 조사가 끝난 ㄱ빌라는 복구공사가 한창이었다. 불이 난 원룸의 가로 1.5m, 세로 1.2m가 넘는 길이의 창문을 모조리 뜯어내자 검게 타버린 원룸 안이 훤히 보였다. 검게 그을려 불투명해진 창문과 불에 타 쩍쩍 갈라져 재로 뒤덮인 나무 테두리가 유리창에 아슬아슬하게 붙어 있었다.

ㄱ빌라는 지난 23년 동안 한 차례도 ‘소방 정기점검’ 결과를 소방서에 제출하지 않았다. 건물에는 간이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고, 소화기도 보이지 않았다.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ㄱ빌라와 같은 4층 이하, 연면적 660㎡ 이하 다세대주택은 소방 정기점검 대상에서 제외된다. 게다가 간이 스프링클러나 자동화재탐지 설비를 설치할 의무 대상에 해당하지도 않는다. 또 화재를 막기 위해 소화기와 단독경보형 감지기를 의무 설치해야 하지만, 소방당국 등에 적발되지 않으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 등 규제도 받지 않는 실정이다.

불이 난 ㄱ빌라 인근 ㄴ빌라에는 사용기한이 지난 소화기가 층별로 놓여 있다. 배현정 기자

전문가들은 ㄱ빌라처럼 소규모 다세대주택에 대한 소방시설 점검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백승주 한국열린사이버대 교수(소방방재학과)는 “낡고 오래된 건물이나 기준 이하 소규모 건물은 소방시설 점검 의무 대상에서 빠지는 경우가 많다. 정부가 나서서 장기적으로 체계적인 소방안전 점검 지원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하석 우석대 교수(소방방재학과)도 “현실적으로 고려할 때 화재가 자주 발생하는 건물 유형을 살펴 선별적으로 소방점검을 지원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했다.

배현정 기자 sprr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