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손에 달린 수백억…제약회사 리베이트 키웠나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속 A교수를 의료법 위반으로 이달 초 검찰에 송치했다고 지난 9일 밝혔다. 경찰 수사 결과 A교수는 비급여 약품을 처방하는 대가로 제약회사 직원으로부터 냉장고와 식사 접대를 받았다. A교수는 “(해당 약품을 처방한 것은) 적절한 의료적 판단”이라고 해명했지만, 경찰은 A교수가 리베이트를 받고 약을 처방했다고 봤다.
리베이트 논란은 A교수 사례 만이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1일 경보제약에 과징금 3억원을 부과했다. 2015년 8월부터 2020년 7월까지 13개 병의원 및 약국에 자사 의약품을 처방하는 대가로 영업사원을 통해 총 150차례에 걸쳐 2억8000만원 상당의 현금을 지급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의료계에서 리베이트 논란이 반복되는 이유에 대해 “의사가 특정 상품을 찍어서 처방하는 구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한 국립대 보건간호대 B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의사들이 성분표가 아닌 상품명으로 처방하기 때문에 리베이트가 발생한다”고 했다. 의사가 약에 들어가는 성분을 처방하면 환자나 약사가 성분이 담긴 약을 고를 수 있는 외국과 달리 국내법은 의사가 특정 상품을 정해 처방하도록 규정한다. 의사 판단에 수백억원의 매출이 달린 구조라 제약회사 입장에선 위험을 안고서라도 리베이트를 주게 된다는 것이다.
B교수는 “대체할 수 없는 약일 경우엔 의사가 리베이트를 안 받더라도 처방하겠지만 대부분의 약은 대체품이 있다”면서 “고혈압약이나 당뇨약·항암제는 매출액이 커 수십억, 수백억원에 이른다”고 했다.
A교수가 처방한 비급여 약품도 폐암 치료와 관련된 약품이었다. 이 약품은 비용이 50만원으로 비싼 데다, 일부 부작용 우려로 폐암 환자에게 제한적으로 처방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A교수가 2021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해당 약품을 처방한 횟수는 410건으로, 그 기간 동안 세브란스 암병원에서 처방된 전체 건수의 절반에 달했다.
B교수는 “요즘은 현금을 주는 방법 말고 다양한 루트로 리베이트를 한다”면서 “항생제 처방을 하는 대가로 MRI 한 대를 준다든지, 의료기기 리스비를 제약회사가 대납한다든지, 심지어 아침마다 신선한 유기농 야채를 주는 곳도 있다”고 했다.
약가를 경쟁 입찰하지 않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남은경 경실련 사회정책국장은 “건강보험이 약가의 상한액만 정해놓는 바람에 의사들이 무조건 최고가를 써서 낸다”면서 “이렇게 낀 거품이 리베이트로 사용되는 것”이라고 했다. B교수도 “제약회사와 의사가 건강보험으로부터 최대한 높은 가격을 받아낸 다음에 돈을 나누는 구조”라고 했다.
리베이트가 손쉽고 기대수익도 큰 터라 이를 전문적으로 하는 전문 업체도 여럿 생겨났다고 한다. 익명을 요청한 의료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제약회사들이 CSO(Contract Sales Organization)라는 영업 전문 판매대행사를 이용해 리베이트를 한다”면서 “불법적인 일을 거점 브로커에게 맡겨서 위험 부담을 털고 가는 것”이라고 했다.
남 국장은 “리베이트를 막기 위해선 약가를 경쟁 입찰해 가격 거품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는 상품명이 아닌 성분표로 처방하게 하면서도 약사가 최저가 약품으로 대체조제하도록 하면 의사와 약사의 리베이트를 모두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오동욱 기자 5d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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