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K주류 붐을 위한 선진형 주세법

지난해 10월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증류주를 종량세 대상 주종에 포함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증류주 제조업체들의 주류세 부담이 과도해 제품 고급화와 다양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부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주류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법에는 종가세와 종량세가 있다. 종가세는 술의 원가에 비례해 세금을 책정하고, 종량세는 술의 양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긴다. 현재 OECD 및 주류산업 강국 대부분이 종량세를 채택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1967년 종가세를 채택하였다. 이로 인해 국내 주류산업 발전이 저해된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2020년 탁주·맥주는 종량세로 전환했으나 여전히 나머지 주종에는 종가세가 유지되고 있다.

지난 반세기 종가세하에서 성장한 기업은 희석식 소주 대기업들이다. 이들은 값싼 수입 원부자재를 활용하여 소주 시장을 장악하였으며, 종가세를 통해 증류식 소주 업체들에 과도한 세금을 부담케 함으로써 독과점을 유지하고 있다.

대기업이 제조하는 희석식 소주에 부과되는 세금은 병당 619원인 데 반해, 중소기업이 고급 원부자재를 활용하여 제조하는 증류식 소주에는 병당 4518원의 세금이 부과된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7배에 가까운 세금을 부담하고 있다.

종가세가 유지되면 다양한 신제품 출시뿐만 아니라 신규업체의 시장 진입 또한 제한되고, 소비자들은 다양하고 고급화된 주류를 선택할 권리를 빼앗겨, 결국 국가 산업 발전의 기회 상실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그간 국내 주류산업에는 시대에 맞지 않는 조세 체계로 품질 저하가 구조적으로 고착화되었다. 우리보다 앞서 종량세로 전환한 일본의 경우 위스키와 사케 산업이 크게 부흥하여 막대한 국익을 창출하고 있다. 과감한 패러다임의 변화가 가져온 결실인 것이다.

이렇듯 주류세 체계가 종량세로 전환되어야 함이 마땅하나, 종량세 전환으로 서민들이 즐기는 희석식 소주의 가격이 오른다고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기준 단위별 세금을 조정한 누진 종량세를 도입한다면 희석식 소주의 가격이 오르지 않도록 조정이 가능하다. 또한 세금 부담이 완화된 수입 위스키가 고급 전통주 수요를 대체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위스키 가격은 소폭 하락할 수 있으나, 전통주와 위스키 시장은 음주 형태, 판매경로 등이 구분되어 있어 전통주 판매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다.

이 밖에도 다른 국가들과의 통상 마찰 및 WTO 협정 위반이라는 우려가 있다. 하지만 종량세 적용은 국산 및 외국산 차별 없이 동일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기 때문에 무역 마찰이 발생하리란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중소기업 50% 세금 경감 또한 단지 중소기업 지원 법안으로서 종량세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우리나라는 현재 세계 주류시장에서 점유율 0.6%의 후진국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하지만 종량세 전환으로 국내 주류업계가 공정한 경쟁을 통해 다양한 가치의 제품을 만들어 국내외 시장으로 뻗어 나간다면, 2033년 약 4500조원으로 예상되는 세계 주류시장에서 점유율 1%(45조원), 2050년에는 2% 점유율 달성도 가능하다. 향후 K주류는 후세 대대로의 먹거리이자 성장 동력이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정부와 국회는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조태권 (주)화요 이사회 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