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삼성 팬들이 원하지 않는 감독, 신임 염기훈 "내 선택이 늘 맞았다, 바꿀 수 있는 자신감 있다"
[스포티비뉴스=화성, 조용운 기자] '초보 감독' 염기훈(41)이 독이 든 성배를 들었다. 재건이 필요한 수원삼성의 정식 지도자로 2024시즌을 준비한다.
수원삼성은 지난 9일 염기훈 감독을 제9대 사령탑으로 선택했다. 2025년까지 2년 계약을 제공하면서 구단 처음으로 K리그2(2부리그)로 내려간 충격을 이겨내고 K리그1 승격을 당부했다.
수원삼성이 몰락했다. K리그 통산 4회 우승과 함께 '레알 수원'이라고 불렸던 명가가 지난해 리그 최하위에 머물면서 다이렉트 강등을 피하지 못했다. 2023시즌 내내 고작 8승(9무 21패)에 그치면서 자동 강등을 피할 한 칸을 끝까지 넘지 못했다.
수원삼성의 강등은 한 시즌 잠깐 부진한 결과가 아니다. 오래 전부터 위험 신호가 들어왔었다. 말로는 리딩클럽을 자부하지만 2019년부터 파이널B가 익숙한 구단이 됐다. 급기야 지난해에는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떨어졌다. 가까스로 FC안양을 제치고 K리그1에 잔류했지만 교훈을 얻지 못했다.
설상가상 사령탑도 자꾸 바뀌었다. 이병근 감독 체제로 출발했으나 시즌 초반 성적 부진으로 경질했다. 이어 지휘봉을 잡은 김병수 감독도 충분한 시간을 부여받지 못하고 일찍 떠나보냈다. 운명이 걸린 막바지 잔여 일정을 지도자로는 입증되지 않은 레전드 염기훈에게 맡길 만큼 가볍게 생각했다. 기본적으로 세 명의 사령탑의 색채가 통일되지 않은 것만 봐도 수원삼성의 운영에 확고한 기조가 없음을 보여준다.
충격의 강등 이후 수원삼성의 시계추는 멈춰있었다. 초유의 사태에 따른 책임 추궁이 이어졌고, 이준 대표이사와 오동석 단장이 고위직에서 물러났다. 선장도 없었다. 지난해에만 이병근, 김병수 감독을 성적부진으로 경질하고 남은 기간 플레잉코치였던 염기훈에게 감독대행을 맡겨왔다. 지난해 일정이 마무리됨과 동시에 선수 염기훈과도 계약이 만료돼 자연스럽게 공석이 됐다.
수원삼성은 한 달이 넘도록 후속 인사를 발표하지 않았다. 해를 넘기고도 표류하던 수원삼성은 감독대행으로 잔류 미션을 달성하지 못한 염기훈에게 정식 감독 자리를 맡겼다. 한 차례 실패했던 인사에게 오히려 더 막중한 임무를 부여한 데 반발이 컸다.
구단 운영이 멈춰있던 흐름에서도 흘러나오는 염기훈 감독 선임설에 팬들이 먼저 반대 움직임을 보였다. 구단 사랑에 열정적인 수원삼성의 서포터 프렌테 트리콜로는 "염기훈 감독 선임을 전적으로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놀라운 변화다. 염기훈은 수원삼성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사나이였다. 강등이 결정된 날도 한동안 팬들 앞에서 고개를 숙였던 염기훈 감독은 마이크를 잡고 "정말로 죄송합니다"라고 한마디를 뱉은 뒤 눈물을 보였다. "여러분이 보여주신 사랑 잊지 못할 겁니다"라고 짧은 인사를 더했지만 더 긴 말을 하지 못했다. 팬들도 염기훈에게는 따뜻한 박수와 응원가를 부르면서 그간의 노력을 높이 샀다.
팬들과 한 시즌을 마무리하는 인사를 마친 염기훈 감독은 당시 "대행을 맡은 후회는 절대 없다. 수락한 이유도 분명했다. 수원을 위해 나라도 뭔가 힘이 되고 싶었다"며 "선수들은 열심히 해줬다. 내가 부족해서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 힘든 상황이지만 수원은 다시 일어서서 K리그1에 복귀할 것으로 믿는다"라고 응원했다.
이제 그 미션을 직접 해내야 한다. 더구나 수원삼성은 냉담한 분위기를 인지하고도 염기훈 감독을 선임했다. 사령탑을 떠나 정식 코치 경력도 전무한 염기훈 감독의 부임은 많은 우려를 안기고 있다. 자신을 둘러싼 의혹이 커지는 상황에서 미디어 앞에 섰다.
11일 수원삼성의 화성클럽하우스에서 염기훈 감독의 취임 소감을 듣는 자리가 마련됐다. 오전 훈련을 지휘하고 정장 차림으로 갈아입은 뒤 취재진 앞에 선 염기훈 감독은 "선수 생활을 오래했고 감독이라는 자리에 예상보다 빠르게 올라온 것 같다"며 "기쁜 마음보다 무거운 마음과 책임감이 크다"라고 밝혔다.
