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청한 소리 말라” 두 인권위원 복귀한 새해 첫 상임위, 1시간 설전 이어져
올해 들어 처음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회가 김용원·이충상 상임위원과 송두환 인권위원장 간 설전으로 파행을 빚었다. 김 상임위원은 답변하는 송 위원장에게 “멍청한 소리 좀 하지 말라”고 했고, 송 위원장은 “새해에는 다를 것을 기대했다”며 유감을 표했다. 인권위 내홍이 새해에도 이어진 것이다.
새해 첫 상임위, “상임위원 없는 회의 왜 개회했냐” 1시간 입씨름
송 위원장이 ‘좌편향적’이라며 회의 보이콧을 선언했던 김·이 상임위원은 지난 8일 전원위원회에 이어 11일 열린 ‘2024년 제1차 상임위원회’에 참석했다. 주요 정책 안건을 심의하는 상임위는 매주 목요일 열리며, 위원장과 상임위원(3명)으로 구성된다. 상임위 구성원 네 명이 모두 출석한 것은 지난달 14일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안건이 논의되기 전 김 상임위원은 자신과 이 상임위원이 참석하지 않은 ‘2023년 38차·39차 상임위원회’에서 송 인권위원장이 개회·폐회 선언을 한 것을 두고 문제를 제기했다. 의사정족수가 충족되지 않았는데도 개회를 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취지다.
그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며 “우리 인권위 구성원들이 회의기구에 관해서 근본적인 abc조차 모르고 있는 게 아니냐”라고 했다. 그러면서 송 위원장에게 “깨끗이 사퇴하시든지 진지하게 사과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송 위원장이 “제가 큰 기대를 (했나 보다). 이게 상임위원의 태도냐”고 되묻자 이 위원은 “네, 태도입니다! 저도 (의견이) 똑같습니다!”라고 큰 소리로 받아쳤다.
송 위원장은 “개회 선언 후 참석자들에게 사정(두 위원의 불출석으로 의결을 할 수 없는 상황)을 설명하고 폐회한 것이 위법행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문제는 예정된 상임위에서 안건 심의·의결이라는 고유 임무 수행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상임위원들과 위원장 간 입씨름이 1시간 가량 이어졌다.
송 위원장이 “인권위법에 의결정족수가 있지만 의사정족수도 나오냐. 확인해보자”고 말하자 김 상임위원은 “멍청한 소리 좀 하지 말라”고 소리쳤다. 그러면서 “제 13조에 ‘의사 및 의결 정족수’라고 되어 있다”고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법(법률) 제13조(회의 의사 및 의결정족수) ① 위원회의 회의는 위원장이 주재하며, 이 법에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② 상임위원회 및 소위원회의 회의는 구성위원 3명 이상의 출석과 3명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전문개정 2011. 5. 19.]
김 상임위원의 말대로 국가인권위원회법 제13조는 ‘회의 의사 및 의결정족수’에 관한 법률이다. 다만 의결 조건을 ‘구성위원 3명 이상의 출석과 3명 이상의 찬성’으로 규정할 뿐 개회할 수 있는 최소 구성 인원에 대한 규정은 없다.
인권위 관계자는 “의사정족수 기준이 정해져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런 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과 달리 인권위 상임위원은 항상 출근하는 것이 전제로 되어 있다. 목요일에 회의가 열리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했다.
이날 남규선 상임위원은 두 인권위원의 불참으로 상임위에서 안건이 의결되지 못하고 적체된 것을 지적했다. 그는 “상임위원은 매일 출근해 업무를 하는 자리”라며 “정상적으로 의사진행을 못한 책임은 불출석한 사람에게 있는 게 아니냐”고 했다. 이에 김 위원은 “위원장의 편파 운영 때문에 불참 선언을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남 상임위원이 상임위가 매주 목요일 오전으로 명시된 위원회 회의 규정을 읊자, 김 상임위원은 “법률을 모르면서 말하지 말라”고 하기도 했다.
남 상임위원이 행정법무담당관실에 검토 요청을 제안하자, 이 상임위원은 “객관적으로 명백한 걸 검토하자는 게 부적절하다”며 언성을 높였다. 김 상임위원은 “(법률가들인) 상임위원이 명백하게 법률해석을 얘기하고 있는데 상충된 결론이 날 가능성 있는 부분에 사무처 지시를 한다? 전형적인 사무처 사유화에 속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오전 9시30분 시작된 회의에선 오전 10시37분까지 이런 설전이 이어졌다. 회의는 보고안건 3건, 의결 2건 중 의결안건 1건이 논의되지 못한 채 낮 12시30분쯤 끝났다. 해당 안건 논의는 다음 주 상임위로 순연됐다. 인권위 관계자는 “(연이은 파행으로) 연말에 처리됐어야 할 안건들이 신속하게 처리되지 못하고 올해까지 넘어온 상태”라고 했다.
인권위의 내홍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 상임위원은 이날 “인권위 운영의 편향성 극복과 정상화에 전념하겠다”며 ‘총선 불출마’를 밝혔다. 임기가 2년 남은 한수웅 비상임위원은 지난해 말 사의를 밝혔고, 윤석희 비상임위원은 2월18일이 임기 만료여서 2월 내로 인권위원 2명이 교체된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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