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프레임과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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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구호의 성찬이다.
전통적으로 선거의 3요소로 바람, 구도, 텃밭을 드는데 이 바람과 구도의 밑바닥에 프레임이 깔려 있다.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우려도 크지만 그래도 선거는 새로운 프레임의 논의의 장을 만든다.
비시장전략컨설팅을 업으로 삼고 있는 필자는 선거용 구호와 정책이 나올 때마다 이들이 잘 정리된 프레임을 형성하고 있는지를 주의 깊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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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구호의 성찬이다. 시끄럽고 요란하다. 올해 지구촌은 더 시끄러울 것 같다. 올해는 소위 '글로벌 선거의 해'로 미국, 인도, 대만 등 76개 국가에서 약 42억명이 투표할 예정이다. 글로벌 선거를 둘러싸고 있는 국제적·국내적 환경도 만만치 않다. 불안정한 시기엔 선거를 위한 구호가 더욱 거칠어지기 십상이다. 노래에 멜로디가 있듯이, 이들 거친 소리에도 배경음으로서 프레임이 있다.
프레임이란 우리가 어떤 현상이나 대상을 이해·해석하는 데 사용하는 직관적인 생각의 틀을 말한다. 한마디로 척 보고 알게 만드는 '마음의 창'이다. 전통적으로 선거의 3요소로 바람, 구도, 텃밭을 드는데 이 바람과 구도의 밑바닥에 프레임이 깔려 있다.
프레임 가운데는 유권자의 마음속에 있는 욕구와 감정을 그대로 따르는 경우가 많다. 정치 지도자와 정당이 정치적 승리만을 위해 자신을 추종하는 지지자들의 거친 욕구와 감정을 순화하거나 정제할 필요 없이 그대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는 달리 세상의 변화를 이끌기 위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는 프레임도 있다. 이러한 경우 지도자는 명실상부한 리더로서 변화의 리더십을 발휘하게 된다.
미국 대통령 존 F 케네디는 1961년 미소 냉전 상황에서 소련이 발사한 스푸트니크호의 성공으로 불안해하던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아폴로 계획을 발표한다. 프레임을 지구에서 우주로 옮겼다. 당시 허황되게 보였던 이 계획이 1969년 인류가 최초로 달에 발을 딛게 만들었다. 미국인들은 세계를 선도하는 자부심으로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
우리나라도 정부 주도 성장의 동력이 끝나가던 1990년대 말 새로운 비전을 해외로 돌렸다. '국토는 좁지만 경제 영토는 대국'이라는 새로운 프레임으로 자유무역협정(FTA)을 적극 추진하였다. 그 결과 지금은 아프리카를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와 자유무역을 하게 되어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지금 지구촌 곳곳은 다양한 위기와 분쟁이 심화되고 있고 국내 갈등도 심하다.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가 이런 가운데 유권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보탬이 될지 장담하기 힘들다.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우려도 크지만 그래도 선거는 새로운 프레임의 논의의 장을 만든다.
비시장전략컨설팅을 업으로 삼고 있는 필자는 선거용 구호와 정책이 나올 때마다 이들이 잘 정리된 프레임을 형성하고 있는지를 주의 깊게 본다. 지금까지 언론에 보도된 구호들은 공격적이고 거칠다. 프레임 전쟁이라 할 만하다. 투표권은 유권자가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 리더를 선택하는 권리라는 점을 인식하여야 프레임이 바뀐다.
각 정당이 싸울 때 싸우더라도, 장차 무엇을 할지 효과적으로 제시하길 바란다. 시끄러운 정치 소음 속에서도 우리의 미래와 통합을 위한 신호가 분명히 들려야 유권자들이 정치 소음을 인내하지 않겠는가.
[이보형 마콜컨설팅그룹 총괄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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