염기훈 감독에게 주어진 미션을 확고하다. 무너진 수원삼성의 명성을 고취시키려면 K리그1 승격이 우선이다. 염기훈 감독은 "승격을 위해 축구 인생 모든 것을 걸었다. 인생을 걸고 이 자리에 왔다. 순한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을 비추겠다"며 "규율을 강하게 여기는, 타이트한 감독이 돼 모든 걸 걸고 승격을 해내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염기훈 감독의 지도력에 대한 의구심 못지않게 팬들 사이에서는 전임 감독이 물러날 때 보이지 않는 힘을 발휘했다는 쿠테타 설이 강하게 돌고 있다. 당시 꼴찌 탈출을 위해 김병수 전 감독과 함께 하나로 뭉쳐 이겨내길 기대했던 팬들 입장에서는 베테랑이자 선수들 사이에서 큰 신망을 받는 염기훈 감독이 대행 자리를 꿰차려 선동했다는 소문에 큰 실망감을 표했다.
염기훈 감독은 쿠테타 설에도 강하게 반박했다. "질문 잘 해주셨다"라고 취재진에 반응할 정도로 해명할 기회를 기다렸다. 염기훈 감독은 "나도 너무 속상하고 가족들이 힘들어 했다. 어떻게 그런 이야기가 나왔는지 모르겠다. 그 이야기가 어떻게 발생했는지를 찾아봤다"면서 "유튜브를 통해 내가 뒤에 뭐가 있었던 것처럼 돼 있더라. 내가 어떤 액션을 취했는지 증거가 있다면 오픈했으면 좋겠다. (김병수) 감독님을 내보내기 위해 뭔가 하지 않았다. 떳떳하다. 내가 책임지겠다"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염기훈 감독 일문일답.
Q. 지난 시즌 강등 이후 지원이 필요하다는 말을 했는데 어떤 지원을 약속받았나.
"박경훈 단장님이 최대한 서포트하겠다고 하셨다. 소신것 해달라는 말이었다. 새로 오신 단장님과 소통하며 선수단 구성을 할 것이다. 분명한 건 내가 원하는 선수가 들어와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사용할 전술에 원하는 선수가 첫 번째가 되어야 한다.
2부리그의 경험은 없지만, 많은 분에게 조언을 얻었다. 2부는 전쟁이라고 하는데 1부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K리그1에서도 치열하게 살았기에 2부에서도 자신 있다. 적재적소에 단장님과 상의해 필요한 선수로 팀을 구성해야 한다."
Q. 팬들이 선임 반대 성명도 냈는데.
"그 부분에 있있어는 팬들께 죄송하다. 선수때 나를 누구보다도 응원해주셨고 사랑해주셨다. 팬들과 다른 선택을 했기 때문에 이해한다. 팬들이 걱정하는 경험이 없다는 것도 맞다. 그렇지만 경험이 없을 뿐이지 제가 다른 지도자분과 달리 열심히 안 하지 않는다. 더 열심히 할 것이다. 상대팀 분석을 더 하고 밤낮 자지 않고 준비할 자세가 됐다. 경험이 없다고 해서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Q. 염기훈 감독만의 전술 계획이 있다면.
"새로운 단장님이 오신 지 얼마 안 돼 아직은 소통해야 한다. 남은 선수들의 구성이 일단 나쁘지 않다. 디테일하게 말하긴 어려워도 2부리그 분석도 많이 했다. 역동적인 축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막 뛰는것 보다 중원을 활용한 축구를 하고 싶다. 선수들이 패스를 하고 가만히 서 있는 부분이 그동안 많았다. 바꾸려고 노력 많이 했다. 선수들에게 명확히 이야기해 고쳐지지 않으면 기용할 수 없다고 말하겠다. 그저 서서 하는 축구는 앞으로 나오지 않는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Q. 감독 제안을 받은 시기가 정확하게 언제인지.
"구단과 이야기는 계속 하고 있었다. 단장님과 대표이사님의 결정만 없었다. 단장님이 오시고 사인했다. 그동안은 결정할 수 있는 분이 안 계셨다. 분명한 건 새 단장님 오시고 나서 사인을 했다. 감독 후보에 포함돼 있다는 말은 계속 들었고, 단장님이 사임하시고 진전이 없다가 새롭게 부임하셔서 사인을 했다."
Q. 새 시즌 청사진을 그려본다면.
"거창한 것보다 승격 하나만 바라보고 있다. 감독 자리를 맡으면서 많은 분이 내게 하는 걱정을 잘 알고 있다. 선수 생활을 오래했다. 지도자 생활은 짧지만 모든 걸 걸었다. 잘못되면 책임질 자신도 있다. 승격을 위해 모든 것을 다하겠다. 결정은 팀을 위해 하겠다고 선수들에게 이야기했다. 서운해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Q. 원하는 선수가 있다면.
"외부 선수도 중요하지만 빠져나가는 선수를 잡는 것도 중요하다. 구단에 카즈키를 강력하게 이야기했다. 해 카즈키를 강력하게 이야기했다. 선수도 같이 하고 싶다는 의지도 보였다. 외부에서 수혈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필요한 선수를 잡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외부 선수보다 남아 있는 선수를 더 체크할 생각이다."
