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계 물갈이? ‘자객 출마’ 논란···민주당 공천 관찰 포인트

탁지영 기자 2024. 1. 11.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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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90일 남은 11일 서울 종로구 서울특별시선거관리위원회 엘리베이터에 투표 도장 포스터가 붙어 있다. 문재원 기자

총선을 90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자객출마’ 논란이 일고 있다.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층을 우군으로 둔 친명계 인사들이 ‘비이재명(비명)계 물갈이’를 내세우며 비명계 의원 지역구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공천관리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추가 탈당이 일어날 수 있는 만큼 이 대표는 다시 위기관리의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친명을 자처한 이들은 주로 이 대표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비명계 의원들이나 이낙연 전 대표와 가까운 의원들의 지역구를 표적으로 삼았다. 지난 10일 민주당을 탈당한 원칙과상식 소속 김종민·이원욱·조응천 의원 지역구가 대표적이다. 김 의원 지역구인 충남 논산시계룡시금산군에는 논산시장 출신 황명선 전 대변인이 뛰고 있다. 이 의원 지역구인 경기 화성을에는 진석범 당대표 특보가, 조 의원 지역구인 경기 남양주갑에는 최민희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이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원칙과 상식 소속이지만 민주당에 남은 윤영찬 의원 지역구(경기 성남시 중원구)에는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출사표를 냈다.

이밖에도 정봉주 민주당 교육연수원장은 박용진 의원 지역구인 서울 강북을 출마를 선언했다. 김우영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상임대표는 강병원 의원 지역구인 서울 은평을에서, 같은 단체 공동대표인 강위원 당대표 특보는 송갑석 의원 지역구인 광주 서구갑에서 준비 중이다. 양문석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은 전해철 의원 지역구인 경기 안산 상록갑에서 뛰고 있다. 최근까지 이 대표를 수행하던 모경종 전 당대표실 차장은 신동근 의원 지역구인 인천 서구을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계파색이 옅은 의원들도 친명계 원외 인사들의 도전을 받게 됐다. 기동민 의원 지역구인 서울 성북을에는 김성진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수석대변인이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경기도 특보와 대선 캠프 대변인으로 이 대표와 호흡을 맞춘 민병선 전 대변인은 최종윤 의원 지역구인 경기 하남에 출마했다. 조상호 민주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과 조승현 민주당 국민소통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기상 의원이 현역인 서울 금천구에서 활동하고 있다. 임세은 민생경제연구소 공동소장은 민주연구원장인 정태호 의원 지역구 서울 관악을에서 뛰고 있다.

당내 경선이 치열한 호남은 친명 현역 의원과 친명 원외 인사가 맞붙는 현상이 벌어졌다. 이용빈 의원 지역구인 광주 광산구갑에서는 이 대표 법률특보인 박균택 변호사가, 윤영덕 의원 지역구인 광주 동구남구갑에서는 대선 캠프 대변인이었던 정진욱 당대표 특보가 뛰고 있다. 양향자 한국의희망 의원 지역구인 광주 서구을은 김경만 비례대표 의원과 양부남 법률위원장이 경선 경쟁자다. ‘더불어민주당 호남 친명 출마자 추천명단’ 포스터가 온라인상에 떠도는 등 경쟁이 과열되자 이용빈 의원이 민주당 의원 단체 텔레그램방에 “이런 짓 하지 말라는 게 당 지도부 권고였다고 확신한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공천을 노리는 친명계 인사 다수는 박시영TV, 새날 등 친명 성향 유튜브와 강성 지지층을 등에 업고 현역 의원들을 ‘수박’(겉과 속이 다른 정치인을 이르는 은어) 등으로 칭하며 당내 갈등을 부추겼다. 양문석 전 상임위원은 지난해 7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수박의 뿌리요, 줄기요, 수박 그 자체인 전해철과 싸우러 간다”고 썼다가 당직 정지 3개월 징계 처분을 받았다. 정봉주 원장은 온라인에서 강성 지지층을 대상으로 ‘노(NO) 수박 운동’을 펼친 바 있다. 강위원 특보는 지난해 9월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정국 당시 유튜브 ‘새날’에 나와 “이번에 가결표를 던지는 의원들은 끝까지 추적·색출해서 당원들이 그들의 정치적 생명을 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영 상임대표는 강원도당위원장을 지내다 “당내 분열과 난맥상을 일으킨 자들에 대한 정치적 심판은 당원들의 강력한 여망”이라며 서울 은평을 출마를 강행해 당 지도부로부터 경고 조치를 받았다. 친명계 모임인 ‘민주당 혁신행동’은 비명계 ‘원칙과 상식’ 소속 의원 3명 탈당 이후 윤영찬 의원의 출당과 제명을 촉구했다.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12일 첫 회의를 한다. 중앙당 공직선거후보자 검증위원회도 예비후보 검증 작업 막바지에 들어갔다. 당내에서는 막말이나 분열을 일으키는 언행을 한 인사나 도덕적·사법적 문제가 있는 자들에 대해 엄중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친명계 도전자 다수가 이에 해당한다.

현근택 부원장은 성희롱 발언이 논란이 돼 윤리감찰단 조사를 받고 있다. 징계 수위에 따라 공관위 단계에서 컷오프(탈락)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강위원 특보는 과거 논란이 된 성희롱·음주운전·무면허운전 의혹으로 아직 검증위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지도부 경고를 어기고 지역구를 옮긴 김우영 상임대표가 적격 판정을 받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 서울 지역 의원은 11일 통화에서 “도당위원장이라는 사람이 총선을 앞두고 특별한 명분도 없이 옮기면 도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나”라며 “당이 명확하게 기강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도부가 명확하게 선을 긋지 않으니 유튜버들이 당 전체를 흔드는 상황이 왔다”며 “‘수박 척결하자’는 캠페인을 벌이는 행위는 명백한 해당행위”라고도 했다.

일부 친명 인사들은 이미 검증위 단계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정의찬 당대표 특보는 가짜 대학생 고문치사 사건으로 적격에서 부적격으로 번복된 뒤 이의신청했다가 자진 철회했다. 보복운전 혐의로 유죄 판결받은 이경 전 상근부대변인도 부적격 처분을 받았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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