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녹음' 신고 "증거로 못 써"…'주호민 고소' 어떻게 될까

교실에 '통비법 적용' 판단…'교권 강화' 흐름 반영 풀이
주호민 측, 몰래 녹음기 넣어…'증거 부정' 가능성↑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뉴스1 DB)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대법원이 자녀 가방에 몰래 넣은 녹음기를 통해 수집한 내용은 증거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놓으면서 유사 사건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장 재판이 진행 중인 웹툰작가 주호민씨의 자녀 학대 신고 사건의 경우 녹음 파일이 증거로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판결로 자녀 가방에 녹음기를 몰래 넣어서 등교시키는 사례도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일부 맘카페에서는 자녀 보호를 위해 '녹음기를 활용하라'는 내용이 공유되기도 했다.

특히 대법이 교실을 '제3자가 개입할 수 없는 공간'으로 규정한 것은 최근 '교권 강화' 흐름에 힘을 실어준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 녹음 내용 기반해 '아동학대' 신고…대법 "증거 인정 안돼" 1·2심 뒤집어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이날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인 A씨는 2018년 3월 담임을 맡은 3학년 학급에 전학 온 학생에게 폭언을 하며 정서적 학대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학생의 부모는 '담임에게서 심한 말을 들었다'는 자녀의 말을 듣고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등교시켰고, 녹음기에 담긴 A씨의 발언을 바탕으로 A씨를 아동학대로 신고했다.

여기서 학대 사실이 담긴 녹음 파일의 증거 능력이 인정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대법원은 아동의 부모가 몰래 녹음한 A씨의 수업 시간 중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에 해당해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초등학교 담임교사가 교실에서 수업 시간 중 한 발언은 통상적으로 교실 내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서 교실 내 학생들에게만 공개된 것일 뿐 일반 공중이나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된 것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초등학교 교실은 출입이 통제되는 공간이고, 수업 시간 중 불특정 다수가 드나들 수 있는 장소가 아니며, 수업 시간 중인 초등학교 교실에 학생이 아닌 제3자가 별다른 절차 없이 참석해 담임교사의 발언 내용을 청취하는 것은 상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처럼 대법원이 교실을 '제3자가 개입할 수 없는 공간'으로 봐 통신비밀보호법이 적용되는 곳으로 판단한 것은 최근의 '교권 강화'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 '주호민 사건' 재판도 영향…녹음파일 증거 인정 안될 가능성 높아

이번 판결은 향후 유사한 쟁점을 두고 다투는 다른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주호민씨의 아들에게 정서적 학대를 한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 사건이 대표적이다.

주씨 측은 2022년 9월13일 아들 B군의 가방에 몰래 녹음기를 넣어 등교를 시켰다. 녹음 파일에는 특수교사 C씨의 수업 과정이 담겼고, 주씨 측은 이를 기반으로 C씨를 신고했다.

C씨는 현재 아동학대범죄의 처벌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복지시설 종사자 등의 아동학대 가중처벌),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수원지법에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C씨 측 변호인은 교사가 모르게 녹음된 파일은 증거에서 배제돼야 한다고 맞서는 상황이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선례는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를 녹음한 파일 등은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고, 이러한 녹음파일 등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원칙에 관한 예외가 인정된 바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주씨 측이 유력한 증거로 제시한 녹음 파일이 재판에서 증거로 인정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다만 주씨의 아들이 장애를 가지고 있어 다른 결론이 나올 가능성을 완전 배제하긴 어렵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