Q. 김병수 감독과 관련해 쿠테타 이야기가 있는데.
"너무 속상했고 가족들이 힘들어했다. 어떻게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 나도 영상을 찾아봤다. 유튜브에서는 내가 뭐라도 한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차라리 오픈했으면 좋겠다. 내가 뭘 했는지 오픈해 달라. 아무 것도 안 했는데 쿠테타 이야기가 나오면서 와이프가 힘들어했다. 와이프에게까지 DM을 보냈다. 전혀 그런 일이 없다. 나는 떳떳하다. 감독 인생을 걸고 떳떳하다. 뭐가 있는 것처럼 흘리지 말고 오픈해달라.
무엇보다 가족이 힘들어했다. 내게 비판이 오는 건 괜찮다. 그런데 가족이 너무 힘들어했다. 선수 생활도 하면서 많은 겨울을 맞이했지만, 이번 겨울이 제일 힘들었다. 여행을 가서도 쉬지 못했다. 아닌 말로 진짜인 것처럼 말하는게 얼마나 힘든지 또 느꼈다.
P급 지도자 자격증 관련해서도 이야기도 나왔다. 이병근 감독님 오시기 전부터 플레잉코치 없이 은퇴하려고 이전부터 준비했던 부분이다. 감독님께도 '안 가도 된다'고 몇 번 이야기 했었다. 오히려 감독님이 좋은 기회니 가라고 하셨다. 제가 몇 년 전부터 준비했고 은퇴할 걸 생각해 준비한 것이다.
김병수 감독님을 내보내기 위해 P급을 갔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너무 속상하다. 증거가 있다면 말씀하시고 없다면 가족에게, 와이프에게 사과했으면 좋겠다. 쿠데타 한 마디 때문에 힘들었다. 나를 향한 비난은 참는다. 가족에게 가는 건 아무리 수원삼성 팬이라도 용납할 수 없다."
Q. 규율을 강조했는데.
"프로 생활을 하는 동안 늘 기본을 첫 번째로 삼았다. 어디가서든 기본은 하자고 생각하며 선수 생활을 했다. 팀 규율, 클럽하우스, 운동장 안에서는 어떻게 해야 한다는 규율이 있다. 선수들에게 알렸다. 물론 규율 때문에 힘들었을 수도 있다. 클럽하우스 안에서만은 이 규율을 어기면 가차 없다고 이야기했다. 규율이 잡혀야 신뢰가 생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규율이 우선이고 기본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Q. 팬 반대에도 끝가지 감독을 하겠다는 이유는.
"감독 대행 때도 두려웠다. 플레잉코치를 하며 내 역할이 뭘 할 수 있는 역할이 아니었다. 애매한 입장에서 뭘 할 수 없었다. 경험한 이후 '이제 뭘 해도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상황에서 지도자 인생이 시작이 되면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 저희 와이프도 반대했다.
그러나 석 달 동안 최선을 다해 준비하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외부에서는 볼 수 없었지만 내부에선 변화가 너무 많아서 바꿔볼 수 있겠다는 믿음이 강했다. 모두가 반대했다. 그러나 이 팀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이 컸다.
늘 내 선택이 맞다고 생각했다. 최선의 선택으로 만들기 위해 선수 때도 최선을 다했다. 2010년에 수원에 왔을 때 지금보다 더 많은 비난을 받았다. 비난을 바꾸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했다. 증명할 자신이 있다. 평가는 시즌이 끝나고 해주셨으면 좋겠다. 분명한 것은 변화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 하나로 왔다는 점이다. 팬들만큼 수원삼성이라는 팀을 너무 좋아하고 떠날 생각이 없다."
Q. 영입 계획은.
"여기 오셔서 선수들이 훈련하는 걸 보셨을 것이다. 새 선수가 있다. 강력하게 요청했다. 뽑을 선수는 아직 말씀 드릴 수는 없다. 단장님, 구단과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새로 영입한 선수들 중에는 오늘 본 선수들만 아니라 더 있을 것이다. 지켜보시면 될 것 같다."
Q. K리그2에서 위협적인 상대가 있다면.
"서울 이랜드다. 새로운 감독님이 가셨고 많은 선수를 영입하고 있다.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서울이랜드가 단결해서 오랳는 많이 치고 올라오지 않을까 한다."
Q. 권창훈이 전북현대로 이적했다. 나눈 이야기가 있다면.
"(권)창훈이와는 계속 통화했다. 기사 나오기 전 내게 전화가 왔다. 창훈이 같은 경우는 많이 속상하다. 그 마음이 팬분들에게도 나오는 것 같다. 창훈이도 전역 후에 수원삼성을 위해 열심히 하려고 했다. 그런데 부상을 안고 왔다. 창훈이의 부상은 참고 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창훈이도 죄송하다는 말을 많이 했다.
창훈이는 아직도 해외 진출을 희망했다. 내가 감독을 선택한 것처럼 창훈이는 FA였기에 팬분들의 속상함도 이해하지만 선수 상황만 봤을 때는 선택을 존중해줘야 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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