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은 총재 "금리인하 논의는 시기상조"…6개월 이상 동결 전망

금통위, 기준금리 3.50% 동결…위원들 "장기간 동결 기조" 의견
태영 워크아웃 사태 관련 "중앙은행 차원 대응 아직 필요 없어"

[스포츠한국 홍성완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아직까지 금리인하 논의는 전혀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또한 사견을 통해 6개월 이내 금리인하는 쉽지 않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아울러 금통위원 전원이 장기간 동결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는 설명도 함께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등으로 불안성이 커지고 있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Project Financing)과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중앙은행 차원에서 대응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한국은행

11일 한국은행은 금통위를 열고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시까지 기준금리를 현 수준(3.50%)에서 유지해 운용한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통화정책방향문(이하 통방문)을 통해 "물가상승률이 기조적인 둔화 흐름을 지속하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전망의 불확실성도 큰 상황인 만큼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면서 대내외 정책 여건을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았다"고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금융시장에서는 이번 금통위를 앞두고 기준금리 동결을 기정사실화했다. 따라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간담회에 초점을 맞추고,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언급에 주목했다. 특히,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로 인한 부동산 PF 부실이 금융계 전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짐에 따라, 이와 관련한 한국은행의 대응 방안에 관심이 쏠렸다.

이 총재는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와 질의응답 시간을 통해 "추가 인상 가능성에 대한 위원들의 의견은 지난 회의에서 3.75% 4명, 3.50% 2명이었으나, 이번 회의에서는 3.50%를 장기간 유지하기로 하겠다는 위원이 5명 전원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의견이 변경된 이유는 물가가 둔화 흐름을 보이고 있고, 유가 상승 우려와 하마스 사태 등 대외 경제불안 요인으로 인한 상방 리스크가 완화됐기 때문"이라며 "지금은 상당기간 현재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금리인하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논할 시기가 아니라고 못 박았다.

이 총재는 "금리 인하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시기 상조"라며 "개인적인 사견으로 상당기간에 준하는 6개월 이내 금리인하는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이날 열린 금통위에서는 금융중개지원대출(이하 금중대)을 특별지원하기로 결정하면서, 이에 대한 배경으로 '통화긴축기조 장기화 전망'을 이유로 들었다.

한국은행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해 11월말 의결을 통해 확보한 금중대 한도 유보분 9조원을 활용해 중소기업에 대한 한시 특별지원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며 "통화긴축기조가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금융비용 부담 증대 등으로 취약업종 및 지방소재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자금 사정 및 조달 여건이 어려워지고 있어 선제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의 의견과 금중대 지원 결정 배경 등을 감안할 때, 한국은행은 당분간 금리 인하 논의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와 부동산 PF 부실 우려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이와 관련해 이 총재는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가 금중대 지원 결정에 영향을 준 것은 아니며, 중앙은행 차원에서 아직까지는 대응할 생각이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 총재는 "이번 금중대 지원 결정이 태영건설과 PF 사태와는 무관하다"며 "정부가 나서서 부동산 PF와 시장을 안정시키며 태영건설 문제를 이끌고 있으며, 한국은행은 특정 산업이나 특정 기업의 위기에는 대응하지 않고 시장에 충격을 줬을 때만 대응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금중대 지원 확대 이유는 이를 집행하기까지 시차가 발생하게 되고, 지방본부를 중심으로 지방 기업들을 타깃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현재부터 하면 2~3월부터 집행이 되기 때문에 지금부터 시작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가장 큰 이유는 금리 인하를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이고, 고금리가 유지될 것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많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지방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시적으로 지원하자는 의견이었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와 관련해 논쟁이 있었다"면서 "조윤제 금통위원이 현재 상태에서 금중대 지원은 물가 안정을 강조하고, 통화긴축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것과 다른 시그널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반대하는 의견을 보였으나, 다른 위원들은 전체 유동성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고 선별적인 지원을 통해 고금리 정책을 유지시키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고 밝혔다.

통방문에서 부동산 PF 리스크가 증대됐다는 표현에 대한 명확한 해석도 이어졌다. 아울러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가 금융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이 총재는 "고금리가 장기화됨에 따라 부동산 PF의 정리 과정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했다"며 "대주단을 통해 관리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계 부동산 PF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지난 1년 동안 200여개 중에 10% 정도는 대주단을 통해 정리하고 있었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위험이 나타날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고 진단했다.

다만, 이 총재는 "태영건설 사태가 다른 PF나 건설업 부실의 시발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우리나라의 시스템 리스크로 확대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태영건설 케이스를 보면, 부채비율이나 보증액수가 다른 건설사와 차별화되게 높은 수준"이라며 "관리가 대표적으로 잘못된 케이스다. 지금 정부가 말하는 질서 있는 구조조정의 좋은 예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회사채에도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아 과도한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며 "개별적 사태가 시장 전반에 영향을 줄 때는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스포츠한국 홍성완 기자 seongwan626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