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출입문 비밀번호가 버젓이… '범죄대상 될라' 불안
“비밀번호를 저렇게 적어두면 잠금장치가 무슨 소용인가요? 누가 집에 들어올까 너무 무섭습니다.”
11일 낮 12시께 인천 남동구 논현동의 한 빌라. 한 배달원이 능숙하게 공동 출입문에 있는 인터폰 위를 살펴보더니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연 뒤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배달원이 돌아간 뒤 인터폰 위를 확인해보니 누군가 사인펜으로 적은 ‘10#2580#’이라는 글씨가 보였다. 확인 결과 이 번호는 빌라 공동 출입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는 비밀번호였다.
인근의 또 다른 빌라도 마찬가지. 인터폰 옆 벽에 작게 ‘2345’라는 숫자가 적혀 있었다. 이 역시 빌라 공동현관문 잠금장치의 비밀번호. 빌라 입주민들만 알아야 할 출입문 비밀번호가 인터폰 주변에 써 있다보니 잠금장치는 무용지물이 된 지 오래였다.
이 빌라에 혼자 사는 김혜인씨(26)는 “누가 음식 배달시킬 때 비밀번호를 같이 적어 유출시킨 것 같다”며 “누구든 제 집처럼 드나들 수 있다는 건데, 너무 무섭다”고 말했다.
인천지역 빌라 등 주거시설 공동 출입문 주변에 버젓이 적힌 비밀번호로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이날 인천 남동구와 미추홀구, 서구 등의 다세대주택 밀집지역에 있는 빌라 30곳을 살펴본 결과, 19곳의 빌라 공동 출입문 인근에 비밀번호가 적혀 있는 것을 확인했다.
앞서 인천에서는 지난해 12월8일 한 30대 남성이 빌라 공동 출입문에 써 있던 비밀번호를 이용해 건물 안으로 들어간 뒤 5차례 우편함을 뒤져 혼자 사는 여성을 골라 성범죄를 저지르다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이민식 경기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공동 현관은 입주민들의 공동공간이면서 범죄를 막아주는 1차 방어망이어서 주민들 스스로 번거롭거나 귀찮아도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아야 한다”며 “자칫 이 같은 비밀번호 유출이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와 관련, 남동구 관계자는 “빌라는 아파트와 달리 입주자협의회 등이 없어서 이 같은 문제에 적극적인 대응이 힘들다”며 “주민들 안전을 위해 대책 마련을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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