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인데"…면세점, 유커는 언제 오나

한전진 2024. 1. 11.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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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단체관광 재개 불구 '유커' 요지부동
면세업계, '싼커' 집중으로 돌파구 모색
/ 그래픽=비즈워치

엔데믹에도 면세점 업황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주 고객층인 중국 관광객의 귀환이 기대만큼 이뤄지지 않아서다. 중국 경기가 예전 같지 않은 데다, 유커(단체여행객)에서 싼커(개별여행객)로 변화한 여행 트렌드도 영향을 미쳤다. 면세업계는 매장 리뉴얼, 외부 마케팅 확대 등으로 돌파구 마련에 나서고 있다.

엔데믹도 소용없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국내 면세점 전체 매출은 1조1553억원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20.3% 감소한 수치다. 전월 대비로도 13.1% 줄었다. 특히 외국인의 매출 감소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11월 내국인 매출은 2340억원으로 전년 대비 57% 증가한 반면 외국인 매출은 29.2% 줄어든 9213억원을 기록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중국 보따리상(따이공)의 영향력이 줄어든 것이 주 요인이다. 현재 업계는 송객수수료율을 단계적으로 낮추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 때문에 따이공의 활동이 감소하고 있다. 송객수수료는 따이공이나 단체 관광객을 유치한 여행사·가이드 등에 지급하는 알선 수수료다. 팬데믹 기간 따이공 유치가 어려워지면서 수수료율이 크게 올랐다. 또 11월 중국의 쇼핑 축제 광군제 등으로 중국인의 면세 쇼핑이 감소한 영향도 있었다.

'면세점 큰 손' 유커의 귀환이 늦어지는 것도 원인이다. 따이공의 매출 감소를 상쇄할 만큼 과거처럼 붐이 일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다. 중국은 지난해 8월 한국행 단체관광을 6년 5개월 만에 허용했다. 업계는 중추절·국경절 연휴(9월 29일∼10월 6일)이후 유커 복귀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유커 귀환은 기대만큼 이뤄지지 않고 있다. 

많던 '유커' 어디로 갔나

업계에서는 중국 경기 불황 탓에 유커가 오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중국은 부동산 위기를 겪고 있다. 이 여파가 고스란히 소비침체로 이어지면서 중국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다. 미·중 갈등에 따른 경제적 악재도 많다. 무엇보다 원화 강세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중국인 여행객 입장에서는 한국 여행에 대한 매력도가 상대적으로 일본이나 동남아시아보다 못한 셈이다. 

방한 외국인 개별 여행객 비중 변화 / 그래픽=비즈워치

무엇보다 중국의 여행 트렌드가 유커에서 싼커로 바뀌는 추세다. 중국의 소득 수준이 과거보다 높아졌기 때문이다. 싼커는 단체보다는 개인, 친구끼리 여행을 선호한다. 가이드를 따르기보다 스마트폰으로 스스로 여행 계획을 세운다. 이들은 면세점보다 올리브영 등 한국의 번화가 등을 돌아다니며 쇼핑하는 것을 즐긴다. 특히 중국의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에서 이런 경향이 짙게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방한 외국인 중 개별 여행객의 비중은 지난해 3분기 85%로 나타났다. 2019년(77.1%) 대비 8%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반면 같은 기간 단체여행 비중은 2019년 15.1%에서 2023년 9.2%로 낮아졌다. 여행 목적에서도 변화를 보였다. 쇼핑 대신 식도락, 자연경관, 유적지 방문, 촬영지 방문 등이 늘었다. 

돌파구 찾는 면세점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개별관광객과 다양한 국가의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체험 매장 리뉴얼, 외부 제휴 마케팅 확대, 유료 멤버십 도입 등으로 외국인 관광객 잡기에 집중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최근 홍콩 최대 항공사 캐세이퍼시픽과 업무 협약을 맺었다. 캐세이퍼시픽의 마일리지를 신세계면세점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이 핵심이다. 

롯데면세점도 체험 요소와 마일리지 마케팅을 강화 중이다. 롯데면세점은 이달말까지 쇼룸 'LDF 하우스'에서 캐릭터 '잔망루피' 팝업스토어 등을 운영한다. 명동 본점의 고객 라운지도 리뉴얼했다. 벨리곰 포토존을 마련하고 고객 휴식 공간을 넓혔다. 올해는 마일리지 등급에 따라 사은품을 증정하는 'LDF 마일리지' 제도도 내놨다. 

롯데면세점 LDF 하우스 1층 잔망루피 쇼룸 / 사진=롯데면세점

신라면세점은 지난해 11월 대만 1위 간편결제 사업자 라인페이와 손잡았다. 라인페이의 대만 내 이용자 수는 1100만명이 넘는다. 동남아까지 이용자층이 두텁다. 앞으로 대만과 동남아 지역으로 고객층을 늘리겠다는 목표다. 이외에도 신라면세점은 인천 공항 매장에 팝업 매장을 확대하는 등 방식으로 개별관광객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엔데믹이라고 하지만 유커 등 중국 관광객의 방한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사실상 엔데믹 효과가 없는 상황"이라며 "업황 회복이 중국의 경기 침체로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젊은 싼커들의 방한이 이어지곤 있지만 기존 유커들보다는 구매력이 크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분석했다. 

한전진 (noretreat@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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