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의 창] 새해 작은 실험, 수면 습관 바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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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아 45년간 지켰던 수면 패턴을 바꿔보려 합니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밤 12시 30분쯤 잠을 청해 아침 5시 30분에 눈을 떴습니다.
아침 운동 1시간을 철칙으로 생각해 밤늦게 잠이 들어도 일어나는 시간은 꼭 지킵니다.
어디서든 눈만 감으면 바로 잠드는 습관도 수면 부족의 부산물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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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스트레스 물질 씻어내
평범한 진리 뒤늦게 깨닫고
환갑 앞두고 실험 시작하다
새해를 맞아 45년간 지켰던 수면 패턴을 바꿔보려 합니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밤 12시 30분쯤 잠을 청해 아침 5시 30분에 눈을 떴습니다. 아침 운동 1시간을 철칙으로 생각해 밤늦게 잠이 들어도 일어나는 시간은 꼭 지킵니다. 밤샘 공부와 밤샘 수사, 마감에 쫓긴 야간작업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낮에 쪽잠을 자거나 살짝 졸릴 때가 있습니다. 슬며시 눈을 감으면 잠들곤 합니다. 잠자는 시간을 아깝게 여긴 듯싶습니다.
은연중 잠을 부정적으로 보는 글귀도 많습니다. 독일 법학자 예링은 '권리를 위한 투쟁'이라는 명저에서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법언을 남깁니다. 신약성서에도 '먼 길 떠난 집주인이나 신랑, 도둑이 언제 올지 모르니 잠들지 말고 깨어 있으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사당오락'이라는 속설은 수험생의 어깨를 누릅니다. 직장에서도 밤낮없이 용맹정진하는 선배들의 무용담이 솔깃했습니다.
그간 잠 부족에 대해선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연말 해외 출장으로 이른 새벽 공항 출국장에 도착했는데 언뜻 가슴이 뛰고 어지러운 느낌을 받았습니다. 스피치 자료 준비 때문에 3시간밖에 못 잔 상태였습니다. 출장 중 잠깐씩 졸음도 찾아듭니다. 아내는 잠이 부족하니 운동 대신 조금만 더 자라고 늘 얘기합니다. 코로나19는 비켜 갔으나 감기에 걸리기도 했습니다. 건강에 대해 자만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 잠에 대해 진지하게 살펴봅니다.
선배 변호사가 건네줬던 세계적 베스트셀러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라는 책을 펼쳤습니다. 잠과 꿈의 숨겨진 기능을 최신 과학 실험을 통해 설명해 줍니다. 잠은 사람의 뇌, 몸과 마음에 놀라운 힘을 불어넣습니다. 단순한 휴식이 아닙니다. 한밤중 '깊은 수면'은 오감(五感)으로 습득한 뇌 기억을 장기 저장고로 옮겨 놓습니다. 골프 스윙이나 피아노 연습도 포함됩니다. 면역력을 높여주고 뇌에 쌓인 치매 유발 물질도 씻어냅니다. 안구가 빠르게 움직이는 '렘수면(REM·Rapid Eye Movement)' 때는 자면서도 뇌가 대낮처럼 활성화됩니다. 새벽녘 렘수면은 조각 기억들을 연결시켜 새롭게 만들고, 스트레스 물질을 줄여 마음의 상처도 치유합니다.
선인(先人)들도 잠의 중요성을 몸으로 체득했습니다. 퇴계 이황 선생은 젊은 시절 잠을 안 자고 공부하다 심한 고질병을 얻은 적이 있습니다. 후학들에게 자야 할 때 자고 일어나야 할 때 일어나 심신을 살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활인심방(活人心方)'이라는 책도 남깁니다. 철학자 니체는 대표작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잠을 예찬합니다. 모든 덕을 갖춰 신(神)과 화평하고 이웃은 물론, 이웃의 악마와도 화평해야 마음의 평온과 깊은 잠을 얻는다고 충고합니다.
이제 골드만삭스, 구글, 맥킨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수면 컨설팅 프로그램을 마련해 구성원들의 수면 건강을 직접 챙깁니다. 신기술을 활용한 수면 테크도 등장했습니다. 2022년 라스베이거스 CES 박람회장에는 인공지능 스마트 베개와 스마트 아기침대가 눈길을 끕니다. 무호흡증이 되면 베개를 움직여 숨길을 틔워주고, 아기에게 맞게 침대를 흔들어주고 엄마 심박 소리도 들려줘 잠을 재웁니다.
어디서든 눈만 감으면 바로 잠드는 습관도 수면 부족의 부산물일 수 있습니다. 뒤늦은 깨달음으로 45년 수면 패턴을 바꾸는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잠자리에 드는 시간을 꼭 지켜 6시간은 자려고 애씁니다. 수면 일기도 매일 작성합니다. 밤새우는 일이 없도록 퇴근 후 허비하는 시간을 없애려 노력합니다. 건강한 몸과 마음은 충분한 잠에서 비롯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환갑을 앞두고서야 실천합니다. 진정 잠이 보약입니다.
[봉욱 전 대검 차장·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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