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송정 저수지 살인 사건’ 재심 확정 “정희도 검사 사과 기대한다”

문상현 기자 2024. 1. 11.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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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송정 저수지 추락 사건’ 재심 개시를 확정했다. 재심 청구인 장동오씨는 20년 만에 다시 재판을 받는다. 박준영 변호사는 과거 수사 검사의 사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보험금을 노리고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이 선고돼, 20년째 복역 중인 이른바 ‘송정 저수지 추락 사건’의 당사자 장동오씨의 재심 개시 결정이 확정됐다. 장씨의 재심을 맡은 박준영 변호사는 형집행정지를 신청할 예정이다.

대법원이 '송정 저수지 사건' 재심 개시를 확정했다. ⓒ시사IN 조남진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월11일 ‘송정 저수지 추락 사건’으로 복역 중인 장동오씨의 재심청구 인용 결정에 대한 검찰의 재항고를 기각했다. 앞서 광주지방검찰청 해남지청은 1·2심 법원의 재심 개시 결정에 불복해 항고·재항고했다. 대법원의 기각 결정에 따라 장씨는 재판을 다시 받게 됐다. 재심은 광주지방법원 해남지원에서 시작된다.

장동오씨는 2003년 7월9일 오후 전남 진도군 의신면 송정 저수지에 자신이 운전하던 화물 트럭을 고의로 추락시켜 조수석에 탄 배우자 김 아무개씨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시사IN〉 제773호 ‘사건인가 사고인가 19년 전 그날의 진실’ 기사 참조).

당시 경찰은 장씨 부부가 가입해둔 여러 건의 보험 내역을 확인하고 계획 살인을 의심했지만 증거를 찾지 못해 교통사고특례법 위반 혐의만 적용해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검찰은 장씨가 보험금 8억8000만원을 노리고 아내를 살해했다고 보고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장씨는 졸음운전이었고, 일부 보험은 아내가 직접 지인과 상담해 가입했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심 법원은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장씨는 곧바로 항소했으나 법원은 기각했다. 2005년 9월28일 대법원도 장씨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사건은 2017년 충남 서산경찰서 소속 경찰관이던 전우상 전 경감이 다시 조사를 시작하면서 재조명됐다. 삼례 나라슈퍼 사건, 낙동강변 살인사건 재심 등을 맡았던 박준영 변호사는 전문가들과 사건을 재검증하고, 전우상 전 경감과 과거 아버지를 살인범으로 지목했던 막내딸 장수경씨를 만나 사건을 되짚었다. 박 변호사는 2021년 12월31일 장동오씨를 대리해 광주지방법원 해남지원에 재심청구서를 접수했다.

광주지법 해남지원 제1형사부는 2022년 3월부터 7월까지 재심 개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심문절차를 진행했다. 통상 서면으로 진행되는 절차지만 재판부는 재심 청구인 측과 검찰을 법정으로 불러 직접 의견을 들었다.

장씨 측은 재심 개시 여부 결정 심리 과정에서 새롭게 발견한 증거들을 제출했다. 과거 수사 경찰관들이 허위로 공문서를 작성하고 압수수색을 절차에 따라 진행하지 않았던 사실들이 확인됐다. 현장 검증조서, 사체 부검 감정서, 보험 가입 내역 등에서 발견된 사건 전반의 허점이 재심 사유로 법원에 제출됐다.

저수지에 추락한 차량을 감정했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가 재심 개시 결정 여부 심리 과정에서 자신의 감정 결과가 잘못됐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그가 작성한 감정서는 살인의 직접 증거가 없는 이 사건 유죄 판단의 핵심 간접증거였다.

광주지법 해남지원 형사1부는 2022년 9월 “영장 없이 사고 트럭을 압수한 뒤 뒤늦게 압수 조서를 꾸며 수사의 위법성이 인정된다. 과거 검찰이 제시한 간접 증거들에 대한 상반된 전문가 감정이 나왔다. 원심을 유지할 수 없는 명백한 증거가 나온 경우에 해당한다”며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검찰은 즉시 항고했지만 광주고법 형사1부도 2023년 3월29일 “수사기관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내지 허위공문서 작성·행사죄가 인정돼 재심 사유가 있다”라며 기각했다. 검찰은 고법 판단에 불복해 대법원에 재항고했다.

결국 대법원에서도 검찰의 재항고는 기각되었지만, 그동안 검찰이 형식적으로 불복하면서 시간을 끌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사IN〉이 확인한 재판 서류와 대법원 사건 검색 등을 종합하면, 검찰은 앞선 재심 개시 여부 결정 심리 과정(1,2심)에서 장동오씨 측 주장에 대해 적극 반박하지 않았다. 심리 중 과거 수사기관의 위법을 입증할 증언과 증거, 전문가 감정서가 공개되고 실물로 제출됐으나 검찰은 이에 대한 사실관계를 그다지 다투지 않았다. 이 때문에 해남지원(1심) 재심 개시 결정문에는 검찰 측 의견에 대한 재판부의 설명이 거의 없다.

검찰은 광주고등법원(2심)에 항고한 이후에도 항고이유서 외에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검찰이 광주고등법원에 제출한 서류는 7쪽 분량의 항고이유서가 유일하다. 항고이유서에서도 표지와 해남지원 재심 개시 결정문을 인용한 부분을 빼면 검찰 주장은 1~2쪽 분량에 불과하다.

박준영 변호사는 곧바로 해남지원에 장동오씨에 대한 형집행정지를 신청할 예정이다. 법원이 신청을 받아들이면 장씨는 교도소 밖으로 나와 재심을 준비하게 된다. 과거사가 아닌 일반 형사사건의 재심 개시 결정과 이에 따른 무기수의 형집행정지는 극히 이례적이다.

박준영 변호사는 “이 사건을 수사했던 정희도 검사(수원지검 안산지청장)는 아직 현직에 있다. 멋진 사과를 기대한다. 장동오씨는 정 검사의 손을 잡아줄 준비가 되어 있다”라고 말했다.

문상현 기자 moo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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