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청한 소리 말라” 두 인권위원 복귀한 새해 첫 상임위, 1시간 설전 이어져

전지현 기자 2024. 1. 1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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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이 지난해 10월30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2023년 제15차 전원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올해 들어 처음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회가 김용원·이충상 상임위원과 송두환 인권위원장 간 설전으로 파행을 빚었다. 김 상임위원은 답변하는 송 위원장에게 “멍청한 소리 좀 하지 말라”고 했고, 송 위원장은 “새해에는 다를 것을 기대했다”며 유감을 표했다. 인권위 내홍이 새해에도 이어진 것이다.

새해 첫 상임위, “상임위원 없는 회의 왜 개회했냐” 1시간 입씨름

송 위원장이 ‘좌편향적’이라며 회의 보이콧을 선언했던 김·이 상임위원은 지난 8일 전원위원회에 이어 11일 열린 ‘2024년 제1차 상임위원회’에 참석했다. 주요 정책 안건을 심의하는 상임위는 매주 목요일 열리며, 위원장과 상임위원(3명)으로 구성된다. 상임위 구성원 네 명이 모두 출석한 것은 지난달 14일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안건이 논의되기 전 김 상임위원은 자신과 이 상임위원이 참석하지 않은 ‘2023년 38차·39차 상임위원회’에서 송 인권위원장이 개회·폐회 선언을 한 것을 두고 문제를 제기했다. 의사정족수가 충족되지 않았는데도 개회를 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취지다.

지난해 8월30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용원 국가인권위 군인권보호관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앞은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 연합뉴스

그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며 “우리 인권위 구성원들이 회의기구에 관해서 근본적인 abc조차 모르고 있는 게 아니냐”라고 했다. 그러면서 송 위원장에게 “깨끗이 사퇴하시든지 진지하게 사과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송 위원장이 “제가 큰 기대를 (했나 보다). 이게 상임위원의 태도냐”고 되묻자 이 위원은 “네, 태도입니다! 저도 (의견이) 똑같습니다!”라고 큰 소리로 받아쳤다.

송 위원장은 “개회 선언 후 참석자들에게 사정(두 위원의 불출석으로 의결을 할 수 없는 상황)을 설명하고 폐회한 것이 위법행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문제는 예정된 상임위에서 안건 심의·의결이라는 고유 임무 수행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상임위원들과 위원장 간 입씨름이 1시간 가량 이어졌다.

송 위원장이 “인권위법에 의결정족수가 있지만 의사정족수도 나오냐. 확인해보자”고 말하자 김 상임위원은 “멍청한 소리 좀 하지 말라”고 소리쳤다. 그러면서 “제 13조에 ‘의사 및 의결 정족수’라고 되어 있다”고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법(법률) 제13조(회의 의사 및 의결정족수) ① 위원회의 회의는 위원장이 주재하며, 이 법에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② 상임위원회 및 소위원회의 회의는 구성위원 3명 이상의 출석과 3명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전문개정 2011. 5. 19.]

김 상임위원의 말대로 국가인권위원회법 제13조는 ‘회의 의사 및 의결정족수’에 관한 법률이다. 다만 의결 조건을 ‘구성위원 3명 이상의 출석과 3명 이상의 찬성’으로 규정할 뿐 개회할 수 있는 최소 구성 인원에 대한 규정은 없다.

인권위 관계자는 “의사정족수 기준이 정해져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런 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과 달리 인권위 상임위원은 항상 출근하는 것이 전제로 되어 있다. 목요일에 회의가 열리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했다.

남규선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문재원 기자

이날 남규선 상임위원은 두 인권위원의 불참으로 상임위에서 안건이 의결되지 못하고 적체된 것을 지적했다. 그는 “상임위원은 매일 출근해 업무를 하는 자리”라며 “정상적으로 의사진행을 못한 책임은 불출석한 사람에게 있는 게 아니냐”고 했다. 이에 김 위원은 “위원장의 편파 운영 때문에 불참 선언을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남 상임위원이 상임위가 매주 목요일 오전으로 명시된 위원회 회의 규정을 읊자, 김 상임위원은 “법률을 모르면서 말하지 말라”고 하기도 했다.

남 상임위원이 행정법무담당관실에 검토 요청을 제안하자, 이 상임위원은 “객관적으로 명백한 걸 검토하자는 게 부적절하다”며 언성을 높였다. 김 상임위원은 “(법률가들인) 상임위원이 명백하게 법률해석을 얘기하고 있는데 상충된 결론이 날 가능성 있는 부분에 사무처 지시를 한다? 전형적인 사무처 사유화에 속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오전 9시30분 시작된 회의에선 오전 10시37분까지 이런 설전이 이어졌다. 회의는 보고안건 3건, 의결 2건 중 의결안건 1건이 논의되지 못한 채 낮 12시30분쯤 끝났다. 해당 안건 논의는 다음 주 상임위로 순연됐다. 인권위 관계자는 “(연이은 파행으로) 연말에 처리됐어야 할 안건들이 신속하게 처리되지 못하고 올해까지 넘어온 상태”라고 했다.

인권위의 내홍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 상임위원은 이날 “인권위 운영의 편향성 극복과 정상화에 전념하겠다”며 ‘총선 불출마’를 밝혔다. 임기가 2년 남은 한수웅 비상임위원은 지난해 말 사의를 밝혔고, 윤석희 비상임위원은 2월18일이 임기 만료여서 2월 내로 인권위원 2명이 교체된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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