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서 재무통 뜨는것만 봐도 … 기업가정신 약해졌다

2024. 1. 11.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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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 없이 지키는 데만 치중
성장기땐 기획·전략통 요직

◆ 5·5·5 담대한 도전 ◆

각 분야를 대표하는 석학 3명이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신년 좌담회에서 한국이 글로벌 중추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해법을 논의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 이정동 서울대 공대 교수, 김명수 매일경제 논설실장. 이충우 기자

―한국 기업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뭔가 부족한 느낌이다.

▷이정동 교수=세대가 지나면서 자기만의 꿈과 비전을 추구하는 기업가정신이 많이 상실됐다. 기업들도 비전 설정 능력이 부족하다.

▷최진석 교수=기업이 스스로 생긴 나라에서는 기업가들이 사회 진화에 나만의 방식으로 공헌한다는 책임감을 자연스럽게 갖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출발이 달랐다. 기업은 오로지 이윤만 추구한다. 한국 기업가들은 공동체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맥락적 이해가 필요하다.

―한국서 기업가 정신이 사라진 건가.

▷이정동 교수=구글과 애플이 펼치는 여러 가지 사업을 보면 그들이 꿈꾸는 세상이 있다. 그런 세상이 있다는 게 중요하다. 이들은 비전을 따라 앞으로 나아간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은 뭘 지향하는지 모르겠다. 요즘 다들 인공지능(AI) 사업을 한다고 난리지만 궁극적으로 AI로 뭘 하겠다는 비전이 없기 때문에 모두 헤매고 있다.

▷이근 교수=대기업을 봐도 일론 머스크처럼 꿈을 꾸는 곳은 안 보이고 생존에만 연연하는 것 같다.

▷최 교수=대한민국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성장할 때는 기획·전략통이 핵심이었다. 하지만 잘 보면 수년 전부터 기업의 재무통이 핵심이 됐다. 지키고 관리하는 데만 치중한다는 증거다.

―리더에게 필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이정동 교수=리더는 구체적인 답을 제시하기보다 질문을 잘해야 한다. 20세기에 고민해야 하는 23가지 수학 문제를 제시한 다비트 힐베르트를 많은 사람이 수학의 진정한 스승으로 본다. 비전은 질문에서 나온다.

▷이근 교수=질문도 종류가 중요하다. '왓(What)'은 단순한 호기심이다. 대한민국이 선도국이 되기 위해서는 '와이(Why)'나 '하우(How)' 같은 질문을 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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