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수출 절반’ 테크산업, 전쟁 장기화에 ‘심판의 날’ 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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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가 이스라엘 국경을 넘어 기습해온 지난해 10월7일 아침, 이스라엘의 테크 기업 유비큐 머티리얼스(UBQ Materials)의 창업자 잭 타토 비지오는 직원들의 안위를 챙기느라 정신이 없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전쟁으로 인해 이스라엘 경제가 "일시적이긴 하지만 분명한 후퇴"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경제는 전쟁 전엔 약 3% 성장했지만, 올해는 1.5%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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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가 이스라엘 국경을 넘어 기습해온 지난해 10월7일 아침, 이스라엘의 테크 기업 유비큐 머티리얼스(UBQ Materials)의 창업자 잭 타토 비지오는 직원들의 안위를 챙기느라 정신이 없었다. 어떤 직원은 안전한 곳에 숨어 있다고 문자를 보내왔지만, 다른 직원은 남편이 배에 총을 맞았다고 알려왔다. 그는 이날을 “심판의 날 같았다”고 회고했다.
유비큐 머티리얼스는 2021년 창업되어 집안 쓰레기를 플라스틱 제품으로 전환하는 기술을 활용하는 테크 기업이다.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발생한 뒤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때 중단했던 공장 가동은 3주 뒤 재개했지만 원활한 가동과는 거리가 멀다. 뉴욕타임스는 10일(현지시각) 이스라엘의 고속성장하던 테크 산업이 전쟁 여파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보도했다.
테크 산업이 이스라엘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전체 수출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전체 산업 생산의 5분의 1을 담당한다. 그러나 전쟁이 이어지며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인력과 자금 부족이 심각하다.
이스라엘 정부는 전쟁이 나자 35만명을 예비군으로 소집했다. 그로 인해 산업 현장에서 인력이 대거 빠져나가게 됐고, 생산과 출고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투자도 부진하다. 외국인 투자는 지난해에도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극우 정부와 대법원의 갈등 같은 불안 때문에 부진한 편이었지만, 전쟁 이후엔 이런 현상이 더욱 심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전쟁으로 인해 이스라엘 경제가 “일시적이긴 하지만 분명한 후퇴”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경제는 전쟁 전엔 약 3% 성장했지만, 올해는 1.5%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력 부족, 낮은 소비, 기업 신뢰 저하, 높은 인플레이션 등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관측이다.
이스라엘 중앙은행은 지난주 경기 부양을 위해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4.5%로 0.25% 포인트 낮췄다. 아미르 야론 중앙은행 총재는 “추가 금리인하도 예상된다”며 “현재 경제적 불확실성은 안보 상황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고 전쟁이 어떻게 되느냐와 연관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당국은 테크 기업 지원을 위해 1억달러(1312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성했다. 미국 반도체기업 인텔 역시 지난달 남부 이스라엘에 반도체 공장을 짓기 위해 250억달러(32조원)를 투자할 것이란 계획을 발표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럼에도 전쟁의 여파는 곳곳에서 느껴진다. 건설업은 이스라엘 경제의 14%를 차지하지만, 일손 부족으로 중단 상태이다. 농업 분야에서도 외국 노동자와 팔레스타인 노동자들이 빈자리를 메우지 못해 수확을 기다리던 작물들이 밭에 그냥 방치되어 있다. 무엇보다 관광업은 급전직하다. 예루살렘에서 유대 관련 물품을 취급하는 가게를 하는 토머 벤트는 “아무도 없다. 이스라엘 관광객도, 외국인 관광객도 없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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