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관리위 띄운 한동훈號…與, 대규모 물갈이 시작되나?

민동훈 기자, 박소연 기자, 박상곤 기자 2024. 1. 1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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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오전 부산 동구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부산현장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2024.01.11.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끄는 국민의힘이 4·10 총선 후보자 공천을 위한 실무작업을 담당할 공천관리위원회 구성을 마무리했다. 당연직과 현역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공관위원들을 법조인 등 전문가 집단으로 채웠다.

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현장 비대위회의를 열고 지난 8일 지명한 정영환 공관위원장을 포함한 10명의 공관위원 인선을 의결했다.

당내에선 당연직인 장동혁 사무총장이 이름을 올렸다. 전직 사무총장이자 공동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은 이철규 의원이 공관위원에도 임명돼 눈길을 끈다. 비례대표 이종성 의원이 공관위원으로 합류했다. 원외 인사로는 법조인, 의사, 회계사 등 전문가 출신이 다수 포함됐다. 1970~1980년대생이 절반이 넘어 비교적 젊은 인사들이 공천을 주도하게 됐다. 중도·부동층 공략과 외연 확장에 방점을 찍은 모양새다. 한 위원장은 이날 공관위원 인선 발표 직후 "공정한 공천, 설득력 있는 공천, 이기는 공천을 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임명된 공관위원 중 원외 인사의 경우 총선에 나서지 않기로 했다. 정영환 공관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공관위원의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한 질의에 "외부 (공관)위원들은 선거에 안 나가는 걸로 알고 있다. 그렇게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한 위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공관위에 포함된 현역 의원들도 공천 룰에 따라 공정한 평가를 받도록 하겠다는 게 한 위원장의 의지다. 한 위원장은 "공천 시스템은 룰이 정해져 있고 (현역 공관위원 공천여부도)그 룰에 맞출 것"이라며 "공천은 과정도 공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도 "그 양반(현역의원 공관위원)들은 선거 때문에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왔는데 자율적 의사와 상관없이 (불출마를 요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정영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1.1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그럼에도 정치권에서는 이날 국민의힘 공관위 구성을 두고 대대적인 물갈이를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한 위원장 본인부터가 정치권에 이제 막 첫발을 들인 상태로, 소위 '정치권에 빚을 진 게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본인이 비대위원장 취임 일성으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희생을 택한 만큼 공천 과정에서 당내외 인사들이 '자기 몫'을 주장하기 힘든 판이 깔렸다고 분석한다. 여기에 친윤(친 윤석열 대통령) 핵심으로 꼽히던 장제원 의원이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한 것도 인적 쇄신의 명분을 더한 상태다.

이에 더해 한 위원장은 총선 출마자를 향해 불체포 특권 반납, 금고 이상 확정시 세비 반납 등 정치혁신 서약을 요구했다. 전과가 있거나, 도덕적으로 논란을 일으킨 인사들에 대한 공천 페널티 부과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만큼 도덕성을 강조함으로써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혀있는 야당과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상태다. 결국 도덕성이 국민의힘 공천의 핵심 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일찌감치 국민의힘은 대대적인 물갈이 가능성을 예고한 상태다. 지난해 11월 말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당무 감사를 통해 204곳 중 46곳의 당협위원장 활동에 문제가 있다며 컷오프(공천 배제)를 권고했다. 당시 컷오프 권고 비율은 22.5%에 달했다. 공관위가 이를 반영한다면 산술적으로 최소 42.5% 이상의 물갈이가 진행될 수 있다는 얘기다. 국민의힘 소속의 한 중진 원외 인사는 "한 위원장을 비롯해 원외 공관위원들 가운데 정치권에 빚을 진 사람이 없다고 봐야 한다"며 "외풍에 휘둘리지 않고 새판을 짜는데 거리낄 것이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당안 팎에선 당의 주류인 영남권 현역의원의 대규모 물갈이 가능성에 주목한다. 앞서 인요한 혁신위원회는 영남권 중진의원들의 '희생'을 요구한 바 있다. 실제로 지난 21대 총선에서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은 영남권 현역 45명 가운데 24명(53.3%·컷오프 10명·불출마 14명)을 공천에서 배제했던 만큼 이번 총선에서도 대대적인 물갈이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부산=뉴스1) 윤일지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오전 부산 동구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부산 현장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윤재옥 원내대표와 참석하고 있다. 2024.1.1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의힘 현역의원의 절반에 달하는 초선(60명)도 물갈이 파고를 피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지난해 나경원 전 의원의 당 대표 선거 출마를 비판한 '연판장 사태'나 최근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김기현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중진을 공개 저격해 논란을 부른 초선 의원들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이 대거 도전장을 던진 것도 대대적인 물갈이 가능성을 높인다. 여권 예비후보자 가운데 대통령실 출신 또는 현 정부 관료 출신 인사는 5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윤계로 분류되는 이철규 의원이 공관위에 합류한 것을 두고도 이들 대통령실 출신들의 자리 마련을 위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돈다. 이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를 나오는 길에 기자들을 만나 "우리 당에 유리한 결과물이 나오도록 일하는 게 목표"라며 일각의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 공천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반면 대대적인 물갈이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시각도 당내에 팽배하다. 재선, 3선을 해야 상임위원회에서 간사나 위원장을 맡으며 입법 전문성도 키울 수 있고 지역 현안에 대한 대응도 보다 수월해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오히려 기계적으로 물갈이하는 것은 당의 정치역량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다. 한 여권 중진인사는 "세대교체를 이유로 7·8·9세대(70·80·90년대생)를 전진 배치한다고 당이 개혁될 것이라는 기대는 허상에 불과하다"며 "오히려 경륜 있는 정치인 양성과 전문성 확보에 어려뭉을 겪을 수도 있다는 점을 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서 한 위원장은 "몇선 이상은 불출마하라고 일률적으로 말할 문제는 아니다"며 "출마해서 이길 수 있는 분, 출마 명분이 있는 분들은 출마하셔야 한다"고 말했다.

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박상곤 기자 gon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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