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보좌진에 변호업무 시키는 의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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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들이 온갖 꼼수로 재판을 질질 끌고 있다는 기획보도를 하기 위해 수십 명의 전·현직 보좌진을 만났다.
보좌진을 국회의원의 사적인 재판에 변호인으로 쓰고 있다는 것이었다.
다른 B선임비서관은 "의정활동은 정말 하나도 안 하고 국회의원 재판만 돕는 보좌진도 있다"고 폭로했다.
의정활동이 아니란 걸 증명하기 어려워 아직까지 처벌받은 사례는 없지만 보좌진을 변호인으로 써서 재판에 넘겨지는 '1호 국회의원'이 언젠가는 나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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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들의 재판지연 꼼수도 꼼수지만 '이것'도 제발 터뜨려 주세요. 당연히 횡령 아닌가요?"
국회의원들이 온갖 꼼수로 재판을 질질 끌고 있다는 기획보도를 하기 위해 수십 명의 전·현직 보좌진을 만났다. 이들은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국회의원을 모셨거나 모시고 있는 사람들이다. 여의도에 만연한 재판지연 전략을 전하면서 이들은 한 가지 더 귀띔했다. 보좌진을 국회의원의 사적인 재판에 변호인으로 쓰고 있다는 것이었다.
별정직 공무원인 보좌진은 국민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다. 국회의원의 입법활동을 지원하라는 취지에서다. 결코 국회의원 사적 업무에 투입하라고 세금으로 월급을 주는 게 아니다. 국회의원의 형사재판은 입법활동과는 전혀 상관없는 사적인 일이다. 선거법을 위반했거나 뇌물을 받거나 폭력을 저지르는 등 본인의 잘못으로 받게 된 재판은 사비로 변호인을 선임해야 한다.
그들만의 섬에선 그런 윤리와 상식이 통하지 않았다. 10년 넘게 근무한 A보좌관은 "일부러 변호사 자격증이 있는 사람을 보좌진으로 채용한다"며 "정식으로 선임한 것도 아닌데 변호사 업무를 시킨다"고 말했다. 다른 B선임비서관은 "의정활동은 정말 하나도 안 하고 국회의원 재판만 돕는 보좌진도 있다"고 폭로했다.
보좌진은 제보를 하면서도 자신들이 특정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했다. 하지만 안심해도 된다고 자신 있게 말해줄 수 있었다. 여야 가리지 않고 너무나도 만연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다음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어떻게든 재판을 질질 끄는 것은 꼼수일 뿐 불법은 아니다. 의정활동을 앞세운 재판 불출석, 법관 기피, 증거부동의, 무더기 증인 신청, 변호사 사임 등의 방법도 다양하지만 엄연히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에게 보장된 권리다.
그러나 세금으로 변호인을 쓰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다. 회삿돈으로 변호사비를 낸 기업 총수들이 처벌받는 사례는 무수히 많다. 의정활동이 아니란 걸 증명하기 어려워 아직까지 처벌받은 사례는 없지만 보좌진을 변호인으로 써서 재판에 넘겨지는 '1호 국회의원'이 언젠가는 나오지 않을까.
[최예빈 사회부 yb1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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