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준 "'경성크리처' 출연이 용기있는 선택? 인기 연연 안 해"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제가 인기를 좇아 살아온 사람도 아니고 '이 드라마로 내가 인기를 얻어야지' 이런 생각 자체를 해본 적이 없어요. 주변에선 걱정해주셨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오히려 그런 생각은 전혀 해본 적이 없네요."
배우 박서준은 11일 세계적으로 이름과 얼굴을 알린 스타로서 일제강점기 일제의 만행을 담은 넷플릭스 드라마 '경성크리처' 출연이 '용기 있는 선택'이었다는 세간의 평가에 무덤덤한 표정으로 이렇게 대답했다.
박서준은 이날 '경성크리처' 팝업스토어로 꾸며진 서울 종로구 오설록 티하우스 북촌점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드라마 출연을 앞두고 두려움이 있었다면 촬영 과정이 얼마나 험난할지에 대한 것뿐이었지만, 그것도 특별한 건 아니었다"고 말했다.
'경성크리처'는 광복을 몇 개월 앞둔 1945년 일제가 경성(지금의 서울)의 한 병원에서 조선인들을 대상으로 생체 실험을 통해 괴물(크리처)을 만들어내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드라마다. 조선인들이 일제의 만행에 고초를 겪고 독립운동가들이 끔찍한 고문을 당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박서준은 2020년 그가 주연한 '이태원 클라쓰'로 일본에서도 높은 인기를 얻은 배우다. 그런 그가 일본 팬들의 정서에 부정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경성크리처'에 조선인 주인공으로 출연하자 많은 사람이 박수를 보냈다.
대본을 쓴 강은경 작가는 인터뷰에서 박서준과 한소희를 향해 "두 분 다 일본에서도 유명한 글로벌 스타라서 출연이 망설여졌을 텐데 너무 '쿨'하게 리스크를 감수하겠다는 용기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런 주변의 평가와 달리 박서준은 일본에서의 인기와 작품 출연을 크게 연결 짓지 않았다. '경성크리처'가 한국뿐 아니라 일본 넷플릭스에서도 주간 시청 수(Views) 10위 안에 2주 연속 이름을 올린 데 대해선 "그만큼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관심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책임감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제가 모든 일본 시청자의 반응을 알 수는 없지만, 주변 일본 친구들은 의미 있게 봤다는 반응이었어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잘 전달된 게 아닌가 싶고, 한국 콘텐츠의 힘이 강해졌다는 걸 느꼈죠.
박서준이 연기한 장태상은 뛰어난 능력으로 자수성가해 조선인이면서도 일제 치하 경성에서 '금옥당'이라는 호화로운 전당포를 운영하는 인물이다.
초반부 태상은 조국의 현실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자신의 안위만 챙긴다. 이는 태상이 어린 시절 어머니가 독립운동에 가담했다가 끌려가며 어린 태상을 향해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남아야 한다"고 당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태상은 토두꾼 윤채옥(한소희)을 만나 사랑에 빠지면서 점차 변화한다. 후반부에서 태상은 채옥을 돕고 억울하게 고통받는 조선인들을 구하려 헌신하는 모습을 보인다.
드라마 후반부 마에다 유키코(수현)는 태상의 주변 사람들이 모두 태상을 배신하거나 속였다며 그들을 위해 힘쓰지 말라고 회유하지만, 태상은 "이런 세상이 아니었으면 겪지 않았을 일들"이라고 받아치고 주변 사람들을 포용한다.
태상은 이 장면에서 "이런 세상이 아니었으면 감옥으로 끌려가 동료를 배신하라고 피멍이 들도록 맞지 않았을 거고, 불에 지져지거나 손톱 발톱이 뽑히지도 않았을 거고 고문을 견디지 못해 동료의 이름을 불면서 평생 죄책감으로 고통받지도 않았을 거요"라고 일침을 가한다.
박서준은 이 대사를 두고 "'경성크리처'를 관통하는 대사"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대사를 보면서 제가 지금 같은 세상에 태어나서 살 수 있다는 것에 너무 감사했다"며 "굉장히 의미 있는 만큼 표현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제가 그 시대를 표현하는 인물을 연기하고는 있지만, 그 시대를 살아보지는 않았으니까요. 어느 정도의 무게감을 제가 느껴야 할지 많은 생각이 들었죠."
10부작인 '경성크리처' 시즌1은 지난달 22일 파트1(1∼7회)을 공개한 데 이어 이달 5일 파트2(8∼10회)를 공개했다. 공개 후 3주 연속으로 넷플릭스 비영어권 국가 전체에서 시청 수 3위를 기록했고, 한국에서도 가장 많은 시청 수를 기록하며 흥행하고 있다.
다만 작품성에 대해선 다소 아쉽다는 평가도 있다. 국내 영화 추천 웹사이트 왓챠피디아에선 5점 만점에 2.6점의 저조한 평점을 받았다. 크리처와 액션, 멜로, 독립운동 등 여러 요소 중 구심점이 없다거나 인물들의 행동 동기가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서준은 "혹평을 겸허히 받아들일 때도 있지만, 사람인지라 상처받는 것까지 피할 순 없다"며 "제가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좋은 말들에 더 신경을 쓰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다만 박서준은 올해 안에 공개될 예정인 '경성크리처' 시즌2를 두고 "예상 밖의 요소가 많고 시즌1보다 확실히 더 속도감이 있다는 정도는 말씀드릴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박서준은 2020년 '이태원 클라쓰' 이후 한동안 작품이 없다가 작년 영화 '드림', '콘크리트 유토피아', '더 마블스', 드라마 '경성크리처' 등 여러 작품에 잇달아 출연했다. 사전에 촬영한 작품들이 뒤늦게 연달아 공개된 결과다.
박서준은 "작품이 공개되지 않는 2∼3년이 굉장히 힘들었다"며 "좋건 나쁘건 평가를 받아야 나아갈 에너지도 생기는데, 평가받을 기회 없이 작업(촬영)만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청자와 팬들의 반응을 얻을 기회가 중요한데, 작년에 특히 많은 작품이 공개되면서 너무 많은 힘이 됐다"며 "앞으로는 또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서 끊임없이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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